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기능 중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것은 사실의 전달입니다. 각종 사건, 사고를 비롯한 무수히 많은 사실 중에서 독자가 관심을 가질 법한 사안을 말이나 영상 또는 사진으로 전달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각종 인터뷰도 사실의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것입니다. 물론 그 이전에 국민적 관심이라는 전제는 필수적입니다.
○다음은 어느 방송국PD가 저에게 인터뷰를 메일로 보낸 것의 일부입니다. 이 내용이 가장 핵심적인 것이라서 이 부분을 대한 설명을 하려 합니다. 이 인터뷰 요청은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안전보건법상(산안법) 제41조의 ‘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한 건강장해 예방조치 등(일명 ‘감정노동자보호법’)’이라 공적인 사안인 동시에 국민적 관심사안임은 물론입니다. 따라서 해당 PD의 이름이나 방송국이 어디냐는 것인가는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방송국에 따라, 그리고 PD에 따라 법률의 내용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인터뷰 요청에 대한 저의 답변을 요약하면, 한마디로 ‘과유불급(過猶不及)’입니다. 콜센터근로자, 판매근로자 등 감정노동을 수행하는 근로자는 고객갑질에 시달리다가 신경쇠약, 정신과치료 등으로 시달리는 경우가 많기에 이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도입된 것이 산안법상의 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한 건강장해 예방조치 등입니다. 이것의 적용대상이 주로 감정노동자라는 점에 착안하여 감정노동자보호법이라는 별칭까지 붙었습니다. 대법원(대법원 2001. 7. 27. 선고 99다56734 판결)은 일찍부터 사용자는 근로자의 보호의무를 인정하였습니다. 당연히 보호의무는 대법원 판결 이전에 학자들이 일치하여 사용자의 ‘부수적 급부의무’의 대표적인 것으로 인정하였습니다.
○법률의 세계는 추상화와 구체화의 끊임없는 대화입니다. 보호의무를 인정한다고 하면,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 그리고 민사책임, 형사책임, 그리고 행정책임의 영역에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 라는 구체화의 요구가 이어집니다. 산안법은 행정법과 형사법의 구체화입니다. 위에서 저에게 인터뷰한 PD는 현행 행정책임(과태료)에 한정된 사용자의 보호의무에 따른 책임을 형사책임으로 확대하라는 방안을 문의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그리고 민사책임은 민법상 불법행위법의 취지에 따라 법원이 해석으로 확정할 사안입니다.
○혹자는 민사책임(돈으로 때워라!)과 형사책임(몸으로 때워라!)은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기에, 이렇게 민사, 형사, 행정의 세 영역에서 책임을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 세 책임은 ‘백두산’과 ‘한라산’처럼 무관한 것이 아닙니다. 하나의 행위(보호의무위반)에 대한 법적 평가를 달리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위 대법원 판결에서 ‘보호의무위반을 이유로 사용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하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사고가 피용자의 업무와 관련성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또한 그 사고가 통상 발생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 예측되거나 예측할 수 있는 경우라야 할 것이고, 그 예측가능성은 사고가 발생한 때와 장소, 가해자의 분별능력, 가해자의 성행,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 기타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라는 판시가 중요합니다.
