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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아디다스, 그리고 슬픈 르까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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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흐르면 강산만이 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산업구조도 변하기 마련입니다. 한때, 부산의 간판산업은 동명목재로 대표되는 가구제조업, 한진중공업으로 대표되는 조선업, 그리고 화승으로 대표되는 신발제조업이 있었습니다. 기차표 고무신과 학생화로 내수산업의 전형이었던 동양고무가 화려하게 변신한 화승은 나이키라는 세계적 브랜드의 OEM업체로 급성장을 합니다. 미국 나이키 본사로 보면 단지 OEM업체에 불과함에도 화승 나이키라는 CF를 제작하면서, 나이키 본사에서 보면 요즘 말로 선을 쎄게 넘는영업을 하였습니다. 나이키 본사는 마침내 칼을 뽑았고, ‘한국나이키라는 상호로 아예 한국법인을 차렸습니다. 당연히 OEM계약도 해지했습니다.

 

눈물을 머금고, 그러나 과감하게 화승은 르까프를 만들었습니다. 그것이 1980년대입니다. ‘애국심으로 포장하는 국뽕마케팅은 나름대로 먹어줬습니다. 내수시장에서 꾸준히 점유율을 유지했습니다. 그러나 브랜드파워가 약한 데다가 국뽕이 빠지면서 르까프는 내수시장에서 고전했습니다. 수출시장의 개척은 머나 먼 길이었습니다. 시장의 트렌드도 변했습니다. 왜 국산브랜드라는 이유만으로 르까프를 사줘야 하나? 소비자들은 브랜드파워가 우월한 나이키와 아디다스로 몰렸습니다. 소비자들은 브랜드에 민감합니다. 각 브랜드에 따라 품질의 차이가 존재하든 말든 메이저 브랜드를 선택합니다. 그래서 디자인은 갑이지만 내구성은 을도 아닌 병에 가까운 나이키가 오랜 기간 승승장구를 했습니다. 실은 나이키의 나라 미국에서 나이키는 생산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디자인빨, 광고빨, 그리고 브랜드빨로 먹어줬던 것입니다. 그러나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런닝슈즈를 중심으로 반란이 일어났습니다. 호카, 써코니, 온 클라우드 등 꾸준히 신흥 강호가 등장하고 아식스, 아디다스, 미즈노 등 기존 강호가 런닝슈즈에서 칼을 갈고 신제품으로 소비자들에게 호소했습니다. 소비자들은 기능과 가성비 등 꼼꼼하고 다양한 분석으로 브랜드의 선택을 넓혔습니다. 절대강자 나이키의 매출이 급감했고, 위상이 추락했습니다. 당연히 주가도 급락했습니다. 나이키의 자만심이 추락의 일조입니다. 나이키만 추락한 것은 아닙니다. 독일인 특유의 느린 의사결정은 독일 기업 아디다스라고 예외일 리가 없습니다. 나이키에 지속적으로 밀리던 아디다스는 다음의 <기사>처럼 적자의 아픔을 겪었습니다. 아디다스는 심기일전 했습니다. 적자의 아픔은 느긋한 독일인에게도 화급함을 불렀습니다.

 

그래서 디자인의 혁신 등을 시장에 던졌고, 소비자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다음 <기사>는 아디다스의 흑자전환에 화승엔터프라이즈라는 화승의 아이덴티티를 승계한 기업이 반색을 한다고 소개합니다. ODM업체에 불과한 화승이 마치 친구라도 되는 양 송무백열(松茂栢悅)의 상태라는 전제에서 논리를 전개합니다. 나이키의 OEM업체에서 ODM이라는 한 단계 성장(?)한 화승을 칭송하면서 정작 중요한 것은 잊은 채! 화승이 ODM으로 잘 나간다는 것은 르까프의 소생이 멀어진다는 의미입니다. 자기 브랜드는 쇠락하고 남의 브랜드를 만들어 파는 것은 이윤은 별론으로 하고 미래를 파는 것입니다. 아디다스가 ODM을 해지하면 화승은 낙동강 오리알이 됩니다. 그 옛날 나이키에 버려진 아픔이 반복될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지금은 국뽕마케팅이 쉽지 않은 시대입니다.

 

미우나 고우나 르까프는 국산브랜드이기에 애착이 갑니다. 팔이 안으로 굽어서인지 국뽕까지는 아니라도 르까프가 무림을 휩쓰는 강호로 군림하기를 막연하나마 기대하는 감정이 꿈틀거립니다. 그러나 다음 <기사>를 보면, 르까프의 부활이 마냥 쉽지만은 않은가 봅니다. 르까프의 봄날은 올 것인지 아리송합니다.

 

“31년 만에 적자다.”
불과 1년여 전, 무려 1992년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는 작년 초 발표한 연간 실적에서 5800만유로, 800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했다. 아디다스가 적자를 기록했다는 것 자체가 큰 충격이었다. 러닝화 시장에서 밀리는 등 시대에 뒤쳐졌다는 혹평도 쏟아졌다. 그로부터 1년여 뒤. 이 짧은 시간 만에 시장의 평가가 급변하고 있다. 아디다스의 화려한 부활이다. 실적 수치가 크게 개선되며 흑자전환을 예고한 상태.
그리고 아디다스의 부활에 가장 크게 기뻐할 국내 회사가 있다. 바로 화승엔터프라이즈. 대표적인 아디다스 ODM(제조업자 개발생산 방식) 업체로, 사실상 아디다스의 성패에 회사 운명이 좌우된다. 아디다스의 부활에 맞춰 최근 화승엔터프라이즈의 실적이나 주가도 크게 고무된 흐름이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6/0002420923?sid=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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