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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와 산업안전/산업안전

<유해물질의 누출과 근로자의 작업중지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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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이나 화산분출 등 자연재해가 임박하면 동물들은 신기하게도 이를 사전에 깨닫고는 대피를 합니다. 누가 가르친 것도 아닌데, 본능이라는 위대한 힘이 동물들의 생명을 보존하는 것입니다. 사람도 동물이기에 위험을 감지하면 본능적으로 대피하게 됩니다. 개인차원의 영역에서는 대피가 자연스러운 행동입니다. 그런데 근로자가 사업장에서 대피를 하는 경우는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당장 목전에 유해물질이 누출된다면 작업의무도 무시하고 대피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이를 노동법의 영역에서는 어떻게 평가할까 궁금합니다. 결론적으로 근로제공의무의 불이행이 아닙니다. 오히려 사업주가 사업장의 안전의무를 불이행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39조는 사업주의 보건조치의무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사업주의 보호의무를 법정한 것으로 자신이 영업이익을 창출하는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산재사고의 위험도 동시에 부담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보상책임의 원리에 따른 것입니다. 근로자는 이익을 창출하는 인적 수단이기에, 그 인적 수단이 감당하는 위험도 부담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말하자면 근로자는 사업주가 지배하는 위험공간에 놓여있는 근로자의 건강을 보호해야 할 법적 의무가 존재합니다. 따라서 사업주의 작업중지권(51)은 사업주의 보호의무의 연장선입니다. 보건조치의무와 작업중지권은 긴밀한 연결관계에 있습니다.

 

그런데 근로자는 본능에 따른 위험회피 외에 사업장의 작업중지권은 당연히 인정되는 권리가 아닙니다. 작업의 중지여부는 사업주의 경영권을 침해하고 재산권을 훼손하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산안법은 제52조에 근로자의 작업중지권을 명문으로 규정하였습니다. 그런데 현실에서 작업중지권을 보장한다는 것은 민·형사상책임과 징계책임을 면제한다는 의미입니다. 작업중지권이 인정된다면서 이러한 법률적 책임을 부과하는 것은 모순적이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한 대법원 판례(대법원 2023. 11. 9. 선고 2018288662 판결가 있습니다. 판례 속의 사안은 화학물질인 티오비스 약 300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한 사업장의 노동조합 지회장인 피고가 위 소식을 들은 다음, 작업장을 이탈하면서 당시 작업 중이던 위 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에게도 대피하라고 하여 조합원들이 작업장을 이탈하였고, 이에 사측이 피고에 대해 정직처분을 한 사안입니다. 대법원은 근로자의 작업중지권은 근로자가 산업재해발생의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때에는 작업을 중지하고 긴급 대피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여 근로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다. 따라서 근로자는 산업재해, 즉 업무에 관계되는 건설물·설비·원재료·가스·증기·분진 등에 의하거나 작업 또는 그 밖의 업무로 인한 사망, 부상 또는 질병이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을 때에는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으며 사업주는 이와 같은 사유로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한 근로자에 대하여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작업중지권의 내용 자체는 극히 상식적임에도 굳이 대법원까지 가야했는지, 그 이전에 굳이 징계를 해야 했는지 무척이나 아쉬운 사안입니다. 현실에서는 사업주의 명령이 곧 법인 사업장이 많기에 이런 비극적인 판례가 존재합니다.

<대법원 판례>
산업안전보건법은 1981. 12. 31. 제정 당시 사업주의 작업중지의무에 대해서만 규정하고 있었으나,1995. 1. 5. 법률 제4916호로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 제26조 제2에서 근로자는 산업재해발생의 급박한 위험으로 인하여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한 때에는 지체없이 이를 직상급자에게 보고하고, 직상급자는 이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라는 규정이 신설되었고,1996. 12. 31. 법률 제5248호로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 제26조 제3에서 사업주는 산업재해발생의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때에는2의 규정에 의하여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한 근로자에 대하여 이를 이유로 해고 기타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는 규정이 신설되면서 근로자의 작업중지권에 대한 규정이 마련되었다.
근로자의 작업중지권은 근로자가 산업재해발생의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때에는 작업을 중지하고 긴급 대피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여 근로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다. 따라서 근로자는 산업재해, 즉 업무에 관계되는 건설물·설비·원재료·가스·증기·분진 등에 의하거나 작업 또는 그 밖의 업무로 인한 사망, 부상 또는 질병이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을 때에는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으며 사업주는 이와 같은 사유로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한 근로자에 대하여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할 수 없다[구 산업안전보건법(1996. 12. 31. 법률 제5248호로 개정되고 2019. 1. 15. 법률 제16272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2조 제1,26조 제2,3, 한편2019. 1. 15. 전부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은 제52조에서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는 근로자가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음을 명확히 하고,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근로자가 믿을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을 때에는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한 근로자에 대하여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금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 2023. 11. 9. 선고 2018288662 판결)


<산업안전보건법>
39(보건조치)사업주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이하 보건조치라 한다)를 하여야 한다.
1. 원재료ㆍ가스ㆍ증기ㆍ분진ㆍ흄(fume, 열이나 화학반응에 의하여 형성된 고체증기가 응축되어 생긴 미세입자를 말한다)ㆍ미스트(mist, 공기 중에 떠다니는 작은 액체방울을 말한다)ㆍ산소결핍ㆍ병원체 등에 의한 건강장해
2. 방사선ㆍ유해광선ㆍ고온ㆍ저온ㆍ초음파ㆍ소음ㆍ진동ㆍ이상기압 등에 의한 건강장해
3. 사업장에서 배출되는 기체ㆍ액체 또는 찌꺼기 등에 의한 건강장해
4. 계측감시(計測監視), 컴퓨터 단말기 조작, 정밀공작(精密工作) 등의 작업에 의한 건강장해
5. 단순반복작업 또는 인체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작업에 의한 건강장해
6. 환기ㆍ채광ㆍ조명ㆍ보온ㆍ방습ㆍ청결 등의 적정기준을 유지하지 아니하여 발생하는 건강장해
1항에 따라 사업주가 하여야 하는 보건조치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은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한다.
51(사업주의 작업중지) 사업주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에는 즉시 작업을 중지시키고 근로자를 작업장소에서 대피시키는 등 안전 및 보건에 관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52(근로자의작업중지)근로자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는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다.
1항에 따라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한 근로자는 지체 없이 그 사실을 관리감독자 또는 그 밖에 부서의 장(이하 관리감독자등이라 한다)에게 보고하여야 한다.
관리감독자등은 제2항에 따른 보고를 받으면 안전 및 보건에 관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사업주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근로자가 믿을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을 때에는 제1항에 따라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한 근로자에 대하여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아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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