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투적이라 할 정도로 너무 자주 쓰이는 속담이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라는 것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강산의 변화속도는 더 빨라집니다. 그러나 강산만 변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도 흥망성쇠를 하고, 기업의 사업내용도 변합니다. 반도체로 명성이 높은 삼성이 과거에 ‘카파’라는 브랜드로 국내 굴지의 시계제조사였다는 사실은 이제 오래 전의 일입니다.
○사업이 있는 곳에는 고용이 있고, 사회보험료가 있습니다. 그리고 산재가 있고 산재보험료가 있습니다. 산재보험료는 국영보험입니다. 전국의 무수히 많은 사업장의 산재위험을 일일이 측정해서 산재보험료를 도출하는 것은 행정낭비입니다. 그래서 산재보험법은 매년 6월 30일을 기준으로 ‘업종별로’ 산재위험을 측정해서 산재보험료를 산정하고 이 산재보험료율에 당해 사업장이 고용하는 근로자의 보수총액을 곱하여 산재보험료를 산출합니다.
○그럼 여기에서 맨 처음에서 제기한 속담과의 관련성을 생각해 봅니다. 사업이 변하면 산재위험이 달라지는 것은 충분히 예측가능한 사안입니다. 그럼 산재보험료율도 변경이 되는데, 이 변경된 산재보험료율로 어떻게 산재보험료를 부과하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다음 대법원 판결대법원 2020. 4. 9. 선고 2019두61137 판결)이 이러한 의문의 교과서입니다.
○대법원은 사업종류를 결정하면 기계적으로 그에 따라 산재보험료율이 결정되므로, 통상의 공과금부과의 경우처럼 부과라는 처분이 있어야 비로소 행정쟁송법상의 ‘처분 등’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종료의 변경처분 그 자체가 이미 처분 등에 해당한다고 판시를 하였습니다. 사업종류의 결정으로 이미 산재보험료의 부과라는 운명이 결정된다는 전제입니다.
○근로복지공단의 사업종류의 결정은 당해 사업장을 방문하여 사업의 실제 운영상황, 영업활동, 기타 근로자의 근무내역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도출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현장조사를 통하여 결정되는 사업종류의 결정은 당연히 구속력이 있는 결정으로 이를 기초로 산재보험료가 부과된다는 점을 대법원이 주목을 한 것입니다.
○대법원의 이 판결에서 또 주목할 대목은 비록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사회보험료를 통합징수한다고 하더라도 사업종류의 변경절차를 실제 이행한 근로복지공단이 피고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명백히 하였습니다. 실제 소송에서는 국민건강보험공단도 공동피고로 하여 소송을 제기하였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산재보험료율결정의 실무를 모르기에 비효율적인 피고의 지정일 수 있습니다.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 제14조(보험료율의 결정)① 고용보험료율은 보험수지의 동향과 경제상황 등을 고려하여 1000분의 30의 범위에서 고용안정·직업능력개발사업의 보험료율 및 실업급여의 보험료율로 구분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② 제1항의 고용보험료율을 결정하거나 변경하려면 「고용보험법」 제7조에 따른 고용보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③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제1항제1호, 제2호 및 같은 항 제3호가목에 따른 업무상의 재해에 관한 산재보험료율(이하 제4항부터 제6항까지에서 "산재보험료율"이라 한다)은 매년 6월 30일 현재 과거 3년 동안의 보수총액에 대한 산재보험급여총액의 비율을 기초로 하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연금 등 산재보험급여에 드는 금액, 재해예방 및 재해근로자의 복지증진에 드는 비용 등을 고려하여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하여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한다. 이 경우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제1항제3호나목에 따른 업무상의 재해를 이유로 지급된 보험급여액은 산재보험급여총액에 포함시키지 아니한다. 후략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이하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이라고 한다)에 의하면, 사업주가 부담하여야 하는 산재보험료는 그 사업주가 경영하는 사업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개인별 보수총액에 산재보험료율을 곱한 금액을 합산하는 방식으로 산정한다(제13조 제5항). 산재보험료율은 매년 6월 30일 현재 과거 3년 동안의 보수총액에 대한 산재보험급여총액의 비율을 기초로 하여, 재해 발생의 위험성과 경제활동의 동질성 등을 기초로 분류한 사업 종류별로 구분하여 고용노동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되, 사업 종류별 보험료율의 구성과 산정 방법은 시행규칙 [별표 1]로 정하고 있다(제14조 제3항, 같은 법 시행규칙 제12조). 