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신년이 출발하였기에 크리스마스의 기억은 잊혀져가지만, 매년 연말이면 스크루지가 주인공인 찰스 디킨스 원작의 ‘크리스마스 캐롤’이 드라마, 영화, 그리고 원작소설이 유행을 한다는 사실마저 잊을 수는 없습니다. ‘크리스마스 캐롤’은 심지어 영국과는 이역만리 떨어진 한국의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에서도 실릴 정도로 문학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품입니다. ‘크리스마스 캐롤’에서 간과하기 쉬운 대목이 스쿠루지가 고용한 직원 등 당시의 상당수 영국 근로자들이 저임금노동에 시달렸다는 대목입니다. 실은 찰스 디킨스의 다른 걸작 ‘올리버 트위스트’는 빈민가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폭풍의 언덕’, ‘인간의 굴레’, ‘테스’ 등을 위시하여 대영제국의 기상을 세계 각국에 날렸던 당대의 문학작품은 의외로 찌질하고 가난한 영국인들이 직·간접적으로 다수 소개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심지어 추리소설인 셜록 홈즈의 일련의 소설에서도 고단한 일상, 그리고 돈에 시달리는 서민의 삶이 소재가 되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범죄는 돈의 매개변수입니다. 모두 극강의 국력을 과시하던 대영제국의 극성기에 이런 문학작품이 발표되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국가가 번영하고 대기업이 맹위를 떨치더라도 저소득층의 출현은 어쩌면 필연적입니다. 여기에서 영국의 브렉시트의 출발부터 무리가 존재하지 않았나 반추해볼 여지가 있습니다. 저임금일자리를 비EU인들이 차지하는 것이 불편했던 것이 브렉시트의 주요 원인 중의 하나였기 때문입니다. 실은 조선을 넘어 단군 이래 한반도를 빛낸 위대한 군주로서, 한국 화폐 1만원권의 모델인 세종의 시대에도 빈민과 아사가 넘쳐났습니다. 아무튼 대영제국의 영광을 재현한다는 목표로 출발한 영국의 브렉시트 결과는 전 세계의 조롱과 비판을 받기 충분했습니다.
○EU가 추구한 정책 중의 간판은 ‘EU영내 자본과 인력이동의 자유’입니다. 당연히 EU영내에서 저개발국가인 동유럽 내에서의 인력이 대거 브렉시트 이전의 영국으로 이동하여 저임금일자리를 차지했으며, 이것이 브렉시트의 주요 원인이 됐습니다. 그런데 브렉시트 이후에 과연 영국인이 영국 내 저임금일자리를 차지했는가, 의문이 생깁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는 비EU권 인력이 대거 영국으로 유입됐기에 결과는 대반전을 이뤘습니다. 영국인은 저임금을 받는 3D업종에 취업하려 하지 않았고, 제3국 출신 인력이 그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이 와중에 외국인고용허가제를 실시하는 한국도 마찬가지인 점이 인상적입니다. 그런데 브렉시트와 무관한 EU영내 국가들의 사정은 다른가, 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모두 대동소이합니다.
○EU영내 저개발국의 청년들이 대거 부자국가로 이주한 것도 사실이지만, 부자국가들은 직접 저개발국에서 아웃소싱기업을 설립하거나 아예 비EU권 국가들의 인력을 이민이라는 이름으로 수입하거나 탈법이나 불법적인 방법이 가미된 외국인고용제도로 인력운용을 했습니다. 그 중에서 일부 유명 명품업체가 저임금으로 명품을 제조했던 사실은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정작 EU영내의 부자국가들은 주4일제 근무를 확대해 나가는 등 근로시간을 축소하면서, 다음 <기사>에서처럼, 반이민정책을 요구하는 국가의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테러와 문화적 이질감, 자국민과의 지속적인 갈등 등 반이민의 목소리는 어쩌면 당연한 사실입니다.
○이렇게 EU내부에서는 이민정책과 반이민정책이 혼재되어 카오스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반이민정책을 고수하는 <기사>속의 보수정파의 주장이 관철될 것인가는 회의적입니다. EU영내의 제조업과 저임금일자리를 대체할 인력을 어디에서 조달할 것인가의 문제가 바로 그것입니다. 직구의 시대에 중국산 저가상품의 공세를 어떻게 막을 것인지에 대한 해답을 내놔야 양질의 일자리 확대가 가능합니다. 고임금근로자들을 고용하면 EU영내의 부자국가들의 국제경쟁력을 어떻게 추진할 지도 오리무중입니다. EU영내의 국제경쟁력이 중국, 베트남 등 저개발 아시아국가를 극복할 것인지도 불투명하고, 미국의 디지털 식민지를 언제까지 감당할 수 있는지도 불분명합니다. 그리도 반이민정책은 필연적으로 상대국가의 반발을 초래하기에, 그 뒷감당도 고려해야 합니다. 겉으로는 극렬 반이민정책을 추구하지만 그 대안은 전혀 알맹이가 없습니다. 혐오정서를 내세우면서도 아무런 대안이 없는 전형적인 포퓰리즘입니다.
○슬프게도 EU내부에서의 논쟁은 한국에서도 유사하게 행해집니다. 외국인근로자의 고용을 폐지하라는 주장이 극우단체를 중심으로 강렬히 전개되지만, 막상 아무런 대안이 없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비록 이민과 외국인고용이라는 차이는 존재하지만, 외국인의 고용이라는 본질적 문제는 동일합니다. 그리고 그 구체적인 문제는 3D업종을 기피하는 문제에서 출발했다는 점도 동일합니다.
<기사> 스웨덴과 오스트리아 정상이 2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차원의 강화된 불법 이민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와 카를 네함머 오스트리아 총리는 이날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EU 가입 30주년 기념 회의에서 이같이 밝혔다. 모두 우파 성향 정부를 이끌고 있는 두 정상은 불법 이민 대책이 보다 강력하게 EU 차원에서 국경을 관리하고 망명 신청이 거부된 이주민의 본국 송환을 가속하는 방안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크리스테르손 총리는 "우리는 지금 틀을 깬 사고가 필요하며 단순히 논의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해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가 3월께 체류 자격이 없는 이주민을 본국으로 송환하기 전 수용하는 역할을 할 '송환 허브' 설립 계획을 마련할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작년 10월 EU 정상회의 공동성명에서 정상들은 불법 이민 문제와 관련 "외교·개발·무역·비자 정책을 포함해 모든 수단과 도구를 동원해 단호히 조처할 것을 촉구한다"고 명시했다. 공동성명은 또 불법 이민자의 본국 송환에 속도를 내기 위해 새로운 입법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집행위에 촉구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1/0015139255?sid=104 |
'자유게시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로보트태권브이의 꿈> (0) | 2025.01.06 |
---|---|
<밀레의 저녁 종(만종) 이야기> (3) | 2025.01.01 |
<프랑스산 와인의 감소를 음미하며> (3) | 2025.01.01 |
<연필과 볼펜 사이에서> (1) | 2024.12.31 |
공유물의 ‘변경’의 의미와 요건 등 (0) | 2024.12.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