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모도 아닌 거시 플도 아닌 거시
곳기는 뉘 시기며 속은 어이 뷔연는다.
뎌러코 사시예 프르니 그를 됴햐 하노라.
○조선을 대표하는 문인 윤선도의 ‘오우가(五友歌)’ 중에서 ‘대나무 편’입니다. 당시는 물론 지금도 대나무는 나무이기는 하지만 풀의 속성도 아울러 있기에, 윤선도가 이렇게 시조 중에서 대나무의 속성을 묘사하였습니다. 그런데 세상살이에는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어정쩡한 것이 있습니다. 정확함과 엄격함을 생명으로 하는 법률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식회사의 이사가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근로기준법의 사용자 개념에는 ‘사업 경영 담당자(제2조 제1항 제2호)’를 포함하며, 이 사업 경영 담당자의 대표적인 직위는 상법상의 이사입니다. 그러나 소득세법 상으로는 근로소득을 납부하는 자, 즉 근로자로 포섭이 됩니다. 소득세법 제20조 제1항 제2호는 ‘법인의 주주총회ㆍ사원총회 또는 이에 준하는 의결기관의 결의에 따라 상여로 받는 소득’을 근로소득으로 정의하며, 상법상 이사를 근로자로 분류합니다. 거기에 더하여 모든 사회보험은 이사를 근로자로 분류합니다. 반면, 상법상 이사는 경영자로서 주주, 그리고 근로자와는 다른 별개의 지위를 인정합니다.
○상법상 이사에 대하여 대법원(대법원 2020. 4. 9. 선고 2018다290436 판결)은 ‘정관에서 이사의 보수에 관하여 주주총회의 결의로 정한다고 규정한 경우 그 금액·지급방법·지급시기 등에 관한 주주총회의 결의가 있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는 한 이사는 보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 이때 ‘이사의 보수’에는 월급, 상여금 등 명칭을 불문하고 이사의 직무수행에 대한 보상으로 지급되는 대가가 모두 포함되고, 회사가 성과급, 특별성과급 등의 명칭으로 경영성과에 따라 지급하는 금원이나 성과 달성을 위한 동기를 부여할 목적으로 지급하는 금원도 마찬가지이다.’라고 판시하면서 이사의 경우에는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월급이나 성과급 등을 받아도 주식회사와의 관계에서는 근로자가 아닌 주식회사의 기관으로 보는 것이 원칙임을 확인하였습니다. 근로자가 회사에 청구하는 성과급, 상여금 등 다양한 명칭의 금전도 이사의 그것과 대동소이하지만, 근로자는 임·단협, 취업규칙, 근로계약 등에서 발생하나, 이사의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주주총회에서 정한 배당금지급결의에서 근거한다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이러한 대법원과 각 단행법의 해석론을 종합하면, 주식회사의 경영진은 경우에 따라 근로자가 될 수도 있고, 경영진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일반인의 소박한 시각으로는 ‘근로자의 업그레이드 버전’이 이사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논란이 뜨거운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에 대한 논의는 이사의 ‘경영자 지위’를 전제로 합니다. 이사의 충실의무는 손해배상책임 중 경영책임을 전제로 하는 것이며, 손해배상법제에서 금전배상주의가 원칙인 한국에서는, 주식회사 중 주로 상장회사의 이사가 주주에게 금전배상책임을 지는 구체적 상황으로 귀결됩니다.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의 발생 원인은 다음 어느 신문의 <사설>의 첫머리에서 정확히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설>은 ‘일반 주주의 이익 보호에 소홀했던 것’에 대한 대응책은 전혀 언급을 하지 아니하고 오로지 이사충실의무의 부작용만을 강변합니다. 해외자본보다 국내자본인 주주의 이익은 무시해도 되는 것인지, 그리고 주주에는 해외주주도 당연히 존재함을 간과한 주장입니다.
