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teris paribus(=all other things being equal)
○경제학을 입문하려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문장입니다. 이것은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이라는 라틴어로 경제학상의 변인통제를 의미하는 말입니다. 가격이라는 변인에 대한 수요와 공급 각각의 변화를 이해하기 위하여 가격 이외의 변수를 모두 동일하다는 가정을 하는 사회과학의 분석방법이기도 합니다. 왜 이런 방법을 고안했냐면, 가격 이외의 변인도 가격의 변화에 따라 변하거나(종속변인), 독자적으로 변하기 때문에(독립변인), 가격이 수요와 공급이라는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하게 측정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경제학이 사회과학으로 평가받기 위한 조건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 방법은 사고실험(thought experiment)이라는 자연과학자들의 탐구방법론에서 유래하였습니다.
○경제학은 물론 사회과학이 어려운 이유는 현실에서는 ceteris paribus가 통용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현실에서는 전쟁, 사재기, 투기, 해외물가, 무관심 등 다양한 변수가 수요와 공급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실증적으로 확인이 됐습니다. 그래서 사회과학의 고수일수록 단정적인 표현을 삼갑니다. 법학도 사회과학의 분파이기에 법률가들은 당연히 ‘단정적인’ 표현을 자제합니다. 다양한 변수가 존재합니다. 인터넷여포를 비롯한 소박한 시민이 ‘단정적인’ 표현으로 사태의 핵심을 재단하는 것과 대조적입니다. 가령, 택시를 타면 택시기사는 천하의 이치를 통달한 듯이 정치인을 비난하면서 자신의 해법을 설파합니다. 어느 사안의 일면만을 보고 그 후과나 부작용에 대한 고려는 없이 자기의 생각이 옳다고 강변합니다.
○그러나 세상은 다양한 변수가 존재합니다. 그리고 반작용도 존재합니다. 천하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도 미래의 경제예측을 함부로 단정하지 않습니다. 현실에서는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기에, 즉 ceteris paribus는 경제학 교과서에서만 존재하는 변인이기 때문입니다. 다음 <기사>에는 외국인근로자의 생산성에 대한 사업주의 인터뷰가 실려있습니다. ‘의사소통, 낮은 한국어 수준’이라는 원인이 무려 66.7%를 점유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개선책으로 ‘외국인 근로자 체류 기간 연장’이 무려 54.6%를 꼽고 있습니다. 외국인근로자의 생산성이 낮으면 고용을 회피하는 것이 정상이지만, 이 인터뷰에서는 그 반대의 결과가 도출되는 셈입니다.
○그러나 이 설문조사결과가 모순적인 것은 아닙니다. 그 이유는 외국인근로자를 우선적으로 채용하기는 싫지만, 대체가능성이 현저히 낮기 때문입니다.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외국인고용법) 제6조는 내국인 우선채용의 의무를 규정합니다. 그러나 이 의무는 현실에서 사문화되었습니다. 사업주라면 누구나 젊고 유능하고 충성심이 높은 근로자를 원합니다. 그러나 외국인근로자가 채용되는 3D업종에는 내국인이 거의 없습니다. 그럼에도 각종 커뮤니티에는 ‘인터넷여포’들이 외국인근로자에게 절반의 임금을 줘야하거나 채용 자체를 중단해야 한다고 부르짖고 있습니다. 그러나 본인 스스로 3D현장에서 뛰겠다거나 친구나 동료를 설득하겠다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무책임하게 외국인고용정책에 대하여 진영논리에 입각한 비판만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비판은 대안이 있어야 의미가 있는 것인데, 아무런 대안도 없이 비판만을 내세웁니다. 스스로 무능하고 무식하다는 자기고백입니다.
○언어가 통하지 않기에 외국인근로자의 생산성이 낮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그러나 그 누구도 그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외국인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 즉 3D업무를 하라면 화부터 내는 사람이 왜 비판만을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비판을 자신의 무능과 무지를 감추는 무기가 돼서는 곤란합니다.
<기사> 외국인 생산성이 낮은 주요 요인으로는 의사소통 문제가 꼽혔다. 사업주의 외국인 근로자 관리 시 가장 큰 애로 요인((복수응답)으로 ‘의사소통, 낮은 한국어 수준’ 66.7%, ‘잦은 사업장 변경 요구’ 49.3%, ‘문화적 차이’ 35.6% 순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외국인 근로자 채용 시 가장 고려하는 사항으로 ‘출신 국가’ 76.7%에 이어 ‘한국어 능력’이 70.4%로 상위권에 들었다. 중소기업들이 낮은 생산성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하는 것은 그만큼 일선 산업현장에서 내국인 근로자를 채용하기 어렵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외국인 근로자 고용 이유로는 ‘내국인 구인난이 심화되면서’가 92.2%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내국인 근로자를 고용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국내 산업현장에 대한 내국인의 취업기피’가 90.2%를 차지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소기업들은 일단 한번 채용한 외국인 근로자들을 더 오래 고용하길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최장 9년8개월 수준인 외국인 근로자의 체류 기간에 대한 적정 여부를 묻는 질문에 중소기업들은 △현재 기간이 적정하다 28.7% △1~2년 추가연장이 필요하다 20.0% △3~4년 추가연장이 필요하다 18.1% △5년 이상 추가연장이 필요하다 33.1%로 응답했다. 고용허가제 개선과제로는 ‘외국인 근로자 체류 기간 연장’ 54.6%이 가장 많고, 이어서 ‘불성실 외국인력 제재 장치 마련’ 50.5%, ‘고용 절차 간소화’ 42.4% 등의 순으로 응답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9/0005402335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제6조(내국인 구인 노력) ① 외국인근로자를 고용하려는 자는 「직업안정법」 제2조의2제1호에 따른 직업안정기관(이하 “직업안정기관”이라 한다)에 우선 내국인 구인 신청을 하여야 한다. ② 직업안정기관의 장은 제1항에 따른 내국인 구인 신청을 받은 경우에는 사용자가 적절한 구인 조건을 제시할 수 있도록 상담ㆍ지원하여야 하며, 구인 조건을 갖춘 내국인이 우선적으로 채용될 수 있도록 직업소개를 적극적으로 하여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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