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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로보트태권브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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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조명하는 다큐멘타리 프로그램은 항상 과거는 이랬는데 현재는 이랬다라는 멘트를 담습니다. 과거보다 현재가 발전했다는 전제의 멘트임은 물론입니다. 엄밀히 말해서 세월이 직진하더라도 과거보다 현재가 진보하는 것이 필연적인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절대다수는 진보를 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공중전화를 예로 듭니다. 당장 1980년대만 하더라도 공중전화 예절이 공익광고로 공중파방송국에서 방영되었지만, 지금은 전 국민이 스마트폰을 갖고 있기에 공중전화라는 말 자체가 어색합니다. 그리고 공중전화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시민이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2000년을 전후하여 유행했던 시티폰, 삐삐 등도 이미 사어가 됐습니다. 문명의 이기를 보면, 세상은 진보하는 것을 절절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언제나 예외가 있는 것이 세상이고 인생입니다. 퇴보를 하는 것도 있기 마련입니다. 믿기 어렵겠지만, 만화영화, 인형극, 어린이드라마 등 일련의 어린이프로그램은 거의 실종 수준입니다. 그 서슬 퍼런 박정희 정부 시절만 하더라도 어린이는 나라의 미래라는 글귀가 각급 국민학교에 걸려 있었습니다. 정규방송이 사작되면 막바로 만화영화, 어린이드라마, 그리고 인형극이 방영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주일의 동요등과 같은 동요도 방영이 되었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방학만 되면 방학특선만화영화가 극장(그 시절을 요즘 단관극장이라 합니다)에 일제히 걸렸습니다. 방학특선 만화영화로 초대박을 친 것이 바로 1976년에 개봉된 로보트태권브이입니다. 그 이후로 방학이 되면 만화영화가 개봉되는 것이 관행으로 정착하였습니다. 그러나 이제 방학이 되더라도 만화영화는 방영되지 아니합니다. 아니, 만화영화 자체가 사장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줄고 있는 원인도 무시할 수 없지만, 궁극적인 이유는 어린이 관련 산업이 돈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가령, 만화영화를 제작하려면 엄청나게 많은 제작비가 소요됨에 반하여 예상수익은 그에 미치지 못합니다. 만화영화는 과거에는 원화작업, 채화작업, 그리고 필름작업 등 일련의 수작업만으로 했습니다. , 노동력을 갈아서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컴퓨터로 행하기에 노동력 자체는 대폭 절감되지만, 인건비가 급등하여 원활한 제작이 불가능합니다. ‘만화천국이라 불렸던 일본에서도 원화 및 채화를 담당했던 인력이 저임금에 시달리다가 일부는 중국 등의 하청작업을 수행하고, 나머지는 아예 업계를 떠났습니다. k-드라마가 세계에서 주목을 받는 상황에서 만화영화는 못 만들 리가 없습니다. 비용 대비 수익이 저조하기 때문입니다.

 

얄궂게도 그 시절은 풍성한 저임금의 노동력만이 존재했고, 플롯을 전개할 캐릭터 자체가 없었습니다. 단지 미국을 비롯하여 일본 등 선진국 만화제작의 하청기지로 연명했을 뿐입니다. 독자적인 캐릭터의 구축이 어려워서 쓰다남은 일본만화의 캐릭터를 짜깁기해서 철인007’ 등 만화영화를 제작했습니다. 표절은 기본이었습니다. 대표적인 메카로보트인 마징가제트를 표절해서 로보트태권브이를 만든 것은 이제 국민상식 수준입니다. 그래서인지 로보트태권브이를 만든 김청기 감독은 처음에는 국민영웅이었다가, 나중에는 하필 일본만화영화를 표절한 인물이라는 인물로 낙인이 찍혀서 마치 매국노처럼 취급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김청기 감독을 비난하는 사람은 많아도 로보트태권브이를 능가하는 메카로보트를 만들겠다고 다짐하는 제작자는 물론 투자자도 없었습니다. 실은 그 이전에 만화영화가 극장에서 걸리는 일 자체가 드문 시대가 되었습니다. ‘겨울여왕의 전례는 극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저출산의 시대를 극복하고 만화영화를 만드는 시도 자체가 없는 것은 무척이나 우울한 일입니다. 박정희, 전두환 시대에도 만화영화는 어린이에게 꿈을 안겨줬는데, 이제 꿈을 안겨줄 수 없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새로운 캐릭터로 부활하면 좋으련만 사채광고 등 실망을 안겨주는 광고로만 부활해서 당시의 그 많은 어린이팬들을 낙담하게 만들곤 했습니다. 로보트태권브이보다 나중에 등장한 건담의 맹활약이 마냥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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