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가 ‘강남스타일’로 전 세계를 강타했을 때, 보스톤의 명문 음대로 명성이 높은 싸이는 자신의 모교 버클리 음대(Berklee College of Music)으로부터 묘한(?) 연락을 받았습니다. 버클리 음대는 동문인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초대박을 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이에 걸맞게 기부금(donation)을 화끈하게 내라는 정중한(!) 부탁이 바로 그 연락의 핵심이었습니다. 이것이 진정 축하인가 아니면 돈을 강요하는 것인가, 라는 진지한 의문이 한국 사회 여기저기서 제기되었지만, 실은 미국의 현실에서 이러한 부탁은 흔한 것입니다. 출세한 유명인사에게 출신대학에서 기부금을 부탁하는 것은 미국 사회에서의 오랜 관행입니다.
○그러한 관행은 영어의 단어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fundraising’이라는 단어가 그 주인공입니다. 본래 ‘raise fund’처럼 ‘기금을 모으다’라는 숙어로 쓰이기 시작하다가 대시로 이은 ‘fund-raising’으로 차츰 쓰였습니다. 그러다가 아예 한 단어로 ‘fundraising’이라는 하나의 단어로 쓰였습니다. 이제는 옥스퍼드 사전은 물론 다음과 같이 캠브리지 사전에서도 쓰이는 단어입니다. ‘fundraising’은 사회 곳곳에서 쓰이지만, 특히 대학에서 총·학장이 동문들에게 모금을 하는 것이 미국에서는 흔한 풍경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대학의 총·학장을 ‘fundraising-runner’라 부르기까지 합니다. fundraising-runner’라는 말에는 함의가 있습니다. 미국의 대학에서는 연구직, 행정직, 그리고 영업직이라는 사실상의 교수 사회의 분류가 있다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fundraising에만 전념하는 교수라면 당연히 연구에는 전념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행정보직을 맡은 교수도 그렇습니다. 이렇게 교수 사회의 분류도 점차 한국에 도입이 되는 모양새입니다.
the act of collecting or producing money for a particular purpose, especially for a charity.
○‘그러나 이러한 분류에도 불구하고 교수의 본업은 연구와 강의가 중심이 된다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한국에서도 연구와 강의는 멀리하고 TV 등의 매체에 출연하는 것이 마치 본업인 양 활동하는 교수가 있었습니다. 심지어는 ‘3T 교수’, 즉 ‘차(tea) 마시고 오후엔 테니스(tennis) 치고, 저녁엔 TV 보는 교수’라는 비아냥을 담은 신조어까지 생겼습니다. 그래서 사립학교법에 재임용제도를 활성화하는 제도가 도입되었고, 이를 통하여 무능한 교수가 퇴출되기도 했습니다. 무능교수를 솎아내야 한다는 여론과 맞물려 재임용제도가 뜨거운 지지를 받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모든 제도는 밝음과 어둠이 공존하기 마련이며, 재임용제도는 사립학교재단에 아부를 하는 어용교수만 살아남는 장치라는 비판이 일기도 했으며, 교수에 대한 모독이라는 교수 사회의 불만도 있었습니다. 또한 저출산시대를 맞아 소멸위기의 지방사립대 교수는 신입생 모집을 하는 영업사원이 되었다는 자조섞인 회한과 함께 교수의 사회적 지위의 하락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교수의 사회적 지위가 예전만 못한 것이 사실이지만, 교수라는 직함이 지닌 무게는 교사와는 차이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교수라는 명칭 자체가 존칭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립학교법은 물론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특별법)에서는 양자를 구분하지 아니하고 전부 ‘교원’으로 규정합니다. 사립학교법 및 교원지위특별법에서 벌어지는 송사의 상당수는 재임용에 대한 것입니다. 사립학교재단이 ‘미운 놈 찍어내기’ 차원 또는 ‘교수 길들이기’ 차원에서 재임용제도를 악용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지만, 기본적으로 교수의 재임용 자체가 사립학교의 재량이며, 이는 헌법상 대학운영의 자율권과 긴밀한 관련이 있기에 마냥 사립학교법인을 나무랄 수는 없습니다. 그리하여 재임용제도는 사립학교의 자율권과 교수의 신분보장과 충돌하는 영역이 되었습니다.
