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쓰는 말과 형법전에 규정된 말의 실천적 의미가 다른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배임행위’ 또는 ‘배임적 행위’는 일상에서도 관리자나 책임자 등에게 임무를 위배하는 행위를 도의적으로 비난하는 경우에 자주 쓰입니다. 물론 언론에서도 배임행위는 자주 쓰이는 용어입니다. 그런데 형법전의 배임죄는 ‘배임행위’ 중에서 극히 일부분만 해당된다는 점에서 소박한 시민의 법감정에 반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기사2>의 경우는 한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배임행위’라고 무척이나 지탄을 받은 행동입니다. 그 실체는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를 해결하기 위하여 천문학적인 지원금을 받은 GM 등 미국 기업의 CEO 등 경영진들이 지원금을 받자마자 회사에 필요한 경비를 우선적으로 지출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보너스 등을 우선 챙긴 행동입니다. 모럴해저드라 지적되기도 하는 일련의 행동은 당연히 회사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이기에 배임행위 또는 배임적 행위로 볼 수는 있지만, 막상 미국에서 이들 경영진이 미국형법상 배임죄로 처벌받지는 않았습니다. 경영진들이 받은 돈 자체는 이사회규칙이나 정관 등에 보장된 돈이기 때문입니다. 합법적인 절차도 준수한 것은 물론입니다. 미국에서도 배임행위는 당연히 배임죄를 구성하는 것은 아닙니다.
○배임죄는 ‘본인 – 수탁자(대리인)’와의 관계를 전제로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되는 행위로 본인의 재산상 손해를 요건으로 하는 범죄입니다(형법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할 것과 그러한 행위로 인해 행위자나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할 것을 배임죄의 객관적 구성요건으로 정하고 있으므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배임의 범의로, 즉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한다는 점과 이로 인하여 자기 또는 제3자가 이익을 취득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점에 대한 인식이나 의사를 가지고 임무에 위배한 행위를 개시한 때 배임죄의 실행에 착수한 것이고, 이러한 행위로 인하여 자기 또는 제3자가 이익을 취득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 기수에 이른다(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 그러나 구체적인 사안에서 배임죄의 적용이 애매한 경우가 무척이나 많습니다. 법원이 배임죄의 적용에 극히 신중한 까닭이기 때문입니다.
○가령, 일부 언론에서 배임행위라 비난을 하는 회사의 과도한 이익배당행위가 배임죄가 되는가 여부에 대하여도 논란이 있습니다. 이익배당을 받는 주체는 주주입니다. 배당가능이익 중에서 회사에 이윤을 유보하는가, 아니면 주주에게 보다 많은 이익을 배당하는가는 주주총회 또는 이사회의 결의사항이며 누구에게 더 배당하는가, 아니면 배당 자체를 하지 않는가 등의 문제는 자율적 경영의 문제이며, 배임죄가 개입할 영역이 아닙니다.
○또한 미국 법원에서는 ‘경영판단의 원칙’을 제시하면서 경영자의 폭넓은 경영자율성이 보장되는 한 배임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 판례법상 확립이 되었습니다. 경영판단의 원칙은 한국의 대법원에서도 당연히 수용합니다(기업의 경영에는 원천적으로 위험이 내재하여 있어서 경영자가 개인적인 이익을 취할 의도 없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기업의 이익을 위한다는 생각으로 신중하게 결정을 내렸더라도 예측이 빗나가 기업에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이러한 경우에까지 고의에 관한 해석기준을 완화하여 업무상배임죄의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 여기서 경영상의 판단을 이유로 배임죄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는지는 문제 된 경영상의 판단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판단대상인 사업의 내용, 기업이 처한 경제적 상황, 손실발생의 개연성과 이익획득의 개연성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자기 또는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다는 인식과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하의 의도적 행위임이 인정되는 경우인지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5도12633 판결)). 이러한 일련의 사유로 한국 법원에서도 배임죄가 성립하는 것은 진정한 난코스로 통합니다.
