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과 흑’, ‘보바리 부인’, ‘개선문’ 등 프랑스인 작가가 집필하거나 프랑스가 배경이 된 소설 중에서 와인이 빠지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심지어 탐정소설에 불과한 ‘괴도 뤼팽’에도 와인이 등장합니다. 프랑스 하면 와인을 꼽을 정도로 와인의 나라이며, 맥주의 나라 독일과 비교됩니다. 그리고 프랑스산 와인은 아직도 고급와인의 대명사로 군림합니다. 과일주에 불과한 와인임에도 같은 재료로 만든 남미산 와인보다 훨씬 고가입니다. 그런데 남미산 와인이나 프랑스산 와인이나 성분이나 제조방법에 있어서 본질적인 차이는 없습니다. 단지 ‘프랑스산’이라는 브랜드값을 반영한 것입니다. 그래서 프랑스산 와인은 전 세계적으로 고가에 팔려나갔습니다.
○그런데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다음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와인의 나라 프랑스 내에서조차 와인의 소비가 급감하고 있습니다. <기사>에서는 소개하고 있지 않지만, 중국 등 수출량도 급감하고 있습니다. 소비가 급감하는 것을 반영하여 포도밭을 갈아엎는 등 포도재배 농가의 시위가 격렬했고, 이를 고려하여 프랑스 정부가 <기사>의 내용처럼,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하여 포도밭의 용지전용과 와인 자체의 용도전환을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포도밭이 사라지고 와인의 소비가 줄면 당연히 관련 일자리도 대거 사라집니다. 더군다나 고가의 와인의 소비가 줄기에 양질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의미입니다.
○여기에서 생각해볼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는 양질의 일자리를 무엇으로 대체하는가, 라는 문제와 둘째는 실업급여, 연금 등 사회보장제도의 문제가 바로 그것입니다. ‘배운 것이 도둑질’이라는 속담을 빼고도 농업은 가장 보수적인 직종입니다. 파종-생육-수확이라는 순환구조가 수천 년간 지속된 직종이기 때문입니다. 포도농사는 파종이 없기는 하지만, 농사의 속성상 농부를 전직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이직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포도밭의 전용도 장기간의 시간이 걸립니다. 그리고 실직한 농부들의 실업급여 등 사회보장비용도 엄청납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점은 와인산업의 위축은 취업구조와 산업구조를 붕괴시킬 수 있다는 점입니다.
○프랑스는 전통적인 선진국입니다. 선진국의 요건으로 필수적인 것이 1인당 GDP입니다. 근로자와 농어민의 소득이 높다는 의미입니다. 근로소득이 자본소득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선진국의 특성이라지만, 근로소득의 상향평준화가 없이 선진국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농어민의 소득이 보장되어야 선진국이 가능합니다. 프랑스는 물론 유럽은 지금 도덕적 해이라는 중병을 앓고 있습니다. 그것은 세금은 줄이면서 사회보장은 늘리고, 그리고 근로시간은 줄이자는 지극히 포퓰리즘적인 상황을 말합니다. 우리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거기에 더하여 고령화와 저출산의 폭증은 유럽은 물론 전 세계의 잠재성장률을 갉아먹고 있습니다. 바캉스는 여름휴가로 텅빈 도시를 뜻하는 프랑스어입니다. 과거 프랑스는 제국주의시절에 쌓은 부와 기술로 선진국이 되었지만, 제3세계의 도약으로 프랑스의 경제는 현재는 안개 속입니다.
<기사> 프랑스 정부가 막대한 돈을 들여 와인 생산량을 줄이려는 것은 소비가 위축하면서 와인 가격이 급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와인기구(OIV)에 따르면 프랑스의 1인당 평균 와인 소비량은 2002년만 해도 70ℓ에 달했지만 지난해엔 47ℓ로 줄었다. 건강을 챙기는 문화가 확산하면서 주류시장 규모 자체가 줄어든 데다가 주류시장 안에서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프랑스 젊은 층에선 와인 대신 맥주나 위스키를 즐기는 문화가 퍼지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치솟은 물가에 허리끈을 졸라매는 소비자가 늘면서 와인 소비는 더욱 가파르게 감소했다. 프랑스 와인업계에선 올해 와인 소비량이 생산량보다 3억ℓ가량 밑돌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페노 장관은 “와인 산업이 미래를 내다보고 소비자의 변화를 고려해 적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8/0005560911?sid=1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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