중략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관련 규정들의 내용과 체계 등을 살펴보면, 근로복지공단이 사업주에 대하여 하는 ‘개별 사업장의 사업종류 변경결정’은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인 ‘처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사업종류별 산재보험료율은 고용노동부장관이 매년 정하여 고시하므로, 개별 사업장의 사업종류가 구체적으로 결정되면 그에 따라 해당 사업장에 적용할 산재보험료율이 자동적으로 정해진다.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은 개별 사업장의 사업종류 결정의 절차와 방법, 결정기준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규정하거나 하위법령에 명시적으로 위임하지는 않았으나,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의 사업종류 변경신고에 관한 규정들과 근로복지공단의 사실조사에 관한 규정들은 개별 사업장의 구체적인 특성을 고려하여 사업종류가 결정되고 그에 따라 산재보험료율이 결정되어야 함을 전제로 하고 있다. 따라서 근로복지공단이 개별 사업장의 사업종류를 결정하는 것은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행정작용이다. 고용노동부장관의 고시에 의하면, 개별 사업장의 사업종류 결정은 그 사업장의 재해 발생의 위험성, 경제활동의 동질성, 주된 제품·서비스의 내용, 작업공정과 내용, 한국표준산업분류에 따른 사업내용 분류, 동종 또는 유사한 다른 사업장에 적용되는 사업종류 등을 확인한 후, 매년 고용노동부장관이 고시한 ‘사업종류예시표’를 참고하여 사업세목을 확정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1차적으로 사업주의 보험관계 성립신고나 변경신고를 참고하지만, 사업주가 신고를 게을리하거나 그 신고 내용에 의문이 있는 경우에는 산재보험료를 산정하는 행정청인 근로복지공단이 직접 사실을 조사하여 결정하여야 한다. 이러한 사업종류 결정의 주체, 내용과 결정기준을 고려하면, 개별 사업장의 사업종류 결정은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 공권력을 행사하는 ‘확인적 행정행위’라고 보아야 한다. (2) 개별 사업장의 사업종류가 사업주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변경되면 산재보험료율이 인상되고, 사업주가 납부하여야 하는 산재보험료가 증가한다. 따라서 근로복지공단의 사업종류 변경결정은 사업주의 권리·의무에도 직접 영향을 미친다고 보아야 한다. 근로복지공단이 개별 사업장의 사업종류를 변경결정하고 산재보험료를 산정하면, 그에 따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이미 지난 기간에 대한 부족액을 추가로 징수하거나 장래의 기간에 대하여 매월 보험료를 부과하는 별도의 처분을 할 것이 예정되어 있기는 하다. 그러나 개별 사업장의 사업종류를 변경하고 산재보험료를 산정하는 판단작용을 하는 행정청은 근로복지공단이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그 자료를 넘겨받아 사업주에 대해서 산재보험료를 납부고지하고 징수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따라서 근로복지공단의 사업종류 변경결정의 당부에 관하여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 하여금 소송행위를 하도록 하기보다는, 그 결정의 행위주체인 근로복지공단으로 하여금 소송당사자가 되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어떤 처분을 위법하다고 판단하여 취소하는 확정판결은 소송상 피고가 되는 처분청뿐만 아니라 그 밖의 관계행정청까지 기속한다(행정소송법 제30조 제1항). 처분청과 관계행정청은 취소판결의 기속력에 따라 그 판결에서 확인된 위법사유를 배제한 상태에서 다시 처분을 하거나 그 밖에 위법한 결과를 제거하는 조치를 할 의무가 있다(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3두27517 판결 등 참조). 근로복지공단의 사업종류 변경결정을 취소하는 판결이 확정되면, 그 사업종류 변경결정을 기초로 이루어진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각각의 산재보험료 부과처분은 그 법적·사실적 기초를 상실하게 되므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직권으로 각각의 산재보험료 부과처분을 취소하거나 변경하고, 사업주가 이미 납부한 보험료 중 정당한 액수를 초과하는 금액은 반환하는 등의 조치를 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사업주로 하여금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개개의 산재보험료 부과처분을 다투도록 하는 것보다는, 분쟁의 핵심쟁점인 사업종류 변경결정의 당부에 관해서 그 판단작용을 한 행정청인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다투도록 하는 것이 소송관계를 간명하게 하는 방법일 뿐만 아니라, 분쟁을 조기에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바로 이러한 취지에서 이미 대법원은, 근로복지공단이 사업주의 사업종류 변경 신청을 거부하는 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인 ‘거부처분’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08. 5. 8. 선고 2007두10488 판결). (대법원 2020. 4. 9. 선고 2019두61137 판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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