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눈이 많이 내렸습니다. 눈이 오면 크리스마스가 생각납니다. 따져보니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크리스마스 즈음에는 머라이어 캐리의 전설적인 캐롤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가 떠오릅니다. 전 세계적으로 히트했기에 이 노래 하나만으로 근 1천억에 가까운 돈을 벌었다는 소식이 있습니다. 사실 여부에 관계없이 매년 엄청난 돈을 벌어대니 충분한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맥컬리 컬킨의 ‘나홀로 집에’도 생각이 납니다.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영특한 아이의 맹활약이 인상적인 영화였고 그는 깜찍한 주인공이었습니다. 물론 시청자들이 지겹다는 항의에 주춤하거나 방영이 축소되기는 했습니다.
○매년 승승장구하고 엄청난 돈을 벌어대는 머라이어 캐리보다는 맥컬리 컬킨이 더 관심이 갑니다. 일부 네티즌은 영어의 ‘공적 관심(public interest)’을 ‘걱정(concern)’으로 오인하나, 본 고장인 미국에서 쓰이는 어의는 그렇지 않습니다. 아무튼 전 세계적으로 유명했던 아역배우로부터 들리는 소문은 그리 좋지 않습니다. 한국이라고 다를 바가 없습니다. 국민여동생으로 불리던 역대 아역배우들 중에서 성공한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꼬마가수’라고 다를 바는 없습니다. 어린이로서 구현했던 이미지가 성인이 되면서는 전혀 다른 이미지를 창출했기 때문입니다. 역변이 그 원인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언제나 예외는 있습니다. 박지윤입니다. 소녀가수에서 성인가수로 ‘나름’ 성공적으로 안착했기 때문입니다.
○박지윤이 성인가수로 변신한 노래는 재미있게도 ‘성인식’입니다. 관혼상제(冠婚喪祭)가 인생의 중요한 일정인 유교사회 한국에서는 이상하리만치 성인식의 비중은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일본에서 성인식을 ‘세진시키(成人式). せいじんしき)’라 하여 의미 있는 행사로 여긴 것과는 다릅니다. 아무튼 성인이 된다는 것은 동북아에서는 모두 결혼과 직·간접적으로 관련하여 의미가 부여됐습니다. 우리말의 어른의 어원은 ‘얼다’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유명한 ‘서동요’에서도 등장하는 이 표현은 ‘섹스하다’라는 의미입니다. 그러니까 장가를 가서 상투를 틀고 어른이 되었다는 의미는 당연히 섹스를 포함하는 것입니다. 섹스 자체를 부정적으로 인식한 것이 아니라 성인으로서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받는 계기인 셈입니다.
○한국 사회는 외국인이 이해하지 못하는 이상한 모순구조가 있습니다. ‘유교 탈레반’이라는 악명을 들을 정도로 섹스와 임신에 대하여 금기로 여기면서도, 이와 대조적으로 관기(官妓)제도는 물론 주루와 주막에서의 성매매가 과거로부터 널리 행해졌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전술한 성인식과 상투는 물론 왕가의 임신과 출산을 국가의 경사로 삼고 각종 사면과 식년시(式年試)라는 정기 과거 외에 증광시(增廣試), 별시(別試)라는 과거까지 치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현대사회에서 불임으로 고통을 받는 부부를 위한 난임클리닉이 널리 영업을 하고 출산률의 증가가 국가의 주요 정책으로 격상이 됐으면서도 성적 언동을 하면 형사처벌까지 하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외국인의 눈에 이상할 수도 있는 이러한 현실은 ‘상황논리’로 설명이 가능합니다. 연인이나 부부끼리는 자연스러운 애정표시로 성적 언동이나 행위를 할 수 있지만, 직장은 물론 일상에서 당사자가 원하지 않거나 부적절한 행동을 하면 민·형사상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는 근본적이유가 상황논리이기 때문입니다. 다음 <기사> 속의 상황이 바로 이러한 경우입니다. ‘애를 많이 낳는 게 애국’이라는 말은 부부에게는 훌륭한 덕담이 될 수 있지만, 미혼자에게는 성희롱이 될 수 있습니다. 법원의 해설은 바로 이러한 상황논리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성희롱에 대한 광범위한 제재로 미국에서는 과거 평범한 직장의 휴게실이나 군대에서 널부러진 플레이보이 등 도색잡지가 사라지고 동료들 간에 진한 성적 농담이 사라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성 문제는 쉽고도 어려운 문제입니다.
<기사> 유명 통신사에 다니던 A씨는 2022년 회사에서 개최한 '조직개선 프로그램'에 팀원들과 함께 참가했다. 그 일환으로 아침 9시 사내 카페에서 열린 '스몰토크' 시간에 참석한 A씨는 저조한 한국 출산율 얘기가 나오자 이라고 얘기하다가, 갑자기 미혼인 여성 동료 B를 향해 "멀리 볼 것도 없어. 애 낳을 생각 없어?"라고 질문을 던졌다. B가 정색하고 "그런 얘기 불편하다"라고 말하자 A는 "그럼 즐거운 얘기를 하자"며 화제를 돌렸다. 하지만 B는 이틀 후 "미혼인 내게 아기를 낳으라는 말을 한 것에 수치심과 모멸감을 느꼈다"며 A를 '직장 내 성희롱'으로 신고했다. 이에 회사는 곧바로 징계위를 열고 "미혼에게 출산 의사를 물어본 것은 성적 불쾌감을 줄 수 있는 언행"이라며 A에게 가장 가벼운 징계인 '견책 처분'을 내렸다. 이어 A에게 26년간 근무한 부서 대신 타부서로 발령을 냈다. A는 "기분이 나쁠 수 있지만 성희롱은 아니다"라며 노동위원회에 부당징계 구제 신청을 냈다. A는 "새 부서 업무 적응에 어려움이 있고 스트레스로 건강이 악화돼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며 인사 발령을 취소해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중노위에서 구제신청이 기각되자 중노위를 상대로 행정 소송을 건 것이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5/0005049338?sid=102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2. “직장 내 성희롱”이란 사업주ㆍ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 내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또는 그 밖의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근로조건 및 고용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을 말한다. <대법원 판례>>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12조는 “사업주, 상급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 내 성희롱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정하여 직장 내 성희롱을 금지하고 있고, 같은 법 제2조 제2호는 ‘직장 내 성희롱’을 “사업주ㆍ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 내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또는 그 밖의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근로조건 및 고용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2조 [별표 1]은 직장 내 성희롱을 판단하기 위한 기준을 예시하면서 성적인 언동 중 언어적 행위의 하나로 “성적인 사실관계를 묻거나 성적인 내용의 정보를 의도적으로 퍼뜨리는 행위”를 들고 있고, “성희롱 여부를 판단하는 때에는 피해자의 주관적 사정을 고려하되, 사회통념상 합리적인 사람이 피해자의 입장이라면 문제가 되는 행동에 대하여 어떻게 판단하고 대응하였을 것인가를 함께 고려하여야 하며, 결과적으로 위협적ㆍ적대적인 고용환경을 형성하여 업무능률을 떨어뜨리게 되는지를 검토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성적 언동’이란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 또는 남성이나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육체적, 언어적, 시각적 행위로서,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를 뜻한다.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서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와 상황,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과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등 구체적인 사정을 참작하여 볼 때 성적 언동 등으로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다고 인정되어야 한다. 그러한 성적 언동 등에는 피해자에게 직접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준 경우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이나 매체 등을 통해 전파하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경우도 포함된다. (대법원 2021. 9. 16. 선고 2021다219529 판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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