○사립대인 A대학교 부교수가 이 사안의 주인공으로 원고입니다. 부교수까지 승진을 했으면 연구업적이 있었을 텐데 무슨 영문인지 원고는 재임용을 위한 필수학술논문 발표기준인 ‘단독논문을 기준으로 국내 A급 이상 7편’ 중 6편이 부족하였고, 피고보조참가인(학교법인 A학원)은 교원인사위원회 의결을 거쳐 원고에 대하여 재임용 거부통지(이하 ‘이 사건 재임용 거부처분’)를 하였습니다. 이후 원고는 임용기간 만료일까지 4편의 논문에 대하여 게재예정증명서를 제출하였을 뿐 교원인사규정 제38조 제3호의 원본 제출 조건은 충족하지 못하여 최종적으로 퇴직, 즉 해고가 되었습니다. 원고는 피고(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상대로 이 사건 재임용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청심사를 청구하였으나, 피고가 이 사건 소청심사 청구를 기각하자, 피고를 상대로 그 결정의 취소를 청구한 것이 이 사안의 개요입니다. 사립학교법은 교수나 교사를 구분하지 아니하고 교원이라 지칭하며, 교원지위특별법이 규정한 특별행정심판제도인 소청심사제도를 거쳐야 합니다. 흔히들 오해하는 것이 사립학교를 상대로 소송을 한다고 생각하나, 그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이 피고적격을 보유합니다. 그리고 행정소송에서는 보조참가인의 자격으로 소송을 수행합니다.
○대법원은 위 사안에서 ‘사립대학 교원에 대한 재임용 거부의 객관적 사유, 즉 재임용 심사기준에 미달된다는 사유가 전혀 존재하지 않거나 그 사유가 존재한다 하더라도 교원으로서의 능력과 자질을 검증하여 적격성 여부를 심사하기 위한 재임용 심사에서의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결과 합리적인 기준에 기초한 공정한 심사가 결여된 것으로 인정되어 그 사법상의 효력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사회통념상 타당하다고 인정될 경우에는 그 재임용 거부결정은 무효라고 볼 수 있다(대법원 2013. 3. 14. 선고 2012두13498 판결 참조). 재량권의 일탈․남용으로 인한 재임용 거부결정의 무효 사유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사람이 증명책임을 부담한다(대법원 2010. 10. 14. 선고 2008두2231 판결 참조).’라는 기존의 판례를 확인하였습니다. 연구의 자유를 확보하기 위한 교수의 신분보장과 사립학교법인의 자율성이 구조적인 긴장관계에 있는 이상, 이러한 송사는 끊임없이 이어질 전망입니다.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제9조(소청심사의 청구 등) ① 교원이 징계처분과 그 밖에 그 의사에 반하는 불리한 처분에 대하여 불복할 때에는 그 처분이 있었던 것을 안 날부터 30일 이내에 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를 청구할 수 있다. 이 경우에 심사청구인은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選任)할 수 있다. ②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파면ㆍ해임ㆍ면직처분을 하였을 때에는 그 처분에 대한 심사위원회의 최종 결정이 있을 때까지 후임자를 보충 발령하지 못한다. 다만, 제1항의 기간 내에 소청심사청구를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기간이 지난 후에 후임자를 보충 발령할 수 있다. <대법원 판례> 사립대학 교원에 대한 재임용 거부의 객관적 사유, 즉 재임용 심사기준에 미달된다는 사유가 전혀 존재하지 않거나 그 사유가 존재한다 하더라도 교원으로서의 능력과 자질을 검증하여 적격성 여부를 심사하기 위한 재임용 심사에서의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결과 합리적인 기준에 기초한 공정한 심사가 결여된 것으로 인정되어 그 사법상의 효력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사회통념상 타당하다고 인정될 경우에는 그 재임용 거부결정은 무효라고 볼 수 있다(대법원 2013. 3. 14. 선고 2012두13498 판결 참조). 재량권의 일탈․남용으로 인한 재임용 거부결정의 무효 사유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사람이 증명책임을 부담한다(대법원 2010. 10. 14. 선고 2008두2231 판결 참조). (대법원 2025. 2. 20. 선고 2024두55877 판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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