○배임죄는 재산죄로서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다고 막바로 배임죄가 긍정되는 것은 아니고, 그 반대로 절차를 준수하였다고 하여 막바로 배임죄를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가령, 이사회의 의결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이사회의 구성원인 이사 전원이 배임죄의 주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 <기사1>에서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상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어기고 파업참가자에게 임금을 준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독단으로 작성한 혐의로 코레일네트웍스 전 사장을 검찰이 기소했다는 내용을 전하고 있습니다. 전 사장은 지난 2020년 7월 ‘파업 참가 근로자에게 평균 임금의 70%를 지급한다’는 합의서를 작성하면서 이사회 등 경영진의 의사를 배제하고 노조위원장에게 개인적으로 작성해줬다는 혐의로 기소된 것입니다.
○배임죄의 본질이 재산범죄인데, 절차를 위반했다는 이유만으로 유죄가 된다는 것은 배임죄의 구성요건은 물론 본질에도 반하는 흠이 있습니다. 절차를 준수했다고 하여 ‘재산상 손해’라는 배임죄의 핵심적 요건이 조각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익배당은 물론 신주발행이나 전환사채발행 등의 경우에 절차를 준수했다고 하여 당연히 배임죄가 부정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유·무죄에 대한 논쟁은 별론으로 하고!). 위 <기사1>의 사례에서 똑같은 돈을 ‘성과급’이라는 이름으로 지급했다면 아마도 배임죄에 대한 논쟁은 물론 기소 자체도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동일한 액수의 돈을 어떤 명목으로 지급하는가에 달라지는 것은 뭔가 이상합니다. 그리고 수급의 대상이 주주인가(이익배당), 아니면 경영진인가(스톡옵션 또는 성과급), 아니면 근로자인가(파업기간 중의 임금 또는 성과급)에 따라 죄의 성립여부가 결정되는 것도 이상합니다.
○결정적으로 의문이 있는 것은 현대자동차 및 노동조합과의 형평성입니다. 과거 현대자동차와 그 노동조합은 ‘파업 – 임단협 – 임금인상분 및 파업기간 중의 임금 소급지급’이라는 동일한 패턴을 수십 년간이나 반복했습니다. 경영진의 동의 여부를 불문하고 ‘왕 회장’으로 불렸던 고 정주영 회장의 결단으로 언제나 단체협상은 타결이 되었습니다. 때로는 이사회의 의결 절차 자체가 없었음은 물론입니다. 정주영 회장은 단 한차례도 처벌이 되지 않았습니다. <기사1>의 피고인은 당연히 이러한 일련의 사실을 다툴 것입니다.
○단체협상의 실무는 언제나 노동조합 총회에서 의제 내지 안건으로 파업기간 중의 임금지급을 최우선적으로 결정합니다. 당연히 위 <기사1>의 배경이 된 단체협상에서도 논의가 되었을 것입니다. 코레일네트웍스의 경영진에서 단체협상을 하다가 찬반토론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노동조합법상 단체협약 체결권자는 사업체의 대표자입니다. 형법과 노동법은 별개이지만, 노동법적으로 유효한 단체협약의 체결권자가 내부 찬반토론의 결과를 거친 경우에 ‘독단적으로’ 합의를 해준 것이 당연무효는 아닙니다. 결국 <기사1>의 사안은 검찰의 시각만을 일방적으로 서술한 것입니다. 실무상 <기사1>의 사안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상 가중처벌이 되는 배임죄입니다. 보통은 구속 기소를 하는 사안인데, 다툼의 여지가 있어서 불구속 기소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배임행위에는 소박한 시민도 분개를 하지만, 형법전의 배임죄는 ‘머나 먼 여정’입니다.
