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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와 산업안전/산업재해보상

<이직과 유해인자 발생사업장, 그리고 업무상 질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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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보험은 국영보험입니다. 그래서 관장하는 단체가 근로복지공단입니다. 질병보험 및 책임보험을 관장하는 민간보험회사인 삼성화재가 주식회사인 것과는 다릅니다. 산재보험이 필연적으로 국영보험일 필요는 없습니다. 의료서비스도 완전민영화를 하는 나라가 존재하는 점만 봐도 충분히 수긍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에 산재보험을 민영화한다면 어떤 변화가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산재보험을 민영화하면, 우선 위험사업장이거나 위험발생직군에 대하여는 산재보험 자체를 거부할 가능성이 큽니다. 지금도 생명보험 및 손해보험에서는 거절체라는 가입대상자가 있습니다. 재해나 질병의 발생가능성이 큰, 즉 보험사고의 발생가능성이 높은 가입자는 보험 자체의 가입이 불가능합니다.

 

보험회사에는 금융감독원의 승인을 받은 직업 및 위험등급분류표가 존재합니다. 직업에 따라 위험을 분류하여 보험료를 차등적으로 받거나 아예 보험가입을 거부할 수 있는 객관적 근거입니다. 광부나 벌목공 등 재해발생이 높은 직업군인 경우에는 보험가입이 거부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가입이 되더라도 보험금의 한도가 축소됩니다. 위험등급의 직군이 아니라도 가입자의 특성, 즉 자동차사고를 많이 낸 운전자와 같은 경우에는 자동차보험의 가입이 거부될 수 있습니다. 민영보험은 이렇게 합법적으로 차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산재보험은 국영보험이라 사업주가 비록 산재보험료를 더 내기는 하지만, 산재보험 자체가 거부되는 경우는 없습니다. 오히려 미가입의 경우에는 제재를 가합니다.

 

담보하는 보험사고는 보험의 성격에 따라 다릅니다. 그런데 질병의 원인 자체는 의학적으로 명확해야 보험금 내지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은 명확합니다. 문제는 얼마나 명확한가, 라는 문제입니다. 사고인 경우에는 비교적 명확하나 발병인자가 객관적으로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다툼이 발생합니다. 산재보험 중에서 직업병이 특히 발병원인이 명확하지 아니한 경우가 다수입니다. 특히 이직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발병원인의 특정이 어렵습니다. 진폐도 그중의 하나입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법) 5조 제7호는 진폐”(塵肺)란 분진을 흡입하여 폐에 생기는 섬유증식성(纖維增殖性) 변화를 주된 증상으로 하는 질병을 말한다.’라고 규정합니다.

 

법문상으로도 분진이 발생하는 사업장이 개념에 내재되어 있습니다. 재해근로자가 근무하는 사업장에서 분진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진폐라는 결과가 있어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더군다나 재해근로자가 여러 직장을 전전한다면, 어느 사업장에서 분진으로 인한 진폐가 발생했는지 특정하기가 어렵습니다. 일단 이 경우에는 복수의 사업장 전부를 조사하여 분진이 발생하는지 조사해야 합니다. 머나먼 길입니다. 실무에서는 여러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유해인자(분진)에 노출되어 발생된 업무상 질병의 적용 사업장 판단에 관한 합리적 절차 및 지침이 오랜 기간 부존재했습니다.

 

 

당연히 적용 사업장 자체에 대한 이견이 있는 경우에 요양급여는 물론 장해급여 지급이 지연되고, 이에 대해 재해자의 불만이 제기되는 문제점 등이 끊임이 없었습니다. 그 이전에 분진발생사업장이라는 판정이 나면, 산업안전공단과 고용노동청의 조사가 시작됩니다. 분진의 발생여부라는 출발점부터 어렵습니다. 실은 사업장이 폐업하는 경우도 다수입니다. 그래서 이를 개선하기 위하여 근로복지공단은 2007. 11. 21. ‘요양결정 시 적용업무 관련 판단에관한 처리지침(2007. 11. 21. 근로복지공단 지침 제2007-31)’을 제정했습니다. 이를 구체적으로 규정한 판단기준은 [3]과 같은 우선순위[(1)>(2)>(3)]에 따르되, 이에 해당하지 않아 재해자가 근무했던 유해사업장 중 하나의 사업장을 질병 발생의 주된 사업장으로 명확히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마지막으로 유해요인에 폭로된 사업장을 적용 사업장으로 합니다.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서울행법 2024. 8. 21. 선고 2023구단73161 판결)은 바로 이러한 문제점이 쟁점이 되었습니다. 사안은 갑 주식회사에서 346개월간 그라인딩 업무, 을 주식회사를 포함해 5개 회사에서 약 110개월간 신호수 등의 업무로 분진에 노출되어 만성폐쇄성폐질환을 진단받은 병이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보험급여를 신청하였는데, 근로복지공단이 마지막 사업장인 을 회사를 적용사업장으로 하여 평균임금을 산정한 후 장해급여를 지급하자, 병이 가장 오래 근무한 갑 회사를 적용사업장으로 하여 평균임금을 산정해야 한다며 평균임금 정정 및 보험급여차액 청구를 하였으나 근로복지공단이 이에 대한 불승인 및 부지급처분을 한 사안입니다. 일단 사안에서는 병이 진폐 자체는 인정받은 경우입니다.

