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우를 비롯한 배우들의 연기가 일품이었던 영화 ‘타짜’에서 극중 주인공인 ‘고니’의 대사 중 ‘천하의 아귀가 왜 이리 혓바닥이 길어!’하는 부분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는지 그 영화가 상영된 지 오랜 시간이 경과했어도 아직도 그 대사가 인터넷을 비롯한 각종 매체에 등장합니다. 그 말은 장황하게 설명하는 것은 오히려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역설적인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국제노동기구는 직접적으로 근로기준법 등 실체법상의 근로자의 개념을 규정하고 있지는 아니합니다. 그러나 결사의 자유의 항목에서 근로자의 개념을 광의로 정의합니다. 그래서 실업자, 공무원, 소방대원, 교사, 보험설계사 등 광범위한 형태의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면서 간접적으로 근로자의 개념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EU와 FTA를 체결하면서 ILO의 결사의 자유를 채택하고 비준하기로 합의하였습니다. 그러나 보수야당과 경제단체 등의 반대로 번번이 비준이 연기되었습니다.
○대법원은 보험설계사의 근로자성을 부정하면서 유난히도 혓바닥이 긴 언사를 남발하였습니다. 대법원의 장황한 설명은 역설적으로 보험설계사가 근로자가 아닌가 하는 의문, 나아가 이들의 사회보험영역에서의 보호라는 화두가 제시되었습니다. 대법원은 궁극적으로는 보험설계사의 근로자성을 종속적 근로관계가 부정된다는 논거로(대법원 2000. 1. 28. 선고 98두9219 판결) 지속적으로 보험설계사의 근로자성을 부정하였습니다. 물론 ILO 등에서는 이를 우려하였습니다.
○2020년 정기국회에서 국회는 ILO협약의 준수차원에서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하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상의 근로자의 개념을 ‘“근로자”라 함은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ㆍ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로 개정하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 개념인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을 말한다.’라는 것과 비교됩니다. 그래서 고용노동부는 ILO협약의 준수에 입법적 기여를 했다고 평가를 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국민의 소박한 법감정과 눈높이입니다. 거기는 거기이고, 여기는 여기다는 식으로 근로자의 개념을 양 법률에서 달리 규정한다고 하면 평범한 국민이 쉽게 납득할 수는 없습니다. 왜 근로자의 개념이 오락가락하는가 하는 의문을 갖는 것이 지극히 상식적입니다. 정치권은 국민의 이러한 비판을 수용하여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일명 ‘특고’라 불리는 일련의 직업군을 근로자의 개념에 포섭하였습니다. 그래서 사회보험의 적용확대를 시도하였습니다.
○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1. “근로자”라 함은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ㆍ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를 말한다. 후략
<근로기준법> 제2조(정의) ①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을 말한다. 후략
원고는 위에서 본 조회나 석회에 참석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고, 조회, 석회 자리에서 이루어지는 보험상품의 내용이나 판매기법 등에 관한 교육이나 실적확인은 참가인 회사가 위탁자의 지위에서 행하는 보험모집인의 수탁업무의 원활한 수행을 위한 교육과 최소한의 지시에 불과하며, 원고는 위촉계약에서 수탁한 업무만을 수행하고 제공한 근로의 내용이나 시간과는 관계 없이 보험모집인 제 수당 지급규정에 의하여 오로지 자신의 노력으로 체결된 보험계약의 계약고, 수금액 등 실적에 따라 그 지급항목 및 지급액이 결정되는 수당을 지급받고, 위 규정에 정해진 실적에 미치지 아니하면 기본수당도 지급받지 못하며, 법률(보험업법 제148조 제2항)에 의하여 다른 보험회사를 위한 보험의 모집은 할 수 없지만 참가인 회사의 보험모집인으로 활동하면서 다른 종류의 영업에 종사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또 그것이 사실상 곤란한 것도 아니며, 타인의 노동력의 이용 등 업무수행방식에 제한이 없고, 한편 업무수행과정에서 아무 때나 임의로 이탈할 수 있으며 실제로 참가인 회사 보험모집인의 영업활동일수는 월 평균 15일 정도임을 알 수 있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원고가 제공하는 노무는 참가인 회사의 사업의 중요한 부분에 속하고, 또 보험모집인의 업무수행이 개인의 자율과 능력에 달려 있는 것이어서 그 업무수행에 관한 참가인 회사의 지시감독은 간접적인 형태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는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원고의 근로시간 및 근로내용이 참가인 회사에 의하여 지배, 관리된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원고가 참가인 회사와 종속적인 관계에서 노무를 제공하였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원심이 원고는 참가인 회사에 대하여 종속적 근로관계에 있었다고 할 수 없다는 이유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한 것은 수긍이 가고, 거기에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의 개념, 취업규칙, 사용종속관계 등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도 받아들일 수 없다. (대법원 2000. 1. 28. 선고 98두9219 판결) |
고용의 축소 등 보험설계사에게 닥칠 불이익이 예견되기는 하지만, 당초 ILO의 가입시기인 1991년에 결사의 자유의 유보철회시기를 확정하였다면, 오랜 기간 동안 국론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근로자개념의 혼동과 노동조합가입의 문제는 해결이 되었을 것이라 봅니다. 그리고 대표적인 노동법률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근로자의 개념이 상이하다는 것은 국가법률체계상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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