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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과 단체협약/노동조합의 운영

<복수 노동조합 중 어느 한 노동조합이 다른 노동조합을 상대로 설립무효의 확인을 구할 수 있는지 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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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 of a trade seldom agree.

 

예전에 영문법을 공부하면서 관사 ‘a'same의 의미로 쓰이는 용법으로 배웠던 속담으로 다들 어렴풋이 기억날 듯합니다. 영어 속담에도 동종업계의 사람들은 의견일치가 쉽지 않은 경향이 있어서 우리 속담 중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의미이 이 속담이 있는 듯합니다. 그렇습니다. 사람들은 여럿이 모이면 서로 의견이 다르고 다툼이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이것은 정치판에도, 노동조합에도 동일합니다.

 

복수노조를 불허하던 시대에는 노선이 다른 경우에는 노선투쟁이 일상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직종별, 노선별 차이가 극심한 경우에는 노노갈등을 쉽게 극복하기 어려웠습니다. 단일노조라 하여 노조원들 간의 다툼을 완전히 종식할 수는 없습니다. 아무튼 복수노조시대는 이러한 다툼을 제도화한 것으로 풀이할 수도 있습니다.

 

노조원들은 노동조합의 구성원이라는 것 이전에 근로자로서 자신이 속하지 않은 노동조합의 실질적인 문제점을 부지불식 간에 알아버리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이런 경우에 복수노조 간의 갈등으로 경쟁 노동조합의 문제점을 넘어 설립무효의 사유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될 수도 있습니다. 세상에 비밀은 없는 법이라서 근로자들 간에 존재하는 문제는 시간의 문제이지 언젠가는 다른 근로자가, 나아가 다른 노조원들이 알기 마련입니다. 다음 대법원 판례(대법원 2021. 2. 25. 선고 201751610 판결)는 설립무효의 사유를 경쟁 노동조합이 알게 되어서 설립무효의 소까지 제기한 경우입니다.

 

회사설립보다 더 간이하고 비용도 거의 들지 않는 것이 노조의 설립이기에, 어느 노조가 경쟁노조에 대하여 설립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아마도 감정의 골이 깊이 밴 후과가 아닌가 합니다. 아무튼 대법원은 노동조합의 실질적 요건,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의해 노동조합이 설립된 것에 불과하거나, 노동조합이 설립될 당시부터 사용자가 위와 같은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르려는 것에 관하여 노동조합 측과 적극적인 통모합의가 이루어진 경우 등과 같은 경우에는 설립무효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경쟁노조의 존부 그 자체가 노동조합으로서는 단체협약의 체결 등과 같은 법률적 이해관계가 명백하기에 확인의 소에서 요구하는 확인의 이익, 즉 즉시확정의 법률상의 이익을 인정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봅니다. 다만, 대법원은 상법상 회사의 설립무효판결이 대세적 효력이 있는 것(상법 제190조 참조)과는 달리 이러한 확인청구소송의 인용판결은 사실심 변론종결 시를 기준으로 노동조합의 설립이 무효인 하자가 해소되거나 치유되지 아니한 채 남아 있음으로써 해당 노동조합이 노동조합으로서의 법적 지위를 갖지 아니한다는 점을 확인하는 것일 뿐 이러한 판결의 효력에 따라 노동조합의 지위가 비로소 박탈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백히 하였습니다. 본래 확인판결의 효력은 기판력의 일반원칙에 따라 판결의 당사자에게만 상대적 효력이 있다는 점에서 대법원의 판결이 정당합니다.

[1] 노동조합의 조직이나 운영을 지배하거나 개입하려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의해 노동조합이 설립된 것에 불과하거나, 노동조합이 설립될 당시부터 사용자가 위와 같은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르려는 것에 관하여 노동조합 측과 적극적인 통모합의가 이루어진 경우 등과 같이 해당 노동조합이 헌법 제33조 제1 및 그 헌법적 요청에 바탕을 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고 한다) 2조 제4가 규정한 실질적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면, 설령 설립신고가 행정관청에 의하여 형식상 수리되었더라도 실질적 요건이 흠결된 하자가 해소되거나 치유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러한 노동조합은 노동조합법상 설립이 무효로서 노동3권을 향유할 수 있는 주체인 노동조합으로서의 지위를 가지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2] 일반적으로 과거의 법률관계는 확인의 소의 대상이 될 수 없지만, 그것이 이해관계인들 사이에 현재적 또는 잠재적 분쟁의 전제가 되어 과거의 법률관계 자체의 확인을 구하는 것이 관련된 분쟁을 일거에 해결하는 유효적절한 수단이 될 수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확인의 이익이 인정된다.

[3] 복수 노동조합의 설립이 현재 전면적으로 허용되고 있을 뿐 아니라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적용되고 있는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고 한다)하에서 복수 노동조합 중의 어느 한 노동조합은 원칙적으로 스스로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되지 않는 한 독자적으로 단체교섭권을 행사할 수 없고(29조의229조 제2 ), 교섭대표노동조합이 결정된 경우 그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의 전체 조합원의 과반수 찬성 결정이 없으면 쟁의행위를 할 수 없게 되며(41조 제1), 쟁위행위는 교섭대표노동조합에 의해 주도되어야 하는(29조의537조 제2) 등 법적인 제약을 받게 된다. 그러므로 단체교섭의 주체가 되고자 하는 노동조합으로서는 위와 같은 제약에 따르는 현재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대한 위험이나 불안을 제거하기 위하여 다른 노동조합을 상대로 해당 노동조합이 설립될 당시부터 노동조합법 제2조 제4가 규정한 주체성과 자주성 등의 실질적 요건을 흠결하였음을 들어 설립무효의 확인을 구하거나 노동조합으로서의 법적 지위가 부존재한다는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아울러 이러한 확인청구소송의 인용판결은 사실심 변론종결 시를 기준으로 노동조합의 설립이 무효인 하자가 해소되거나 치유되지 아니한 채 남아 있음으로써 해당 노동조합이 노동조합으로서의 법적 지위를 갖지 아니한다는 점을 확인하는 것일 뿐 이러한 판결의 효력에 따라 노동조합의 지위가 비로소 박탈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노동조합의 설립이 무효인 하자가 해소되거나 치유되지 아니한 채 존재하는지에 관한 증명은 판단의 기준 시점인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까지 할 수 있고, 법원은 해당 노동조합의 설립 시점부터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까지 사이에 발생한 여러 가지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노동조합이 설립 과정에서 노동조합법 제2조 제4가 규정한 주체성과 자주성 등의 실질적 요건을 흠결한 하자가 여전히 남아 있는지, 이에 따라 현재의 권리 또는 법률관계인 그 노동조합이 노동조합으로서의 법적 지위를 갖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21. 2. 25. 선고 201751610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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