 

서울행정법원은 병이 을 회사에서 수행한 업무와 병의 상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는데도, 을 회사가 병이 근무한 마지막 사업장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를 적용사업장으로 삼아 이루어진 위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시했습니다. 서울행정법원은 근무일을 주목하였습니다. 회사를 퇴직한 후 수행한 신호수 업무 역시 분진 등에 노출될 수 있지만 회사를 포함한 4곳 사업장에서 근무한 기간은 짧게는 9, 길게는 27일에 불과하지만, 회사에서 그라인딩 업무를 수행한 기간이 346개월에 이르다는 점을 주목하였습니다. 그리고 근무기간과 진폐라는 발병 간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5(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업무상의 재해란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근로자의 부상ㆍ질병ㆍ장해 또는 사망을 말한다.
중략
7. “진폐”(塵肺)란 분진을 흡입하여 폐에 생기는 섬유증식성(纖維增殖性) 변화를 주된 증상으로 하는 질병을 말한다.


91조의2(진폐에 대한 업무상의 재해의 인정기준) 근로자가 진폐에 걸릴 우려가 있는 작업으로서 암석, 금속이나 유리섬유 등을 취급하는 작업 등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분진작업(이하 분진작업이라 한다)에 종사하여 진폐에 걸리면 제37조제1항제2호가목에 따른 업무상 질병으로 본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규칙>
32(분진작업의 범위) 법 제91조의2에서 암석, 금속이나 유리섬유 등을 취급하는 작업 등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분진작업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605조제2호에 따른 분진작업과 명백히 진폐에 걸릴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장소에서의 작업을 말한다.


<서울행정법원 판례>
근로자가 여러 사업장에서 근무하다 퇴직한 후 진폐 등 직업병 진단이 확정되어 평균임금을 산정할 때 기준이 되는 퇴직일은 원칙적으로 직업병의 발병 또는 악화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업무를 수행한 사업장들 중 직업병 진단 확정일에 가장 가까운 마지막 사업장에서 퇴직한 날을 의미하지만, 만일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사업장이 어느 하나로만 특정될 때에는 당연히 해당 사업장에서 퇴직한 날을 기준으로 평균임금을 산정해야 하고, 상당인과관계의 존부를 제대로 살피지 않은 채 만연히 마지막 사업장을 적용사업장으로 하여 평균임금을 산정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데, 회사를 퇴직한 후 수행한 신호수 업무 역시 분진 등에 노출될 수 있지만 회사를 포함한 4곳 사업장에서 근무한 기간은 짧게는 9, 길게는 27일에 불과하여 위 상병의 발병이나 악화에 대한 상당한 기여를 곧바로 단정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는 점, 주변에서 용접 및 그라인딩이 이루어지는 동안 발생하는 분진을 일정 거리를 두고 간접적으로 흡입하게 되는 신호수 업무보다 금속 분진 등에 직접 노출되어 지근거리에서 분진을 흡입하게 되는 그라인딩 업무가 위 상병의 발병이나 악화에 보다 많은 원인을 제공했을 개연성이 클 뿐 아니라 회사에서 그라인딩 업무를 수행한 기간이 346개월에 이르고 위 회사에서 퇴직한 후 얼마 되지 않아 폐기능검사의 이상결과가 나오기도 한 점에 비추어 위 상병의 발병이나 악화에 직접 기여를 한 사업장은 회사라고 볼 여지가 많은 점, 근로복지공단이 위 처분을 하기에 앞서 업무관련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전문기관의 역학조사를 거치지 않는 등 위 상병과 상당인과관계가 높은 사업장이 어디인지 살피는 과정을 밟거나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은 채 위 상병 발생에 주된 원인을 제공한 사업장이 어느 곳인지 알 수 없다고 쉽게 단정하고서 요양결정 시 적용업무 관련 판단에 관한 처리지침에 따라 마지막 사업장인 회사를 적용사업장으로 인정한 것은 객관성과 합리성이 흠결되어 타당하다고 할 수 없는 점을 종합하면, 회사에서 수행한 업무와 의 상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는데도, 회사가 이 근무한 마지막 사업장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를 적용사업장으로 삼아 이루어진 위 처분은 위법하다.
(서울행법 2024. 8. 21. 선고 2023구단73161 판결)


< 요양결정 시 적용업무 관련 판단에관한 처리지침(2007. 11. 21. 근로복지공단 지침 제2007-31>
[3] 적용 사업장 판단기준
우선순위 적용 사업장 판단기준
(1) 전문기관 심의의뢰 결과 질병 발생과 가장 상당관계가 높은 사업장
(2) 근무기간, 작업환경, 유해요인 노출 정도 등을 고려하여 질병 발생의 주된 사업장이 명확히 판단되는 경우(3) 발병일시 또는 증악 시점 당시 근무하고 있던 유해(분진)사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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