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중정서와 중국인의 건강보험재정적자>

○예전에 유재룡이 열연한 ‘징비록’이라는 드라마를 유심히 본 적이 있습니다. 이 드라마에서 인상적인 장면 중의 하나가 ‘조선원병’을 온 명나라의 진린이라는 장수는 물론 명의 병사들의 만행입니다. 조선을 도우려는지 훼방을 놓으려는지 시종일관 안하무인의 자세가 보는 이를 무척이나 불편하게 했습니다. 그런데 유성룡의 ‘징비록’은 드라마보다 더 잔인한 명의 만행을 고발했습니다. 조선에 와서 가축을 도륙하고 가옥을 방화하고 부녀자를 겁탈하는 명군의 만행은 악마와 같았습니다. 그 시절의 만행 때문이었는지 조선의 백성들은 중국인을 ‘떼놈’이라 불렀습니다.

 

○오랜 세월이 흘렀습니다. 한국인의 반중정서가 약화되었는가 하면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조사에 따라 다르지만 무려 90% 내외를 오가는 절대적 비율로 반중정서 내지 혐중정서가 있습니다. 미국이나 일본은 그보다 낮아서 80% 내외입니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반중정서는 거의 전 세계가 공유하는 정서라고 단언해도 무방합니다. 그런데 반중정서를 전제로 대 중국에 대한 정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집니다. ①강경책(매파정책) : 중국과는 가급적 상종을 하지 말라. 중국인은 인종 자체가 이질적이다. ②온건책(비둘기파정책) : 중국이 미워도 실리는 챙기자. 중국인이 아무리 미워도 이익이 있으면 장사는 하자. 물론 중국과 국교까지 단교하자는 극단론이 있기는 하지만 이는 극소수입니다.

 

○그러나 일본이 희토류사태를 겪으면서 중국과의 교류 자체를 거부하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한국도 요소사태는 물론 마늘파동을 겪으면서 대 중국교역 자체를 포기하기는 어렵다는 짜증나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중국이 밉더라도 교류의 중단은 택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중국인 또는 중국 국적의 조선족이 없다면 건설현장, 제조현장, 농어촌현장은 무너지며, 지방대를 비롯하여 각급 대학의 운영이 곤란해집니다. 불쾌지수가 올라가지만 중국은 일종의 필요악인 것이 사실입니다. 다음의 <기사>는 ‘여전한 중국인 건강보험 ‘무임승차’...낸 것보다 640억 더 타냈다.’라는 제목으로 2023년의 대 중국인의 건강보험급여 적자를 자극적으로 서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기사>를 찬찬히 볼 필요가 있습니다. 건강보험의 ‘무임승차’는 피부양자제도를 통한 것입니다. 그러나 <기사> 어디를 봐도 피부양자제도 때문에 적자라는 대목은 없습니다. 건강보험 재정적자는 보험료보다 보험급여가 많으면 발생하는 것이지 피부양자 때문에 발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당장 ‘전체 외국인(재외국민 포함) 건강보험 가입자 재정수지가 지난해에도 흑자를 기록했다.’는 <기사> 서두의 서술을 봐도 그렇습니다. 그리고 2024년부터 피부양자의 6개월 체류기간을 설정했습니다(국민건강보험법 제109조 제4항 제3호). 적어도 향후 피부양자제도 때문에 발생할 적자는 줄 것이 예측됩니다.

○그런데 이 <기사>가 간과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한국의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는 중국인이 한국에 체류하면서 한국경제에 기여하는 점입니다. 중국인도 사람이기에 의식주활동을 하려면 한국에서 금전을 소비해야 합니다. 그리고 체류기간동안 직업활동이나 학업활동, 관광, 유흥 등을 하기 마련입니다. 한국의 내수에 기여하는 바가 있습니다. 그리고 중국인이 건강보험의 비급여, 구체적으로 성형 등의 의료서비스를 받는 것도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건강보험으로는 적자이지만 국민경제로는 흑자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중국인이 밉더라도 중국인이 뿌리는 위안화는 밉지 않습니다. 건강보험적자는 개선해야 할 문제이지만, ‘반중정서로만’ 접근하는 것은 유감입니다.

