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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와 산업안전/산업안전

<하도급과 중대재해처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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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사변으로 폐허가 된 한국은 이제 선진국이 되었고 제조업강국으로 명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1970년대만 하더라도 미제는 똥도 좋다.’라는 말이 일상에서 흔히 쓰일 정도로 공산품의 품질이 조악했습니다. 그 시절만 하더라도 공산품은 무조건 미제, 아니면 일제라는 인식이 국민대중에 널리 확신으로 퍼졌습니다. 그런데 한강의 기적으로 불린 한국 제조업의 근간은 미국과 일본의 자본과 제조설비, 나아가 제조방식이 기초였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그리고 경영방식도 전수받았습니다.

 

그런데 미국은 레이건 정부 이래 신자유주의가 극성을 부리면서 제조업은 쇠퇴하였고, ‘아웃소싱이라는 새로운 경영방식이 본격적으로 도입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신자유주의 물결은 종신고용제를 자랑하는 일본에서도 본격화하였습니다. 이제 일본도 비정규직이 절반을 넘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제조업에 있어서도 사내하도급이 급격하게 대세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사업주가 자신이 고용하는 근로자에게만 보호의무를 부담하고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에 따른 안전조치의무를 부담한다는 명제가 수정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플랫폼노동이라는 새로운 노동형태도 대세가 되었습니다.

 

법률질서는 보수적입니다. 새로운 형태의 산업질서가 재편되어야 비로소 법률적 공백을 보완하는 법률질서가 태동하기 마련입니다. 법률질서는 선제적으로 질서를 형성하지 못합니다. 법률가들이 보수적인 것은 사법의 보수적인 성격에 기인합니다. 아무튼 사내하도급이라는 제조업의 새로운 산업질서는 고전적인 산업안전보건체계의 개편을 낳았고, 산안법 제63조 소정의 도급인의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라는 법현상을 낳았습니다. 이것은 고전적인 사업주 근로자라는 1 : 1 형태의 산업안전체계를 변형시킨 것입니다. 거기에 더하여 플랫폼노동이 활성화되면서 산안법상의 산업재해의 피해자를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확대시켰습니다(산안법 제2조 제1). 그리고 도급인의 산업안전의무의 범위를 관계수급인으로 확대시켰습니다. 여기에서 수급인이나 관계수급인은 민법상의 도급과 수급의 범위를 확대시킨 개념입니다.

 

그리고 도급인 범위의 확대를 넘어 형벌의 수범자를 확대시키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까지 제정이 되었습니다. 양 법률은 일반법과 특별법의 관계이면서도 별개의 내용도 있습니다. 아무튼 양 법률은 보호법익과 형벌의 주체가 대동소이합니다. 대법원(대법원 2023. 12. 28. 선고 202312316 판결)은 직고용은 물론 관계수급인이 고용한 근로자 내지 노무제공자의 생명과 신체가 보호법익이 동일하다는 점을 주목하여 형법상 업무상 과실치사상죄의 죄수관계에 대하여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의 목적이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지만 산업재해 또는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 또는 종사자의 안전을 유지증진하거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사람의 생명신체의 보전을 보호법익으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고, 이는 사람의 생명신체의 보전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상죄도 마찬가지인 점이라고 판시하여 형법상 상상적 경합으로 원도급사의 실 대표자(경영책임자)의 처벌을 인정하였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근로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고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 경영 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호법익의 측면에서 상상적 경합이라는 대법원 판결을 보면 실질적으로는 1개의 죄를 범한 것과 다름이 없으며 단지 양형상의 고려요소라고 풀이해도 무방합니다. 대법원 판결의 의의는 사내하도급 등을 포함한 하도급의 경우에도 원도급사(일명 원청)의 안전조치의무는 하도급사가 고용한 근로자를 포함한 노무제공자에게도 미친다는 것을 명확하게 판시한 점에 있습니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2(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중대재해중대산업재해중대시민재해를 말한다.
2. “중대산업재해산업안전보건법2조제1호에 따른 산업재해 중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결과를 야기한 재해를 말한다.
.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
.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
.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


4(사업주와 경영책임자등의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은 사업주나 법인 또는 기관이 실질적으로 지배ㆍ운영ㆍ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종사자의 안전ㆍ보건상 유해 또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그 사업 또는 사업장의 특성 및 규모 등을 고려하여 다음 각 호에 따른 조치를 하여야 한다.
1.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
2. 재해 발생 시 재발방지 대책의 수립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
3. 중앙행정기관ㆍ지방자치단체가 관계 법령에 따라 개선, 시정 등을 명한 사항의 이행에 관한 조치
4. 안전ㆍ보건 관계 법령에 따른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의 조치
1항제1호ㆍ제4호의 조치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5(도급, 용역, 위탁 등 관계에서의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은 사업주나 법인 또는 기관이 제3자에게 도급, 용역, 위탁 등을 행한 경우에는 제3자의 종사자에게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지 아니하도록 제4조의 조치를 하여야 한다. 다만, 사업주나 법인 또는 기관이 그 시설, 장비, 장소 등에 대하여 실질적으로 지배ㆍ운영ㆍ관리하는 책임이 있는 경우에 한정한다.


