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다 아는 상식적인 것이지는 합니다만, 영어로 철학을 뜻하는 philosophy는 지혜, 지식에 대한 사랑을 뜻합니다. 알고싶어 하는 인간의 욕구가 21세기 찬란한 문화를 탄생시켰습니다. 아는 것은 힘이 됩니다. 그러나 우리 속담에 ‘모르는 것이 약이다.’라는 것이 있습니다. 확실히 아는 것은 힘도 되고 독도 될 수 있다는 양면성을 지녔습니다. 그러나 모르는 것이 정녕 약이라면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존재가치가 상실되는 것입니다. 모르는 것이 약이 되는 경우는 특정한 사안에서 아는 것이 독이 되는 극히 예외적인 상황일 뿐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와는 무관하게 우리 가요는 ‘모르겠다’는 내용을 담은 것들이 줄줄이 히트를 쳤습니다.
- 진정 난 몰랐네, 임희숙
- 진정 난 몰랐네, 최병걸
- 난 아직 모르잖아요, 이문세
- 난 정말 모르겠네, 송골매
인생살이를 하다보면 매순간 잘 모르는 상황이 등장합니다. 신문이 존재하는 이유는 매일 새로운 소식과 정보를 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냥 그러려니 하고 편하고 살고 싶은 것이 인간의 욕구이기도 합니다. 만사가 귀찮아지는 경우도 존재합니다. 사는 것은 조변석개의 연속입니다. 신이 나서 살맛이 넘치다가도 딱 죽어버리고 싶은 순간이 연속되기도 합니다. 실은 그렇게 희로애락이 넘치기에 인생이 어렵기도 합니다.
윤시내의 ‘난 정말 모르겠네’는 노래 제목처럼 가사도 뒤죽박죽 잘 모르게 흘러갑니다. 높은 산이 말하는 것을 모르겠다고 하지를 않나, 깊은 물이 말하는 것을 잘 모르겠다고 하지를 않나, 도무지 알 수 없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데뷔당시부터 이처럼 튀는 노래가사였고, 가수도 티나 터너처럼 튀면서도 가창력이 발군인 윤시내였기에 대중의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5cF_jjC38Ok
윤시내가 데뷔했던 시절은 최병걸, 송대관, 나훈아, 최헌 등 트로트계열의 가수가 10대가수를 휘잡던 시절이었습니다. 혜은이도 길옥윤의 ‘진짜진짜 좋아해’라는 트로트곡으로 인기를 휘몰이하던 시절이기도 했습니다. 그 와중에 윤시내의 등장은 가뭄에 단비같은 상황이었습니다.
윤시내는 가수 자체도 훌륭하지만, 명곡을 잘 만났습니다. 고 김추련이 열연을 했던 ‘열애’를 부른 가수이기도 했고, 고음의 끝판왕만이 소화할 수 있는 명곡 ‘천년’을 부른 가수이기도 했습니다. 윤시내는 나중에는 ‘공부합시다’와 같은 코믹 댄스곡까지 무난히 소화할 정도로 역량이 넘치는 가수였습니다. 물론 댄스곡이면서 본인의 댄스실력은 엉성하다는 함정이 있기는 했지만. 가수가 가창력이 넘친다는 것은 반드시 고음역대를 능수능란하게 부른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고음역대를 월등하게 잘 소화한다는 것은 가수의 역량을 증명하는 지표이기도 합니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퀸의 리더싱어 프레디 머큐리를 생각하면 됩니다. 물론 로버트 플랜트도 뺄 수 없습니다.
윤시내는 그 시대를 고려하면 아방가르드한 가수였습니다. 당시에는 튀는 화장에, 뭔가 이상한 옷차림 등 도무지 알 수 없는 가수였습니다. 창법도 윤시내만이 소화할 수 있는 개성만점의 독특한 창법을 구사했습니다. 그래서 ‘난 모르겠네’를 부를 때, 시청자들도 우리들도 너를 잘 모르겠다는 우스개소리도 있었습니다.
이제 윤시내가 데뷔한지 40년이 넘었습니다. 당시에는 시대를 앞서가는 듯한 기이한 풍모였지만, 지금 봐도 그리 촌스럽지 않은 것이 윤시내입니다. 어찌 보면 시대를 앞서간 가수가 아닌가 합니다. 아무튼 윤시내는 잘 알기 어려운 가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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