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사극이 뜸합니다. 그래도 예전부터 사극에서 클리셰로 등장하는 원님재판을 보면, 대충 다음과 같은 대화가 오고 갑니다.
※“네 이놈. 여기가 어디인 줄 알고 요설을 푸느냐? 네 죄를 네가 알렸다!”
원님인 듯한 사람이 눈을 부라리며 죄인을 국문합니다.
“아이고! 사또 나으리! 소인은 전혀 모르는 일입니다.”
원님은 노기 띤 목소리를 높입니다.
“여봐라! 저 놈이 이실직고를 하지 않고 있다. 정신이 들 때까지 매우 쳐라!”
그리고 형장에 묶인 죄인은 모진 매질을 겪습니다.
○원님재판처럼 소추기관이 곧 재판기관이 되는 재판을 규문재판이라 합니다. 판관 포청천의 재판도 규문재판입니다. 그런데 수사, 소추, 재판을 하는 당사자는 본능적으로 자기확신으로 자기가 한 행동을 정당화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프랑스 대혁명을 겪은 프랑스에서 수사기관이 소추기관을 겸하면 소추권이 남용되고, 수사권은 인권침해를 야기한다는 사실을 역사적 경험으로 깨닫고 소추기관으로 검사제도를 창안했습니다. 규문재판은 수사, 소추, 재판까지 원님이 겸하니 공정한 재판은 불가능합니다.
○기업 내부의 징계제도도 수사, 소추 및 재판의 주체가 사용자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연히 사용자, 구체적으로는 최고경영자의 의사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감정적인 징계가 나오기 십상입니다. 실은 최고경영자는 기업경영자이지 징계 등 법률전문가가 아니기에 감정적인 결정이 나오는 경우가 흔합니다. 정상적인 징계를 넘어 과도한 징계가 나오거나 징계과정에서 피징계자의 인권이 침해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실은 징계제도 자체가 그런 경향을 안고 있는 숙명입니다.
○사용자는 징계가 정당하다는 외관을 구비하기 위하여 무리수를 두기 마련입니다. 피징계자에 대한 증거를 조작하거나 절차를 생략하기도 하고, 징계의 결과도출을 다분히 아전인수격으로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피징계자는 징계 자체의 다툼을 넘어 이러한 사용자의 부당한 행위가 민법 제750조 소정의 불법행위라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대법원은 ‘불이익처분이 우리의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상 용인될 수 없음이 분명한 경우에는 그 불이익처분은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거나 재량권을 남용한 위법한 처분으로서 효력이 부정됨에 그치지 아니하고, 위법하게 상대방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것이 되어 근로자에 대한 관계에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09다86246 판결).’라고 판시를 하여 징계처분의 당부를 넘어 피징계자에 대한 불법행위를 인정하였습니다.
○징계행위 자체는 사용자의 인사권의 고유한 속성으로 광범위한 재량권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 재량권의 일탈이나 남용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손해배상액은 징계기간 동안 임금의 삭감 등 소극적 손해와 위자료가 대략적인 손해가 됩니다.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해고 등 불이익처분을 할 만한 사유가 전혀 없는데도 오로지 근로자를 사업장에서 몰아내려는 의도하에 고의로 명목상의 불이익처분 사유를 내세우거나 만들어 불이익처분을 한 경우나, 불이익처분의 사유가 취업규칙 등에서 정한 불이익처분 사유에 해당되지 아니하거나 불이익처분 사유로 삼을 수 없는 것임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또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그와 같은 사정을 쉽게 알아볼 수 있는데도 그것을 이유로 불이익처분에 나아간 경우와 같이 불이익처분이 우리의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상 용인될 수 없음이 분명한 경우에는 그 불이익처분은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거나 재량권을 남용한 위법한 처분으로서 효력이 부정됨에 그치지 아니하고, 위법하게 상대방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것이 되어 근로자에 대한 관계에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09다86246 판결)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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