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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노무관리/임금관리

<임금체불죄와 고의, 그리고 정당한 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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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human beings are apt to foget.

 

제가 고교시절에 배운 영어 교과서에 있었던 말입니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는 평범한 사실을 두고두고 확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은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 있습니다. 특히 금전채권에 대한 것이 그렇습니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세금납부일을 잊고 삽니다. 고의적으로 그런 경우보다는 세파에 찌들어서 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하여 법률은 획일적으로 규율합니다. 민법 제397조는 금전채무의 불이행은 고의나 과실을 불문하고 채무불이행으로 취급한다고 규정합니다. 국세채권은 금전채권입니다. 그리고 세무서는 납세자의 과실을 원칙적으로 불허합니다.

 

임금채권은 금전채권입니다. 고의나 과실을 불문하고 임금지급기일을 초과하면 민사책임, 즉 민법상 채무불이행이 됩니다. 그런데 근로기준법 제109조는 본래 민사책임에 불과한 임금체불에 대하여 형벌을 규정합니다. 조세범처벌법과 더불어 민사책임에 불과한 행위를 형벌화하여 근로자를 강력하게 보호하려는 취지입니다. 자본주의의 최첨단 미국에서도 임금체불은 범죄로 규정합니다. 사업주에게 수갑을 채우고 인신구속을 하고 중형에 처합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의문이 발생합니다. 인생살이에서 애매한 상황은 기업 내부에서도 발생하며 임금의 존부와 범위에 대한 다툼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다음 대법원 판례는 이것을 다루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다면 사용자가 그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않은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 사용자에게 구 근로기준법(2017. 11. 28. 법률 제151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109조 제1, 36, 43조 제2항 위반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판시하여 사용자가 임금인지 아닌지 다툴 여지가 있는 경우에는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여기에서 주목할 대목이 있습니다. ‘고의라는 형법상 범죄구성요건의 핵심적 요소가 그렇습니다.

 

형법 제13조는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합니다. 사용자가 근로자의 월급날을 잊는다는 것은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잊을 수 없거나 잊지 말아야 할 날짜입니다. 과실이라는 것이 존재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수사 및 재판실무에서는 과실을 주장해봐야 바보가 됩니다. 그래서 법문상의 인식하지 못한 행위라기 보다는 정당한 사유의 존부 문제로 귀결이 됩니다. 위 판례는 바로 그러한 실례입니다.

 

그럼 여기에서 의문이 발생합니다. 자식이나 부모의 생일은 잊어도 되지만, 근로자의 월급날짜는 잊어서는 아니된다고 한다면 거의 대부분의 임금체불죄는 그냥 범죄가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입니다. 맞습니다. 대부분의 임금체불은 그냥 범죄가 됩니다. 대법원에서 등장한 사례,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사안에 한하여 무죄판결을 받는 경우입니다. 상여금, 특히 정기상여금의 존부와 범위, 그리고 성과금의 존부 등에 대한 다툼과 각종 수당의 다툼이 바로 그것입니다. 통상임금성에 대한 다툼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법률의 해석에 대한 정당한 다툼은 형사책임은 없는 것입니다. 물론 민사책임은 별개입니다.

<근로기준법>
36(금품 청산)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 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의 모든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109(벌칙) 36, 43, 44, 44조의2, 46, 51조의3, 52조제2항제2, 56, 65, 72조 또는 제76조의36항을 위반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36, 43, 44, 44조의2, 46, 51조의3, 52조제2항제2호 또는 제56조를 위반한 자에 대하여는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와 다르게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근로기준법 시행령>
18(지연이자의 적용제외 사유) 법 제37조제2항에서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를 말한다.
3. 지급이 지연되고 있는 임금 및 퇴직금의 전부 또는 일부의 존부(存否)를 법원이나 노동위원회에서 다투는 것이 적절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4. 그 밖에 제1호부터 제3호까지의 규정에 준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


<민법>
397(금전채무불이행에 대한 특칙) 금전채무불이행의 손해배상액은 법정이율에 의한다. 그러나 법령의 제한에 위반하지 아니한 약정이율이 있으면 그 이율에 의한다.
전항의 손해배상에 관하여는 채권자는 손해의 증명을 요하지 아니하고 채무자는 과실없음을 항변하지 못한다.


<형법>
13(고의)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다만,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


<대법원 판례>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다면 사용자가 그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않은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 사용자에게 구 근로기준법(2017. 11. 28. 법률 제151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109조 제1, 36, 43조 제2항 위반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 이유와 그 지급의무의 근거,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여러 사항, 그 밖에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의 여러 사정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23. 4. 27. 선고 202016431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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