<기사> 국내 건강보험에 가입한 전체 외국인(재외국민 포함) 건강보험 가입자 재정수지가 지난해에도 흑자를 기록했다. 다만, 외국인 국적별로 보면 중국은 올해도 적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의원이 지난 15일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외국인 연도별·국적별 보험료 부과 대비 급여비 현황(2019~2023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외국인이 낸 건강보험료는 2조690억원(직장가입자 1조5015억원, 지역가입자 5675억원)이었다. 반면 외국인이 병·의원이나 약국 등 요양기관을 이용하고 건강보험에서 받은 보험급여는 1조3287억원에 그쳤다. 7403억원의 흑자를 기록한 셈이다. 하지만 중국인은 달랐다. 외국인 국적별로 살펴보면 중국인은 지난해 유일하게 낸 보험료보다 보험급여를 더 많이 받았다. 지난해 중국인 재정수지 적자는 640억원으로 적자 폭은 지난해보다 3배가량 늘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50/0000077700?sid=101 <국민건강보험법> 제5조(적용 대상 등) ① 국내에 거주하는 국민은 건강보험의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가 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은 제외한다. 1. 「의료급여법」에 따라 의료급여를 받는 사람(이하 “수급권자”라 한다) 2. 「독립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 및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의료보호를 받는 사람(이하 “유공자등 의료보호대상자”라 한다). 다만,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은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가 된다. 가. 유공자등 의료보호대상자 중 건강보험의 적용을 보험자에게 신청한 사람 나. 건강보험을 적용받고 있던 사람이 유공자등 의료보호대상자로 되었으나 건강보험의 적용배제신청을 보험자에게 하지 아니한 사람 ② 제1항의 피부양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 중 직장가입자에게 주로 생계를 의존하는 사람으로서 소득 및 재산이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기준 이하에 해당하는 사람을 말한다. 1. 직장가입자의 배우자 2. 직장가입자의 직계존속(배우자의 직계존속을 포함한다) 3. 직장가입자의 직계비속(배우자의 직계비속을 포함한다)과 그 배우자 4. 직장가입자의 형제ㆍ자매 ③ 제2항에 따른 피부양자 자격의 인정 기준, 취득ㆍ상실시기 및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다. 제109조(외국인 등에 대한 특례) ① 정부는 외국 정부가 사용자인 사업장의 근로자의 건강보험에 관하여는 외국 정부와 한 합의에 따라 이를 따로 정할 수 있다. ② 국내에 체류하는 재외국민 또는 외국인(이하 “국내체류 외국인등”이라 한다)이 적용대상사업장의 근로자, 공무원 또는 교직원이고 제6조제2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지 아니하면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제5조에도 불구하고 직장가입자가 된다. 1. 「주민등록법」 제6조제1항제3호에 따라 등록한 사람 2.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 제6조에 따라 국내거소신고를 한 사람 3. 「출입국관리법」 제31조에 따라 외국인등록을 한 사람 ③ 제2항에 따른 직장가입자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국내체류 외국인등이 다음 각 호의 요건을 모두 갖춘 경우에는 제5조에도 불구하고 지역가입자가 된다. 1.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기간 동안 국내에 거주하였거나 해당 기간 동안 국내에 지속적으로 거주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 사유로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사유에 해당될 것 2.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할 것 가. 제2항제1호 또는 제2호에 해당하는 사람 나. 「출입국관리법」 제31조에 따라 외국인등록을 한 사람으로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체류자격이 있는 사람 ④ 제2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국내체류 외국인등이 다음 각 호의 요건을 모두 갖춘 경우에는 제5조에도 불구하고 공단에 신청하면 피부양자가 될 수 있다. 1. 직장가입자와의 관계가 제5조제2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할 것 2. 제5조제3항에 따른 피부양자 자격의 인정 기준에 해당할 것 3. 국내 거주기간 또는 거주사유가 제3항제1호에 따른 기준에 해당할 것. 다만, 직장가입자의 배우자 및 19세 미만 자녀(배우자의 자녀를 포함한다)에 대해서는 그러하지 아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