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언 중에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마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격언은 언제나 타당한 것은 아닙니다. 각종 흉악범이나 파렴치범을 미워하지 않으면 그 사회의 법질서는 어떻게 유지가 될까 지극히 상식적인 질문에도 답변을 할 수 없는 사안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격언이 괜히 생긴 것은 아닙니다. 일말의 진실은 담겨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사안이 국민연금 등 사회보험의 횡령죄입니다.
○국민연금 등 사회보험의 보험료는 근로자들의 임금에서 공제를 합니다. 사용자는 원천징수의무가 존재합니다. 그런데 사용자가 사업을 하다가 경영환경이 악화될 수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사업이 영업이익을 펑펑 낼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사용자는 빚을 내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사업의 속성은 한 번 기울어지면 회복이 어렵습니다.
○사용자가 경영환경이 어려워지면 두 가지의 문제가 발생합니다. 첫째는 임금체불이고, 둘째는 사회보험료의 횡령입니다. 사업체의 경영회복을 위하여 일부 사용자들은 근로자들의 동의를 얻어 임금을 삭감하거나 반납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근로자도 임금으로 살아가는 약한 존재이므로, 언제나 흔쾌히 동의를 하지는 않습니다. 삭감이나 반납을 거부하는 경우도 흔합니다. 슬프게도 근로자들이 이렇게 거부가 극심한 경우에는 사업 자체가 망하기 십상입니다.
○사회보험료의 횡령은 사회보험료의 납부라는 목적과 용도가 한정된 금전의 소비라는 점에서 접근을 해야 합니다. 대법원은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타인으로부터 용도나 목적이 엄격히 제한된 자금을 위탁받아 집행하면서 제한된 용도 이외의 목적으로 자금을 사용하는 것은 사용행위 자체로서 불법영득의 의사를 실현한 것이 되어 횡령죄가 성립(대법원 2012. 5. 24. 선고 2012도535 판결)’한다고 판시를 하였습니다. 사회보험료 상당액을 모든 근로자들로부터 사적인 사용을 허락받지 않는 이상 그 사회보험료의 원천징수액은 오로지 사회보험료의 납부에만 쓰여야 합니다.
○대법원은 이 경우에 횡령죄의 성립을 긍정하였습니다. 정확하게는 사용자는 금전출납의 사무를 포함한 기업의 최종적인 업무집행자이므로, 업무상 횡령죄가 성립합니다. 문제는 여기에서 출발합니다. 실무상 상당수의 사용자는 횡령한 금전을 사적으로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대부분 경영회복을 위하여 소비합니다. 물론 개중에는 유흥이나 사치품 등을 소비하는 목적으로 소비하는 악덕사용자도 존재합니다. 법률적으로 횡령죄는 불법영득의 의사를 표시하면 범죄는 완성되는 즉시범입니다. 사용처는 단지 양형의 고려요소입니다. 횡령행위는 범죄구성요소이고 소비는 양형요소입니다.
제355조(횡령, 배임) ①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 제356조(업무상의 횡령과 배임)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여 제355조의 죄를 범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 구 국민연금법(2009. 5. 21. 법률 제96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0조 제1항, 제95조 제1항, 구 국민연금법 시행령(2010. 8. 17. 대통령령 제2234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4조 등의 규정에 의하여 사용자는 매월 임금에서 국민연금 보험료 중 근로자가 부담할 기여금을 원천공제하여 근로자를 위하여 보관하고, 국민연금관리공단에 위 보험료를 납부하여야 할 업무상 임무를 부담하게 되며, 사용자가 이에 위배하여 근로자의 임금에서 원천공제한 기여금을 위 공단에 납부하지 아니하고, 나아가 이를 개인적 용도로 소비하였다면 업무상횡령죄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 [2] 회사의 대표이사인 피고인이 5명의 근로자들의 급여에서 국민연금 보험료 중 근로자 기여금을 공제한 후 이를 업무상 보관하던 중 회사 운영 자금으로 임의로 사용하였다는 업무상횡령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원천공제의 취지상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위 기여금을 공제한 임금을 지급하면 그 즉시 사용자는 공제된 기여금을 근로자를 위하여 보관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이유로, 이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대법원 2011. 2. 10. 선고 2010도13284 판결)
타인으로부터 용도나 목적이 엄격히 제한된 자금을 위탁받아 집행하면서 제한된 용도 이외의 목적으로 자금을 사용하는 것은 사용행위 자체로서 불법영득의 의사를 실현한 것이 되어 횡령죄가 성립하나, 회사의 경영자가 회사를 위하여 자금을 지출할 때, 법령의 규정 또는 회사 내부의 규정에 의해 자금의 용도가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는 것이 아닐 뿐 아니라 자금을 집행하기 위한 회사 내부의 정상적인 절차도 거쳤다면, 원래 사용될 이외의 목적으로 자금을 지출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지출행위에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대법원 2012. 5. 24. 선고 2012도535 판결) |
○근로자는 당장의 임금을 받는 것이 유리하지만, 자신이 향후에 근무할 사업장이 다시금 경영회복을 한다면 완강하게 거부만 할 것은 아닙니다. 재판실무에서 근로자들이 경영진에게 탄원서를 쓰는 경우도 부지기수입니다. 이렇게 사업체를 일으키려고 횡령하는 사용자는 범죄는 성립하지만, 소속 근로자나 일반 시민도 수긍하고, 나아가 동정까지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진정 이러한 경우에는 죄는 미워도 사람은 미워할 수 없는 경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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