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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와 산업안전/산업안전

<근로자의 정신이상과 임시진단명령, 그리고 통상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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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범위하게 총기소지가 허용된 미국은 무수히 많은 총기사고가 불가피하게 발생합니다. TV에 주로 등장하는 것은 학교에서 발생한 총기사고지만, CSI 등 미국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직장에서 동료 근로자들에게 총기를 난사하는 사례를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그리고 평소에는 얌전한 사람이 실은 심각한 정신병자였으며, 마치 하이드로 변한 지킬처럼 흉악한 범죄를 벌였다는 것이 소개되곤 합니다. 정신병자의 상당수는 본인은 정상이며, 정신과 치료는 불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정상이라는 정신병자의 주장을 언제나 따를 수는 없습니다.

 

대법원은 징계해고와 구분되는 통상해고의 개념을 인정합니다(특정사유가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에서 징계해고사유와 통상해고사유의 양쪽에 모두 해당하는 경우뿐 아니라 징계해고사유에는 해당하나 통상해고사유에는 해당하지 않는 경우(대법원 1994. 10. 25. 선고 9425889 판결)). 정신병자는 정상적인 근무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때로는 사업장은 물론 동료 근로자들에게 신체적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통상해고의 사유에 해당함은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정신병을 앓고 있다, 정신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등의 일련의 사유를 증명하는 증거의 문제입니다. 해당 정신병력의 근로자가 자진해서 정신과 진단을 받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문제는 정신병자가 이를 거부하는 경우입니다.

 

정신병 이력은 가문의 영광도 아니고 본인에게는 치욕적인 사안입니다. 정신병원의 진단을 거부하는 경우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사용자가 정신병원의 진단, 나아가 입원치료 등을 요구하거나 명령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가 있는가 검토해 봅니다. 대법원은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하고(대법원 2001. 7. 27. 선고 9956734 판결)’라고 판시하면서 근로자의 보호의무를 인정합니다. 정신병자는 환자 본인 보호의 필요성이 일차적인 문제이기에, 해당 정신병 근로자 본인 보호의 필요성 때문이라도 정신병원의 진단은 사용자의 보호의무의 영역임은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다만, 이것이 산업재해로 볼 것인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대법원이 인정하는 보호의무는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의무입니다. 이를 구체화한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상의 일반건강진단의무를 부담할 것인가, 나아가 임시건강진단 명령을 사용자가 발할 수 있는가는 의문이 있습니다. 당연히 허용된다고 봐야 합니다. 해당 근로자, 동료 근로자는 물론 사업장의 안전을 위하여서라도 임시건강진단 명령에 포함된다고 봐야 합니다. 본래 산안법은 화학적 인자 등에 주안점을 두고 제정이 되었지만, 대법원이 인정한 보호의무를 구체화한 산안법의 성격상 정신병에 대하여는 외면한다면 법률의 공백이 발생합니다. 실은 그 이전에 건전한 국민상식에도 반하는 해석입니다.

 

그러나 정신병은 일반질병과 성격이 다릅니다. 본인의 불명예가 될 수도 있고, 정신적 상처가 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사업주가 직접 임시건강진단 명령을 발하는 것은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정신건강법)’ 43조는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등을 규정하고, 44조는 지자체장에 의한 입원 등을 규정합니다. 이 규정을 활용하여 보호의무자 등에게 먼저 의사를 타진하여 가족 등 보호의무자에게 충분히 사안을 설명한 후에 진료를 받게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리고 보호의무자가 부존재하는 경우에는 지자체나 경찰 등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산업안전보건법>
129(일반건강진단) 사업주는 상시 사용하는 근로자의 건강관리를 위하여 건강진단(이하 일반건강진단이라 한다)을 실시하여야 한다. 다만, 사업주가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건강진단을 실시한 경우에는 그 건강진단을 받은 근로자에 대하여 일반건강진단을 실시한 것으로 본다.
사업주는 제135조제1항에 따른 특수건강진단기관 또는 건강검진기본법3조제2호에 따른 건강검진기관(이하 건강진단기관이라 한다)에서 일반건강진단을 실시하여야 한다.
일반건강진단의 주기ㆍ항목ㆍ방법 및 비용,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한다.
131(임시건강진단 명령 등) 고용노동부장관은 같은 유해인자에 노출되는 근로자들에게 유사한 질병의 증상이 발생한 경우 등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하여 사업주에게 특정 근로자에 대한 건강진단(이하 임시건강진단이라 한다)의 실시나 작업전환, 그 밖에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다.
임시건강진단의 항목,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한다.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43(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등) 정신의료기관등의 장은 정신질환자의 보호의무자 2명 이상(보호의무자 간 입원등에 관하여 다툼이 있는 경우에는 제39조제2항의 순위에 따른 선순위자 2명 이상을 말하며, 보호의무자가 1명만 있는 경우에는 1명으로 한다)이 신청한 경우로서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가 입원등이 필요하다고 진단한 경우에만 해당 정신질환자를 입원등을 시킬 수 있다. 이 경우 정신의료기관등의 장은 입원등을 할 때 보호의무자로부터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입원등 신청서와 보호의무자임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받아야 한다.
44(특별자치시장ㆍ특별자치도지사ㆍ시장ㆍ군수ㆍ구청장에 의한 입원)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 또는 정신건강전문요원은 정신질환으로 자신의 건강 또는 안전이나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칠 위험이 있다고 의심되는 사람을 발견하였을 때에는 특별자치시장ㆍ특별자치도지사ㆍ시장ㆍ군수ㆍ구청장에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사람에 대한 진단과 보호를 신청할 수 있다.
경찰관(국가공무원법2조제2항제2호에 따른 경찰공무원과 지방공무원법2조제2항제2호에 따른 자치경찰공무원을 말한다. 이하 같다)은 정신질환으로 자신의 건강 또는 안전이나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칠 위험이 있다고 의심되는 사람을 발견한 경우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 또는 정신건강전문요원에게 그 사람에 대한 진단과 보호의 신청을 요청할 수 있다.
1항에 따라 신청을 받은 특별자치시장ㆍ특별자치도지사ㆍ시장ㆍ군수ㆍ구청장은 즉시 그 정신질환자로 의심되는 사람에 대한 진단을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에게 의뢰하여야 한다.


<대법원 판례>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보호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피용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대법원 2001. 7. 27. 선고 9956734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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