<은행앱상의 졔좌이체와 퇴직연금의 실물이전제도>

○지금은 사어가 되었지만, 1980년대까지 대학은 농민의 피를 빨아간다는 의미의 우골탑(牛骨塔)이라는 오명이 있었습니다. 매년 폭등하는 등록금 때문에, 농민이 힘겹게 키운 소를 팔아 등록금을 마련한다는 암울한 현실을 우회적으로 비난하는 의미로 ‘진리의 상아탑’을 비틀어서 작명한 당시의 신조어였습니다. 막상 소를 판 돈, 때로는 논과 밭을 판 돈을 은행에 납부하려면 전적으로 현금으로만 납부해야 했습니다. 대학 당국이 수표 등의 현금화비용을 부담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국세도 카드납이 가능한 세상이지만, 당시에는 관공서는 물론 대학등록금 모두 ‘현찰박치기’의 시대였습니다. 1980년대 중후반에 이르러 계수기가 등장했지만, 1970년대에는 손놀림이 빠른 은행창구 여직원이 돈을 일일이 돈을 세는 풍경이 뉴스의 자료화면에 등장하는 시대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온라인 계좌이체가 등장하고, 폰뱅킹이 등장했습니다. 이제는 은행앱에서 자사의 은행거래는 물론 오픈뱅킹이라 하여 타사 은행의 계좌이체까지 가능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은행앱에서는 주식과 펀드까지 거래가 가능합니다. 이렇게 은행앱을 통한 오픈뱅킹의 시대가 되었는데, 마치 1980년대를 연상케 하는 퇴직연금이라고 하여 다를 리는 만무합니다. 다음 <기사>는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는 퇴직연금 가입자가 계좌에서 투자하고 있는 기존 상품을 해지하지 않고 그대로 다른 퇴직연금 사업자로 옮길 수 있는 제도다.’라고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는 법입니다. 거칠게 말하면, 퇴직연금 실물이전제도는 은행앱상의 계좌이체제도와 대동소이한 제도입니다.

 

○갑이라는 근로자가 자신이 보유한 자유거래(보통예금) 은행계좌가 KB, 우리, 하나가 있다고 가정하면, 갑은 이자 등 거래조건이 좋은 은행에 ‘몰빵’해서 거래할 수가 있습니다. 이것이 퇴직연금 실물이전제도의 개요입니다. <기사>에는 ‘기존에는 퇴직연금 계좌를 다른 사업자로 옮기려면, 보유 상품을 모두 팔아 현금으로 바뀐 뒤 이전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중도 수수료가 발생했고, 사실상 이전보단 퇴직연금 해지 후 가입과 마찬가지인 번거로운 절차였다. 퇴직연금 갈아타기 덕분에 앞으로는 이런 귀찮음이 줄어들게 됐다.’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내용도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라 고용노동부의 2024. 10. 10. 보도자료에 있는 내용을 거의 전재한 것입니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26조는 퇴직연금사업자의 대부분이 은행 등 금융기관인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최근 삼성생명 등 퇴직연금사업자인 금융회사의 퇴직연금상품광고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돈이 되는’, 즉 먹을 것이 있기에 광고를 하는 것입니다. 퇴직연금의 수신고가 수십, 수백조가 되었고 디폴트옵션이 법제화한 상태에서 시드머니가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퇴직연금이 안정적인 금융운용의 수단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퇴직연금 실물이전제도는 은행앱의 거래은행변경과 그 원리는 동일하지만, 유의할 것이 있습니다. 퇴직금은 후불임금의 성격이 있기에, 임금과 마찬가지로 고용노동부가 시어머니 노릇을 하도록, 즉 감독의 권한이 있다는 점입니다.

 

○고용노동부의 위 보도자료에는 다음과 같이 실물이전의 절차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실물이전 형태로 퇴직연금 계좌를 이전하려는 퇴직연금 가입자는 새롭게 계좌를 옮기고자 하는 퇴직연금사업자(수관회사)*에서 퇴직연금 계좌를 개설한 후 이전신청서를 접수하면 된다.

 

*단, 수관회사에 개설된 퇴직연금계좌가 있는 경우, 신규 계좌 개설이 불필요하여 이관회사에서도 이전신청 가능

 

가입자의 계약이전 신청을 받은 퇴직연금사업자는 실물이전 가능 상품목록 등 유의사항을 가입자에게 안내*하여 가입자의 이전 여부에 대한 최종 의사 확인을 거친 후, 실물이전을 실행하고 이전 결과를 SMS, 휴대폰 앱 등을 통해 가입자에게 통보하게 된다.

 

○고용노동부가 설명하지 않은 것 중에 유의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DB형 퇴직연금의 계정주는 사업주이고, DC형 퇴직연금의 계정주는 개별근로자라는 점입니다. 각 계정주의 계좌이전행위로 퇴직연금의 실물이전이 완성됩니다. 또한 고용노동부에 제출한 퇴직연금규약과 취업규칙 등의 개정절차가 수반되어야 합니다. 퇴직연금은 근로자의 사유재산입니다. 당연히 은행앱과 마찬가지로 자유로운 거래가 수반되어야 합니다. 만시지탄의 감이 있습니다.

 

<기사>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는 퇴직연금 가입자가 계좌에서 투자하고 있는 기존 상품을 해지하지 않고 그대로 다른 퇴직연금 사업자로 옮길 수 있는 제도다. 조 부사장은 “퇴직연금 사업자는 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 44개가 있다”며 “은행과 증권사 간, 증권사와 보험사 간 퇴직연금 실물이전이 자유로워진 것”이라고 했다. 기존에는 퇴직연금 계좌를 다른 사업자로 옮기려면, 보유 상품을 모두 팔아 현금으로 바뀐 뒤 이전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중도 수수료가 발생했고, 사실상 이전보단 퇴직연금 해지 후 가입과 마찬가지인 번거로운 절차였다. 퇴직연금 갈아타기 덕분에 앞으로는 이런 귀찮음이 줄어들게 됐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3/0003875520?sid=101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26조(퇴직연금사업자의 등록)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로서 퇴직연금사업자가 되려는 자는 재무건전성 및 인적ㆍ물적 요건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요건을 갖추어 고용노동부장관에게 등록하여야 한다. 1.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른 투자매매업자, 투자중개업자 또는 집합투자업자 2. 「보험업법」 제2조제6호에 따른 보험회사 3. 「은행법」 제2조제1항제2호에 따른 은행 4. 「신용협동조합법」 제2조제2호에 따른 신용협동조합중앙회 5. 「새마을금고법」 제2조제3항에 따른 새마을금고중앙회 6. 공단(공단의 퇴직연금사업 대상은 상시 30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에 한정한다) 7. 그 밖에 제1호부터 제6호까지에 준하는 자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