한국 증시가 일반 주주의 이익 보호에 소홀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이렇게 기업에 과중한 부담을 지운다면 한국에서 기업 경영 하기가 두려워질 것이다. 가뜩이나 각종 규제로 한국에서 기업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마당에 상법까지 개정되면 기업들의 탈한국을 부추기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
- 어느 신문의 사설 중에서 -
○이러한 뜨거운 논란의 과정에서 서울대 로스쿨 천경훈 교수의 ‘개정찬성론은 개정의 순기능을 과장하고 개정반대론은 개정의 역기능을 과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라는 지적이 눈길을 끕니다. 법률적 지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사는 세칭 ‘오너’가 아닌 이상, 실질적으로는 근로자의 지위를 업그레이드(!) 한 것이 이사의 지위입니다. 주식회사의 물적 분할이나 부당한 합병 등 경영을 주도하여 실질적인 이익을 누리는 자가 진정한 이사의 충실책임을 지는 자입니다. 책임과 성과는 비례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대법원의 성과급에 대한 판례이론의 행간의 의미는 실질적으로 속칭 ‘월급쟁이 이사’는 근로자와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입니다. 소박한 시민의 인식은 물론 실제로도 대기업의 이사는 근로자의 업그레이드 판에 불과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상법의 개정논의는 오너 등 실질적인 이익을 향유하는 자에 한정하여 충실책임을 지는 방향으로 개정되는 것을 생각해 봅니다.
<천경훈 서울대 로스쿨 교수 칼럼>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신설하자는 상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어 논란이 많다. 상법 제382조의3은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는데, 여기서 ‘회사를 위하여’를 ‘회사와 총주주를 위하여’로 개정하는 안이다. 개정론자들은 주주보호에 취약한 한국의 기업지배구조와 법제도 때문에 발생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를 이번 개정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이러한 개정은 과도한 형사처벌과 남소를 부추기고 원활한 기업경영을 방해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양측이 확신에 찬 주장들을 펼치고 있지만, 개정찬성론은 개정의 순기능을 과장하고 개정반대론은 개정의 역기능을 과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https://www.lawtimes.co.kr/opinion/199966 <근로기준법> 제2조(정의) ①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을 말한다. 2. “사용자”란 사업주 또는 사업 경영 담당자, 그 밖에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를 말한다. <소득세법> 제20조(근로소득) ① 근로소득은 해당 과세기간에 발생한 다음 각 호의 소득으로 한다. 1. 근로를 제공함으로써 받는 봉급ㆍ급료ㆍ보수ㆍ세비ㆍ임금ㆍ상여ㆍ수당과 이와 유사한 성질의 급여 2. 법인의 주주총회ㆍ사원총회 또는 이에 준하는 의결기관의 결의에 따라 상여로 받는 소득 <대법원 판례1> 상법 제388조는 이사의 보수는 정관에 그 액을 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주주총회의 결의로 이를 정한다고 규정한다. 이는 이사가 자신의 보수와 관련하여 개인적 이익을 도모하는 폐해를 방지하여 회사와 주주 및 회사채권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강행규정이다. 따라서 정관에서 이사의 보수에 관하여 주주총회의 결의로 정한다고 규정한 경우 그 금액·지급방법·지급시기 등에 관한 주주총회의 결의가 있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는 한 이사는 보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 이때 ‘이사의 보수’에는 월급, 상여금 등 명칭을 불문하고 이사의 직무수행에 대한 보상으로 지급되는 대가가 모두 포함되고, 회사가 성과급, 특별성과급 등의 명칭으로 경영성과에 따라 지급하는 금원이나 성과 달성을 위한 동기를 부여할 목적으로 지급하는 금원도 마찬가지이다. (대법원 2020. 4. 9. 선고 2018다290436 판결) <대법원 판례2> 증권사 신설 자유화에 따른 우수한 전문인력의 유출을 방지함과 아울러 우수한 전문인력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기 위하여 도입된 성과급제도에 따라 지급하기로 한 성과급 및 성과포상금은 영업실적에 따른 지급조건과 지급시기 등이 명시되어 있어서 증권사 사장이 임의로 지급액 및 지급시기를 정하여 지급하도록 규정한 취업규칙상의 상여금과 동일하거나 그러한 상여금의 변형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위 성과급 및 성과포상금에 대하여는 취업규칙에서 정한 상여금 지급일 재직요건이 적용되지 아니한다. (대법원 2004. 4. 28. 선고 2001다31233 판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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