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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와 산업안전/산업안전

<영세사업주, 그리고 ‘약한 자의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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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에 자연주의에 입각한 소설로 명성을 얻은 김동인의 약한 자의 슬픔이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사랑에 속고 왜곡된 진실에 좌절하는 여성의 슬픔을 사실감있게 묘사한 작품입니다. 김동인의 약한 자의 슬픔이 발표된 지 100년도 넘게 지났지만, 현실속의 삶에서는 약한 자의 슬픔이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다음 <기사>사장 구속되면 사실상 폐업이라는 제목으로 영세자영업자의 슬픔이 그려지고 있습니다

 

화제를 돌려 봅니다. ‘순살콘크리트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건설업계의 부실공사는 사회문제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고용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의 위임을 받은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고용노동부령, 산안규칙)’을 개정하여 구축물등의 주요구조부에 대한 설계 및 시공 방법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변경하는 경우에는 구축물등의 안전성 평가의무를 법정하였습니다(산안규칙 제52조 제6). 산안규칙은 산안법은 물론 중대재해처벌법의 처벌근거인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의무의 구체적인 판별기준이 됩니다. 산안규칙은 대법원 판례상 산안법이 쟁점이 된 사안에서는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합니다.

 

그런데 안전성 평가란 결국 평가라는 입니다. ‘말로만위험성을 평가하면 세상에서 그 어떤 산업재해나 중대재해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부뚜막의 소금도 집어넣어야(구체적인 안전조치) 짠맛(산재예방)이 나는 법입니다. 안전보건조치의무는 궁극적으로 물적설비를 완비하여야 이행이 되는 것입니다. 대법원(대법원 2022. 4. 14. 선고 201914416 판결)은 원·하청 관계에 있는 영세사업주라도 당해 피재근로자를 실질적으로 고용하고 있기만 하면 재해방지의무(안전보건조치의무의 하나)를 부담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영세사업주는 형사책임은 물론 민사책임도 부과받습니다. 돈이 없어서 사실상 안전설비라는 물적 설비를 구비할 수 없음에도 법적 책임이라는 덤태기를 쓰는 셈입니다. 전형적인 약한 자의 슬픔이 발현하는 순간입니다.

 

전체 산재의 절반 내외가 건설산재입니다. 그런데 안전보건조치의무를 이행하는 관건은 물적 설비의 구축인데, 영세한 하도급업체가 이를 구축한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산재사고가 나면 그냥 인생이 나락으로 가는 상황입니다. 고용노동부가 중대재해처벌법의 시행의 유예를 간곡히 읍소한 것은 다 이유가 있습니다. 전임 문재인 정부시절에도 주52시간위반의 형사책임의 부과를 정부차원에서 결정한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러나 산안법개정이 무산되어서 영세사업주의 법적 책임은 현실화가 되었습니다. 물론 산안법개정이 무산되었더라도 아마도 고용노동부는 형사입건의 최소화나 검찰의 구형에서 반영할 것으로 예측이 됩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를 부정하는 분들은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법률이 현실화되는 공간에서 일차적으로 처벌되는 것은 약한 자에 해당하는 영세사업주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김동인이 지하에서 통탄할 일입니다.

<기사>
중대재해처벌법 확대로 영세·중소사업장 현장에서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50인 미만 사업장의 대표나 사장이 중대재해법 처벌을 받는다면 정상 경영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회사의 폐업이 근로자의 일자리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중대재해법 유예 무산으로 추가 적용받는 사업장은 837000곳에 달한다. 이는 전체 사업장의 24%에 달하는 규모로 동네 음식점, 제과점, 미용실, 카페 등 5인 이상 사업장은 모두 해당 제도의 영향권으로 들어왔다. 이에 따라 5인 이상 사업장이라면 무조건 직원의 안전과 보건을 확보해야 하나 아직까지 준비가 미흡한 실정이다.
고용부와 중소기업계가 중대재해법 유예기간 연장을 촉구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인데, 안전보건 전문인력을 별도로 운영하는 50인 이상 사업장과 달리 50인 미만 영세사업장에서는 전문인력을 추가로 채용할 여력이 부족하다. 또 안전관리 시스템이 미비한 것 역시 사실이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119/0002795439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52(구축물등의 안전성 평가) 사업주는 구축물등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구축물등에 대한 구조검토, 안전진단 등의 안전성 평가를 하여 근로자에게 미칠 위험성을 미리 제거해야 한다.
1. 구축물등의 인근에서 굴착ㆍ항타작업 등으로 침하ㆍ균열 등이 발생하여 붕괴의 위험이 예상될 경우
2. 구축물등에 지진, 동해(凍害), 부동침하(不同沈下) 등으로 균열ㆍ비틀림 등이 발생했을 경우
3. 구축물등이 그 자체의 무게ㆍ적설ㆍ풍압 또는 그 밖에 부가되는 하중 등으로 붕괴 등의 위험이 있을 경우
4. 화재 등으로 구축물등의 내력(耐力)이 심하게 저하됐을 경우
5. 오랜 기간 사용하지 않던 구축물등을 재사용하게 되어 안전성을 검토해야 하는 경우
6. 구축물등의 주요구조부(건축법2조제1항제7호에 따른 주요구조부를 말한다. 이하 같다)에 대한 설계 및 시공 방법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변경하는 경우
7. 그 밖의 잠재위험이 예상될 경우


<대법원 판례>
구 산업안전보건법(2019. 1. 15. 법률 제16272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2조 제3호는 사업주란 근로자를 사용하여 사업을 하는 자라고 정하고, 23조 제3항은 사업주는 작업 중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 등에는 그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67조 제1, 71조에서 제23조 제3항을 위반한 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산업재해의 결과 발생에 대한 책임을 물으려는 것이 아니라 사업주 등이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제3항 등에 정한 필요한 조치를 이행하지 아니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물으려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사업주 등이 사업주 운영의 사업장에서 위 법령의 위임에 따른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 정하고 있는 위험방지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근로자로 하여금 안전상 위험성이 있는 작업을 하도록 지시하거나 위험방지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위와 같은 작업이 이루어졌다고 인정되는 경우 그 자체로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67조 제1, 71조 위반죄가 성립한다. 그리고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제3항이 정하는 위험방지조치의무는 근로자를 사용하여 사업을 행하는 사업주가 부담하여야 하는 재해방지의무로서 사업주와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인 고용관계가 성립하는 경우에 적용된다.
(대법원 2022. 4. 14. 선고 201914416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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