<산업안전보건법>
2(정의)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산업재해란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이 업무에 관계되는 건설물ㆍ설비ㆍ원재료ㆍ가스ㆍ증기ㆍ분진 등에 의하거나 작업 또는 그 밖의 업무로 인하여 사망 또는 부상하거나 질병에 걸리는 것을 말한다.
2. “중대재해란 산업재해 중 사망 등 재해 정도가 심하거나 다수의 재해자가 발생한 경우로서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재해를 말한다.
3. “근로자근로기준법 2 1 1에 따른 근로자를 말한다.
4. “사업주란 근로자를 사용하여 사업을 하는 자를 말한다.
5. “근로자대표란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을,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를 말한다.
6. “도급이란 명칭에 관계없이 물건의 제조ㆍ건설ㆍ수리 또는 서비스의 제공, 그 밖의 업무를 타인에게 맡기는 계약을 말한다.
7. “도급인이란 물건의 제조ㆍ건설ㆍ수리 또는 서비스의 제공, 그 밖의 업무를 도급하는 사업주를 말한다. 다만, 건설공사발주자는 제외한다.
8. “수급인이란 도급인으로부터 물건의 제조ㆍ건설ㆍ수리 또는 서비스의 제공, 그 밖의 업무를 도급받은 사업주를 말한다.
9. “관계수급인이란 도급이 여러 단계에 걸쳐 체결된 경우에 각 단계별로 도급받은 사업주 전부를 말한다.


63(도급인의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 도급인은 관계수급인 근로자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에 자신의 근로자와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안전 및 보건 시설의 설치 등 필요한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를 하여야 한다. 다만, 보호구 착용의 지시 등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작업행동에 관한 직접적인 조치는 제외한다.


<형법>
40(상상적 경합) 한 개의 행위가 여러 개의 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가장 무거운 죄에 대하여 정한 형으로 처벌한다.


<대법원 판례>
[1] 상상적 경합은 1개의 행위가 수 개의 죄에 해당하는 경우를 말한다(형법 제40). 여기에서 1개의 행위란 법적 평가를 떠나 사회관념상 행위가 사물자연의 상태로서 1개로 평가되는 것을 의미한다.
[2] 피고인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로서 경영책임자이자 안전보건총괄책임자인 피고인 , 산업재해 예방에 필요한 주의의무를 게을리하고 안전조치를 하지 아니하여 피고인 회사와 도급계약을 체결한 관계수급인인 사업체 소속 근로자 이 피고인 회사의 야외작업장에서 중량물 취급 작업인 철제 방열판 보수 작업을 하던 중 크레인 섬유벨트가 끊어지고 방열판이 낙하하면서 을 덮쳐 사망에 이르게 함과 동시에, 재해예방을 위한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를 하지 아니하여 사업장의 종사자 이 사망하는 중대산업재해에 이르게 하였다는 내용의 업무상과실치사,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이라 한다) 위반(산업재해치사)의 공소사실이 제1심 및 원심에서 모두 유죄로 인정된 사안에서,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의 목적이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지만 산업재해 또는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 또는 종사자의 안전을 유지증진하거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사람의 생명신체의 보전을 보호법익으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고, 이는 사람의 생명신체의 보전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상죄도 마찬가지인 점, 피고인 이 안전보건총괄책임자로서 중량물 취급 작업계획서 작성에 관한 조치를 하지 않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행위와 경영책임자로서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를 하지 않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행위는 모두 같은 일시장소에서 같은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 발생을 방지하지 못한 부작위에 의한 범행에 해당하여 각 법적 평가를 떠나 사회관념상 1개의 행위로 평가할 수 있으므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산업재해치사)죄와 근로자 사망으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는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는 점, 근로자 사망으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와 업무상과실치사죄는 업무상 주의의무가 일치하여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고, 피고인 에게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에 따라 부과된 안전 확보의무는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에 따라 부과된 안전 조치의무와 마찬가지로 업무상과실치사죄의 주의의무를 구성할 수 있으므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산업재해치사)죄와 업무상과실치사죄 역시 행위의 동일성이 인정되어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산업재해치사)죄와 근로자 사망으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 및 업무상과실치사죄는 상호 간 사회관념상 1개의 행위가 수 개의 죄에 해당하는 경우로서 형법 제40조의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다.
(대법원 2023. 12. 28. 선고 202312316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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