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의 애환을 주고 받는 블라인드에서는 사기업의 근로자를 ‘사노비’, 공기업의 근로자나 공무원을 ‘공노비’라 각각 자조적인 호칭으로 부릅니다. 봉건시대라면 모를까 노비라는 것은 현대사회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호칭입니다. 그러나 사용종속성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 그렇게 노비라는 호칭이 마냥 부당한 것은 아닙니다. 그렇습니다. 대법원도 근로자의 고유한 속성을 ‘사용종속성’이라 파악했습니다. 사용자가 일을 시키면(업무지시) 근로자는 따라야(복종) 하는 관계가 본질이라는 의미입니다.
○사랑마님이나 안방마님의 불합리한 명령이 아니라 업무에 대한 정당한 명령이기는 하지만, 사용자의 업무지시를 따라야 하는 것이 근로자의 고유한 속성입니다. 그러나 근로자가 언제나 업무지시를 수용하는 것은 아니며 게을리 하거나 엉뚱한 일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용자는 당연히 감시체계를 고안하게 됩니다. 사용종속성은 필연적으로 업무에 대한 감독권을 포함합니다. 대법원은 이를 포괄하여 ‘지휘·감독권’이라는 용어로 설명합니다. 업무감독권은 어느 범위에서 허용이 되는가에 대한 다툼이 있습니다. 미국의 인사관리에서는 ‘마이크로 매니저(Micro Manager)’라는 유형의 직장상사(매니저)가 있습니다. 이것은 팀원들이 해야 할 일을 사사건건 간섭하는 유형의 직장상사를 말하며, 과업의 분명한 목표와 방향을 제시하기보다 팀원이 하는 일을 꼼꼼히 시어미처럼 간섭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미국도 사람 사는 곳이기에 부하직원에게 폭넓은 재량을 부여하는 직장상사도 있고, 마이크로매니저도 있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마이크로매니저를 마냥 비난할 것은 아닙니다. 최근 삼성전자의 간부급 사원이 반도체 기술을 훔쳐서 중국에 팔아먹은 사례를 고려하면 직원들의 세세한 감시는 기업의 생존과도 직결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고양이에 생선을 맡기는 우를 범하는 근로자가 많다 보니 미국에서도 SNS나 이메일, USB에 대한 감시가 엄격해졌습니다. 미국의 유명한 데보라 사건(Deborah vs, MONOC, New Jersey District Court, US)이 바로 SNS와 근로자의 사생활의 자유에 대한 판결입니다. 첨단기업일수록 직원에 대한 감시가 필요하지만, 이것은 현실적으로는 직원에 대한 감시가 강조되는 경우입니다. <기사2>는 코로나19사태 이후 직원 감시 소프트웨어의 수요가 미국에서 폭증했다는 기사입니다.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기업내부 보안 소프트웨어의 수요는 매년 폭발합니다.
○<기사1>은 영업사원의 행동에 대한 감사를 두고 ‘보복감사’ 또는 ‘사찰’이라는 주장과 ‘정당한 감시활동’이라는 근로자와 사용자의 대립이 법정에서 펼쳐진 것을 확인했습니다. 항소심까지는 법원이 사용자의 손을 들었습니다. 영업사원이라는 속성, 그리고 근무시간 중의 사적 업무의 수행이라는 일탈행위를 감시하기 위하여는 사측의 감시활동이 정당했다는 판단입니다. 아직 대법원까지는 판단이 남아있지만, 사적 행동이 명백한 경우를 마냥 법원이 방관할 가능성은 적다고 봅니다. 그런데 <기사1>의 사안만이 사생활 보호권과 기업의 업무감시권이 충돌하는 영역은 아닙니다. <기사2>의 사안처럼, 미국에서도 이미 충돌한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향후 대법원이 법리로 통일적인 해석의 기준을 제시할 것을 기대합니다.
<기사1> 매일 집에 가 3시간 넘게 머물러. 적발되자 "사찰했다" 회사 상대 소송. 연봉 8천만원인데 판매 압박 없어. '개인정보', '사생활' 어디까지인가. 법원 "고액 연봉, 성실근무 신뢰한 것" "영업직원 근로 여부는 회사의 관심사. 사찰로 보기 어렵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5/0005060546?sid=102 <기사2> 미국 CNBC 방송은 23일(현지시간) 미국 회사들에서 원격 근무 직원에 대한 감시가 늘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는 회사 측에는 오히려 역풍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모든 사소한 것까지 직접 챙기는 마이크로매니저들(micromanagers)은 일터에 오랫동안 존재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래 재택근무나, 사무실 출근과 재택근무가 혼재된 근무가 일상화하면서 생산성을 놓고 직원들과 회사 관리자들 간 확연한 인식 차이가 드러났다. 실제로 대부분의 원격 근무자는 만족하고 있었지만 회사 관리자들의 85%는 직원 생산성에 의문을 갖고 있다고 방송은 전했다. 덩달아 직원 감시 소프트웨어의 수요가 치솟았다는 점은 불문가지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3월 직원 감시 소프트웨어에 대한 검색은 전년도 월별 평균보다 75%까지 증가했다. 또 이런 분위기는 2021년과 2022년에도 여전했다. 법률회사 세이파스(Seyfarth)에서 파트너로 일하는 캐스린 위버는 직원감시 사례가 "일자리 안전과 기밀 보장, 비즈니스 보호를 구실로 지난 수년간 지나치게 증가했다"고 방송에 말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304241237000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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