<기사1> 파업 기간에도 임금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의 협약을 몰래 합의한 혐의를 받는 강귀섭 전 코레일네트웍스 대표가 재판에 넘겨졌다. 8일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는 업무상 배임 혐의로 강 전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강 전 대표는 2020년 7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전국철도노동조합 코레일네트웍스 지부에 파업 기간에 임금 70%를 지급한다는 내용의 노사합의서를 작성해준 혐의를 받는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사용자가 쟁의행위에 참가해 근로를 제공하지 않은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그는 퇴임을 2주 앞두고 독단적으로 노조와 협약을 맺은 것으로 파악됐다. 사측은 이 같은 사실을 알지 못하다가 강 전 대표가 퇴임한 지 4개월이 지나서야 노조 측 공개로 알게 됐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5/0004877613?sid=102 <기사2> 미국 정부에서 국민 세금으로 구제금융을 받은 기업들이 연방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로비자금을 펑펑 써댄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로비는 주로 경영진의 보너스 등 급여를 지키고 엄격해지는 금융 관련 규제를 막기 위한 노력에 집중됐다. AP통신은 의회에 제출된 재무부 보고서를 인용해 올해 1분기 중 정부에서 구제금융을 받아간 상위 10개 업체가 정치권을 향한 로비활동에 1000만달러를 지출했다고 보도했다. 또 워싱턴포스트는 상원의 비공개 문서를 인용해 최근 6개월 동안 구제금융을 받아간 기업들이 지출한 로비자금은 총 2200만달러에 달한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가 전한 업체별 지출내역에 따르면 자동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가 구제금융을 받은 기업 가운데 로비자금 지출 1위에 올랐다. 5월 말까지 강도 높은 자구책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파산신청 가능성마저 대두되고 있는 GM은 석 달 동안 300만달러를 로비에 사용해 매월 100만달러씩을 로비자금으로 쏟아부었다. GM은 연방정부에서 134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았고 추가로 50억달러의 운전자금을 지원받기로 한 상태다. https://www.mk.co.kr/news/world/4575455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9조(교섭 및 체결권한) ①노동조합의 대표자는 그 노동조합 또는 조합원을 위하여 사용자나 사용자단체와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가진다. ② 제29조의2에 따라 결정된 교섭대표노동조합(이하 “교섭대표노동조합”이라 한다)의 대표자는 교섭을 요구한 모든 노동조합 또는 조합원을 위하여 사용자와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가진다. ③노동조합과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로부터 교섭 또는 단체협약의 체결에 관한 권한을 위임받은 자는 그 노동조합과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를 위하여 위임받은 범위안에서 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④노동조합과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는 제3항에 따라 교섭 또는 단체협약의 체결에 관한 권한을 위임한 때에는 그 사실을 상대방에게 통보하여야 한다. 제44조(쟁의행위 기간중의 임금지급 요구의 금지) ①사용자는 쟁의행위에 참가하여 근로를 제공하지 아니한 근로자에 대하여는 그 기간중의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②노동조합은 쟁의행위 기간에 대한 임금의 지급을 요구하여 이를 관철할 목적으로 쟁의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대법원 판례1> 형법 제355조 제2항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형법 제359조는 그 미수범은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형법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할 것과 그러한 행위로 인해 행위자나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할 것을 배임죄의 객관적 구성요건으로 정하고 있으므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배임의 범의로, 즉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한다는 점과 이로 인하여 자기 또는 제3자가 이익을 취득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점에 대한 인식이나 의사를 가지고 임무에 위배한 행위를 개시한 때 배임죄의 실행에 착수한 것이고, 이러한 행위로 인하여 자기 또는 제3자가 이익을 취득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 기수에 이른다. (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판례2> 주주가 법령과 정관에서 정한 바에 따라 이익배당, 중간배당을 받는 것은 주식회사에서 주주가 투하자본을 회수할 수 있는 정당한 권리이므로, 이로 인해 주주가 부당한 이익을 얻고 회사가 손해를 입었다는 이유로 배임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전례나 영업이익의 규모, 현금자산 등에 비추어 이익배당이나 중간배당이 과다하다는 점만으로는 부족하고, 이익배당이나 중간배당이 법령과 정관에 위반하여 이루어지는 위법배당에 해당하여 주주에게 부당한 이익을 취득하게 함으로써 결국 회사에도 손해를 입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어야 한다. (대법원 2010. 6. 24. 선고 2007도5899 판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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