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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과 단체협약

<동아일보의 황당한 사설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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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사회학자 퇴니스가 공동사회(Gemeinschaf)와 이익사회(Gesellschaft)로 대별한 것이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구분은 고교 교과서에서도 소개가 되고 있습니다. 후자인 이익사회의 대표적인 것으로 퇴니스는 노동조합을 들고 있습니다. 헌법으로까지 격상되어 규정된 노동조합의 성격에 대하여 학자들의 견해가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노동조합의 본질이 궁극적으로 노동조합원의 이익을 구현하는 것에 있다는 점은 그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바로 이러한 대전제, 즉 노동조합은 본질적으로 이익단체로서 노동조합원의 이익을 구현하기 위한 단체라는 점을 고려하면 다음의 <동아일보 사설>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사설이 지적하는 불법과 부당의 내용은 1). 사측으로부터 과도한 지원을 받았다는 점, 그리고 2). 노조전임자 수가 근로시간면제한도에 비추어 과다하다는 점입니다. 이를 압축하면, 과도하게 노동조합에게 퍼줬다는 것이며, 그 불법의 근거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 81조 제1항 제4호 소정의 지배·개입에 의한 부당노동행위라는 것입니다. 저를 포함하여 대다수 국민은 우리의 노동조합이 도덕적으로 타락하여 개선이 필요하다는 요구를 지속적으로 하였습니다. 그러나 노동조합 자체를 악마화하여서는 아니되며, 그 이전에 과연 퍼주기불법과 부당으로 판단할 수 있는가를 선결적으로 검토하여야 합니다. 자칫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동아일보 사설>이 문제를 제기한 퍼주기는 그 실질이 노동조합과 사측 간에 체결한 단체협약의 내용입니다. 단체협약은, 학설의 대립은 있지만, 그 실질이 계약입니다. 계약이라는 것은 한쪽이 유리하거나 불리할 수 있습니다. 단체협약 자체는 범죄가 아닙니다. 노동조합법이 부당노동행위를 행정상 구제신청제도를 두고 동시에 2년 이하의 형벌까지 부과되는 범죄로 규정하는 것은 부당성이 있어야 비로소 가능합니다. 대법원이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증명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근로자 또는 노동조합에게 있으므로(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54120 판결)’라고 판시하는 것은 노동조합이 당사자로서 계약의 형식으로 체결된 것이기에, 기본적으로 위법하지 않다는 전제입니다.

 

형법 제349조가 사람의 곤궁하고 절박한 상태를 이용하여 현저하게 부당한 이익을 취득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하여 계약이 일방 당사자에게 불리하더라도 극히 이례적인 사안에 한하여 비로소 부당이득죄로 처벌하는 것은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근간은 계약자유의 원칙이라는 대원칙을 유지하기 위함입니다. 일방이 불이하다고 하여 막바로 범죄가 된다면 시장의 거래질서는 훼손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속칭 알박기가 범죄로서 처벌받기 어려운 것은 형법의 엄격한 구성요건체계 이전에 자본주의 경제질서의 핵심원리인 계약자유의 원칙 때문입니다.

 

노동조합에 퍼줬다고 하여 막바로 부당노동행위가 되지 않는 것은 노동조합법 제81조 제2항이 1. 운영비 원조의 목적과 경위, 2. 원조된 운영비 횟수와 기간, 3. 원조된 운영비 금액과 원조방법, 4. 원조된 운영비가 노동조합의 총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율, 5. 원조된 운영비의 관리방법 및 사용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는 법문의 취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지배·개입에 의한 부당노동행위는 노동조합에 유리하다고 하여 막바로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부당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그 부당이란 노동조합을 무력화하는 행위, 속칭 어용노조로 만들거나 바보노조로 만드는 행위가 내재되어야 합니다.

 

노동조합을 포함한 전체 근로자에게 1). 주주총회 또는 이사회에서, 2). 근로자대표 또는 노사협의회에서, 3). 노동조합과의 단체협상에서 퍼주기로 합의해도 전2자의 경우는 아예 처벌의 대상이 되지 아니합니다. 노동조합을 흔들려는부당한 의도가 있어야 비로소 부당노동행위가 됩니다. 매수행위와 비견되는 부당성이 내재되어야 부당노동행위가 됩니다. 사용자는 자신의 경영에 방해가 되는 노동조합이 기본적으로 미운 존재입니다. 적대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외부에 부당노동행위로 징표가 되는 행위가 있어야 범죄가 완성됩니다. 실무상 부당노동행위는 노조와해공작수준의 행위가 증명되지 않는 이상 인정되기가 어렵습니다.

 

<동아일보 사설>
노동조합이 수억 원대 현금과 차량을 회사에서 지원받는 등 노사가 담합해 불법·부당 행위를 저지른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법정 한도보다 9배나 많은 노조 전임자를 둔 곳도 있었다. 이는 정부가 68월 근로자 1000명 이상이면서 노조가 있는 기업과 공공기관 521곳을 전수 조사한 결과다. 그동안 암암리에 묵인돼 온 노사 간 불법 짬짜미관행이 드러난 것이다. 정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 대기업 노조는 사측으로부터 노조 전용 차량 10여 대와 현금 수억 원을 지원받았다. 노조 사무실에서 직접 고용한 직원의 월급을 기업에 부담시킨 노조도 있었다. 특히 노조 활동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해 임금을 주는 근로시간 면제 제도를 위반한 사례가 많았다. 규정상 근로시간이 면제되는 노조 전임자는 32명인데 무려 315명을 전임자로 둔 노조도 적발됐다. 사실상 일하지 않으면서 불법으로 월급을 받아 가는 노조 간부가 283명이나 된다는 뜻이다.