○민사책임은 과실책임주의가 적용되기에 형사책임의 지배원리인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고의범만이 원칙적으로 처벌의 대상이 되는 ‘엄격책임주의’보다는 낮은 단계의 책임이 적용됩니다. 쉽게 말하면, 과실에 기인한 행동도 책임을 질 수 있기에 책임의 범위가 넓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민사책임의 영역에서도 ‘피용자의 업무와 관련성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또한 그 사고가 통상 발생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 예측되거나 예측할 수 있는 경우라야 할 것’이라야 비로소 사용자가 책임을 져야, 즉 돈으로 때워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그렇다면, 형사책임의 영역에서는 이보다 협소한 책임범위를 설정해야 합니다. 산안법상의 감정노동자보호법을 형법범으로 하기 위하여는 민법상 사용자의 과실책임을 반영한 과실범의 책임영역을 설정하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법리적인 접근보다는 현실적인 접근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해가 쉽습니다. 사용자는 ‘돈을 벌려고’ 사업을 합니다. 그런데 감정노동자의 보호를 위하여 형벌을 감내하고 보호의무를 준수하라고 법률이 규제한다면, 사용자의 상당수는 사업 자체를 포기하거나 기계로 대체할 것입니다. 감정노동자의 보호라는 선의(형벌법규)가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이러한 역사적인 사실은 하이예크라는 위대한 경제학자가 일찍이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고 천명하였습니다. 세계 각국은 기업을 경쟁적으로 유치하는 방편으로 ‘규제완화’와 ‘세제해택’을 제시합니다. 과실범에 불과한 감정노동자보호법을 행정질서벌을 넘어 형벌화한다면, 기업을 내쫓는 우를 범할 수 있습니다. 물론 감정노동자를 방치하자는 주장은 당연히 아닙니다.
○이제 결론을 내립니다. 감정노동자보호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 방법은 행정책임을 강화하거나 고객에게 법적 책임을 강화하는 등의 대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에 사용자에게 형벌을 부과하는 방안을 고려하여야 합니다. 손쉬운 방법으로 사용자의 형벌을 강화한다면 더 큰 대가를 감내하여야 합니다. 역사는 이러한 부작용을 무수히 증명하였습니다.
<인터뷰 요청> 다름이 아니라 최근 고객 갑질에 해당하는 일본의 '카스하라(カスハラ)' 와 관련해 일반적으로 '손님=신'으로 여겼던 일본에서도 강력한 대처를 하는 등의 변화가 생기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와 관련해 국내에서도 감정노동자들을 위해 감정노동자보호법이 있는데, 알아본 바에 따르면 사업주가 감정노동자 보호 의무를 지키지 않았을 경우 처벌 가능한 규정이 명시돼 있지 않다고 하는데, 이와 관련해 감정노동자보호법에 대한 간단한 인터뷰를 할 수 있을까요? <산업안전보건법> 제41조(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한 건강장해 예방조치 등) ① 사업주는 주로 고객을 직접 대면하거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제1항제1호에 따른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상대하면서 상품을 판매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고객응대근로자에 대하여 고객의 폭언, 폭행, 그 밖에 적정 범위를 벗어난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유발하는 행위(이하 이 조에서 “폭언등”이라 한다)로 인한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② 사업주는 업무와 관련하여 고객 등 제3자의 폭언등으로 근로자에게 건강장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현저한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업무의 일시적 중단 또는 전환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③ 근로자는 사업주에게 제2항에 따른 조치를 요구할 수 있고, 사업주는 근로자의 요구를 이유로 해고 또는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아니 된다. 제175조(과태료) ④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에게는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1. 제10조제3항 후단을 위반하여 관계수급인에 관한 자료를 제출하지 아니하거나 거짓으로 제출한 자 2. 제14조제1항을 위반하여 안전 및 보건에 관한 계획을 이사회에 보고하지 아니하거나 승인을 받지 아니한 자 3. 제41조제2항(제166조의2에서 준용하는 경우를 포함한다) <대법원 판례> [1]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보호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피용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2] 보호의무위반을 이유로 사용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하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사고가 피용자의 업무와 관련성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또한 그 사고가 통상 발생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 예측되거나 예측할 수 있는 경우라야 할 것이고, 그 예측가능성은 사고가 발생한 때와 장소, 가해자의 분별능력, 가해자의 성행,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 기타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3] 야간에 회사 기숙사 내에서 발생한 입사자들 사이의 구타행위에 대하여 회사의 보호의무위반이나 불법행위상의 과실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사례. (대법원 2001. 7. 27. 선고 99다56734 판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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