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국회의원들의 직업 중에서 가장 많은 것이 법률가입니다. 법률하면 떠오르는 것이 원칙과 질서입니다. 그런데 국회의 모습은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도 법률가 출신 국회의원들이 각종 공개석상에서 ‘법대로’라는 말 자체를 하지 않습니다. 법률가 출신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보다 오히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법질서 준수를 강조하는 기이한 일도 있었습니다.
○법률가 출신 정치인이 왜 ‘법대로’라는 말을 하지 않는지 언론에서는 거의 다루고 있지 아니합니다. 그 이유는 법률의 고유한 속성 때문입니다. 법률은 합법과 불법의 양자택일이라는 속성이 있습니다. 판사는 합법을 선언하기만 하면 되지만, 정치는 그것과 다릅니다. 자기를 미워하고 지지하지 않는 사람도 배려하여야 합니다. 불법을 저지르는 사람도 유권자이기 때문입니다. 정치는 본질적으로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통합하여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장치이기 때문에 법률의 원리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법률도, 비록 상대적이기는 하지만, 일도양단의 해결만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합법이 불법이 되기도 하고, 절대적인 것이 상대적인 것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내부적 요인보다 외부적 요인에 의하여 법률 자체가 변경이 되기도 합니다. 근로자 개념이 바로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과거에는 학원강사 중에서 사업주와 비율로 수익금을 분배하는 학원강사는 법원과 고용노동청에서 개인사업자로 보는 것이 주류였지만, 지금은 근로자 개념의 판별기준은 ‘근로자성’으로 엄격하게 판단을 합니다.
○과거에는 조세와 사회보험료를 기준으로 사업주가 근로자로 구분을 하면 그대로 수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으나 대법원의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납부하였고 이른바 ‘4대보험’에도 가입되어 있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대법원 2007. 9. 7. 선고 2006도777 판결).’라는 리딩 케이스가 등장한 이후로는 사용종속성이라는 근로기준법이 정한 본래의 판별기준으로 회귀하여 판단을 합니다.
○그런데 동일한 ‘근로자’의 개념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이라는 노동조합의 근간이 되는 법률에서는 근로기준법상의 개념과는 상이하게 규정합니다. 그래서 대법원에서는 근로기준법상으로는 근로자가 아니나, 노동조합법상으로는 근로자가 맞다는 판결(노동조합법은 개별적 근로관계를 규율하기 위해 제정된 근로기준법과 달리, 헌법에 의한 근로자의 노동3권 보장을 통해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 등을 목적으로 제정되었다. 이러한 노동조합법의 입법 목적과 근로자에 대한 정의 규정 등을 고려하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노무제공관계의 실질에 비추어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지의 관점에서 판단하여야 하고, 반드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한정된다고 할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8.6. 15. 선고 2014두12598, 12604(병합) 판결 등 다수).을 여러 차례 내린 적이 있습니다. 양자의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근로기준법> 제2조(정의)①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을 말한다. 후략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1. “근로자”라 함은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ㆍ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를 말한다. 후략
【판결요지】 [1]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 [2] 미용학원강사가 미용학원 운영자로부터 강의종목·강의시간·강의장소를 지정받아 거의 매일 출근하여 정해진 강의시간표에 따라 직접 강의를 하고, 수강생이 없어 폐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수강생수에 따른 보수의 증감 없이 단위 시간당 일정액을 보수로 지급받은 사안에서, 비록 강의 일정에 따라 근무시간이 변경되고, 강의내용이나 방법 등에 관하여 위 운영자로부터 구체적·개별적인 지휘·감독을 받지 않았으며,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납부하였고 이른바 ‘4대보험’에도 가입되어 있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 |
○그러나 국민들이 이렇게 법률전문가들도 꼼꼼하게 파악을 해야 알 수 있는 법리를 이해하고 준수하기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국가는 가급적 단순하고 명쾌하게 법률을 제정하여야 진정한 법치국가원리가 구현됩니다. 법률을 순화하고 일상생활에서 수용하는 단어를 발굴하고 채택하는 작업을 하는 것은 바로 이 것 때문입니다. 특히나 법률의 개념에 대한 해석이 시대에 따라 가변적인 것은 국가의 정책변경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국제노동기구(ILO)의 비준을 둘러 싼 근로자 개념의 확대와 노동조합설립의 자유 등의 문제, 그리고 최근의 플랫폼 노동자의 대두 등은 새로운 근로자개념의 출현을 불가피하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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