노사 간 부당·불법 지원은 노조의 독립성과 자주성을 해치고 기업 경영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이런 이유로 현행 노동조합법은 사측이 과도하게 근로시간 면제를 적용하고 노조 운영비를 지원하는 것을 부당 노동 행위로 간주해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이 같은 위법 행위에 대해 정부의 감시·감독은 물론이고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노조 특권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을 받는 근로시간 면제 제도와 관련해 지난 정부에서 세 차례 조사가 있었지만 모두 표본조사에 그쳤다. 노사 양측이 입을 맞추면 외부에서 확인할 방법도 없었다.
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230829/120926946/1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4(근로시간 면제 등) 근로자는 단체협약으로 정하거나 사용자의 동의가 있는 경우에는 사용자 또는 노동조합으로부터 급여를 지급받으면서 근로계약 소정의 근로를 제공하지 아니하고 노동조합의 업무에 종사할 수 있다.
1항에 따라 사용자로부터 급여를 지급받는 근로자(이하 근로시간면제자라 한다)는 사업 또는 사업장별로 종사근로자인 조합원 수 등을 고려하여 제24조의2에 따라 결정된 근로시간 면제 한도(이하 근로시간 면제 한도라 한다)를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임금의 손실 없이 사용자와의 협의ㆍ교섭, 고충처리, 산업안전 활동 등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서 정하는 업무와 건전한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노동조합의 유지ㆍ관리업무를 할 수 있다.
사용자는 제1항에 따라 노동조합의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을 제한해서는 아니 된다.
2항을 위반하여 근로시간 면제 한도를 초과하는 내용을 정한 단체협약 또는 사용자의 동의는 그 부분에 한정하여 무효로 한다.


81(부당노동행위) 사용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이하 不當勞動行爲라 한다)를 할 수 없다.
중략
4. 근로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행위와 근로시간 면제한도를 초과하여 급여를 지급하거나 노동조합의 운영비를 원조하는 행위. 다만, 근로자가 근로시간 중에 제24조제2항에 따른 활동을 하는 것을 사용자가 허용함은 무방하며, 또한 근로자의 후생자금 또는 경제상의 불행 그 밖에 재해의 방지와 구제 등을 위한 기금의 기부와 최소한의 규모의 노동조합사무소의 제공 및 그 밖에 이에 준하여 노동조합의 자주적인 운영 또는 활동을 침해할 위험이 없는 범위에서의 운영비 원조행위는 예외로 한다.
1항제4호단서에 따른 노동조합의 자주적 운영 또는 활동을 침해할 위험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을 고려하여야 한다.
1. 운영비 원조의 목적과 경위
2. 원조된 운영비 횟수와 기간
3. 원조된 운영비 금액과 원조방법
4. 원조된 운영비가 노동조합의 총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율
5. 원조된 운영비의 관리방법 및 사용처 등


90(벌칙) 44조제2, 69조제4, 77조 또는 제81조제1항의 규정에 위반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대법원 판례1>
사용자의 행위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정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의사의 존재 여부를 추정할 수 있는 모든 사정을 전체적으로 심리 검토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증명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근로자 또는 노동조합에게 있으므로, 필요한 심리를 다하였어도 사용자에게 부당노동행위 의사가 존재하였는지 여부가 분명하지 아니하여 그 존재 여부를 확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로 인한 위험이나 불이익은 그것을 주장한 근로자 또는 노동조합이 부담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하여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징계나 해고 등 기타 불이익한 처분을 하였지만 그에 관하여 심리한 결과 그 처분을 할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면 사용자의 그와 같은 불이익한 처분이 부당노동행위 의사에 기인하여 이루어진 것이라고 섣불리 단정할 수 없다.
(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54120 판결)

문재인 정부 시절에 비로소 비준되었던 국제노동기구(ILO)각 나라 노사정 대표가 참여하는 UN산하 전문기구입니다. 1969년에는 무려 노벨평화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ILO가 일관되게 권고하는 내용은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 근로시간면제 제도는 국가가 노동조합법으로 정할 문제가 아니고, 노사가 교섭해서 정한 것을 무효로 해서는 안 되며, 노조전임자에게 급여지급을 처벌하는 것은 폐지하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ILO의 논리대로 하자면, ‘퍼주기는 불법이 아닌 것입니다. 물론 전술한 것처럼, ‘퍼주기가 막바로 부당노동행위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동아일보 사설>을 쓴 논설위원도 근로자이거나 근로자시절을 겪은 사람입니다. 귀족노조가 나쁘다고 노동조합 자체를 말살하자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요순시대부터 동양의 통치원리는 백성의 함포고복(含哺鼓腹)입니다. 노동조합원들도 백성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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