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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치와 고등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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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인들이 정작 도시락의 뜻은 잘 모른다는 것이 재미가 있습니다만, 러시아에서 한국을 상징하는 제품으로 도시락면을 꼽는다는 말은 거의 상식수준으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도시락을 학교 점심시간에 먹는 추억도 1990년대까지 각급 학교를 다닌 세대에만 한정되는 추억입니다. 이제 도시락은 편도라 불리는 편의점 도시락이 대중적입니다. 올드보이들이 학교에서 먹던 도시락은 이제 추억의 페이지에서만 존재합니다. 급식이 보편화되었기 때문입니다. 도시락이라는 단어에서도 세대차이를 뚜렷이 느낄 수 있습니다.

 

1980년대까지 도시락의 주요 반찬은 김치, 감자볶음, 멸치볶음과 갈치조림과 고등어조림, 그리고 어묵볶음 등이었습니다. 지금은 어묵으로 용어가 통일된 인상이지만, 그 시절만 해도 오뎅(おでん)이 대세였습니다. 호떡, 핫도그와 더불어 포장마차의 영혼의 파트너가 바로 어묵이었습니다. 도시락 반찬으로 주로 등장하는 것들은 당연히 서민음식이었습니다. 바로 이 어묵의 주재료가 갈치입니다. 갈치가 서민생선이었다는 역사적 방증입니다. 그런데 요즘 제주도에서 갈치백반이 10만원을 훌쩍 넘는다는 뉴스는 진정 격세지감을 절절하게 느끼게 합니다. 서민생선에서 고급생선으로 대반전을 이룬 것이 갈치입니다. 그 시절 쇠고기장조림과 더불어 부잣집 아이들이 주로 싸오는 분홍소세지는 이제 자취생이나 빈곤층이 아니면 먹지 않는 것을 보면 반찬버전의 새옹지마를 확실히 느낄 수 있습니다.

 

1980년대까지는 갈치와 더불어 재래시장의 노점상이 좌판에서 팔던 생선이 고등어였습니다. 묘하게도 지금은 둘 다 입지가 변했습니다. 갈치가 서민생선에서 귀족생선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한 것과 달리 고등어는 입지가 조금 애매합니다. 고등어의 가격이 갈치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굳이 비유하자면, 갈치가 상류층이라면 고등어는 중산층 정도로 자리잡았습니다. 그 시절에 아재개그로 고등어(皐登魚)’고등어(高等魚)’로 쓰면서 고등학생이 주로 먹는 생선’, ‘고등지식인이 주로 먹는 생선등으로 불리기도 했으나, 고등어는 대표적인 서민생선이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bw8h__aWuMM

 

 

1983년에 발표된 김창완의 어머니와 고등어를 들은 김창완의 어머니가 나는 쇠고기도 해주는데, 왜 고등어가 나오냐?’면서 김창완에게 불만을 표시했다는 후일담이 있다는 것은 고등어가 서민생선이었다는 사실을 방증합니다. 그 시절에 서민들이 즐겨찾는 백반식당에서 단골손님격으로 등장했던 생선도 고등어였습니다. 고기가 귀해서 서민들이 그나마 취할 수 있던 것이 생선이었고, 갈치와 고등어였습니다.

 

갈치, 고등어와 더불어 그 시절 ‘3대 국민생선으로 꼽히던 것이 명태입니다. ‘독도는 우리땅에서 등장하기도 하고, ‘명태라는 가곡이 있을 정도로 명태도 국민생선이었습니다. 동태, 코다리, 생태, 황태, 노가리 등 다양한 이름으로 존재하면서 겨울철 뜨끈한 서민음식은 물론 사시사철 국민음식으로 식탁에 오르던 명태는 이제 러시아와 북한 수역으로 이동하여 국산은 찾기가 어려운 상태입니다. 결국 그 시절 ‘3대 국민생선으로 불리던 생선의 입지가 모두 크게 변했습니다. 정녕 격세지감이란 이럴 때 쓰라고 만든 말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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