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의 아귀가 혓바닥이 왜 이렇게 길어! 왜? 후달리냐?
○영화는 현실을 반영하기 마련이지만, 별거 아닌 거 같았던 영화 속의 대사가 현실에서 팍팍 꽂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빅히트한 ‘타짜’의 주인공 고니가 빌런인 아귀에게 쏘아붙이는 바로 이 대사가 현실에서 절절하게 소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는 근엄한 대법관에게도 적용되기도 합니다. 고니의 대사 중에서 ‘혓바닥’이 긴 경우란 어떤 사안에 대하여 구구하게 설명하고 해명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짜증나고 비굴한 상황이 자신을 변명하고 해명해야만 하는 상황입니다.
○상대방이 쿨하게 넘어가면 그만이지만, 적대감을 품고 집요하게 해명을 요구하는 상황이라면 무척이나 괴롭기 마련입니다. 그 상대방과 일촉즉발의 상황을 맞닥뜨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자기가 해명하여야 하는 상황 그 자체가 무척이나 자존심이 상하는 상황입니다. 막상 해명을 한다고 하더라도 안개 속의 상황을 설명하는 것처럼 막연하고 갑갑한 경우가 상례입니다. 대법관이 이렇게 혓바닥이 긴 상황에 이르는 순간은 바로 법률상의 개념이 현실과 따로 노는 상황인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사례가 공직선거법상의 ‘사전선거운동금지제도’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꿈이 있습니다. 커서 가수가 되겠다, 의사가 되겠다, 야구선수가 되겠다, 등의 사연처럼 꿈은 밤하늘의 별처럼 많습니다. 그 꿈은 국회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 나아가 대통령도 될 수가 있습니다. 실은 이런 꿈을 말하는 것은 헌법상 표현의 자유 이전에 명예욕을 지닌 사람의 본능입니다. 그런데 공직선거법은 선거운동 이전에 이런 꿈을 실현하는 것을 사전선거운동이라 하여 형벌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가 과문한지 민주국가 중에서 이렇게 사전선거운동을 금지하는 국가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당연히 역대 헌법재판소에서는 사전선거운동금지의 위헌성이 무수히 심판대에 올랐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헌법재판관은 일치하여 위헌성은 있다고 인정합니다. 다만, 일부는 위헌판결을 하자는 반면, 대다수는 선거의 과열과 공정을 위하여 합헌으로 하자고 하였습니다.
○다음 대법원 판결(대법원 2017. 4. 26. 선고 2017도1799 판결)에서는 사전선거운동금지가 얼마나 비현실적인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의 피고인은 정치인입니다. 국회의원선거일 약 1년 전에 자신의 경력사항을 포함하여 국회의원선거 당선을 호소하는 내용이 기재된 명함 약 300장 정도를 지역구 내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차량들의 앞 유리에 꽂아두는 방법으로 배부하여 사전선거운동을 하였다고 하여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입니다. 대다수의 시민은 향후 언제 선거가 치러질지 자체를 잘 모릅니다. 입후보자도 당연히 모릅니다. 선거운동의 가장 기본은 입후보자를 유권자에게 알리는 것입니다. 지구 어느 곳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사안으로 기소되는 것 자체가 불행한 일입니다.
○대법원은 ‘명함을 배포하는 활동은 선거일에서 멀리 떨어진 시기에 이루어진 일이어서 피고인이 향후 어떤 선거에 나설지도 모른다는 예측을 주는 정도에 불과하며, 명함의 내용이나 명함 배부 과정에서 명시적으로 국회의원선거에서 피고인에 대한 지지를 부탁하는 행위가 있었음이 인정되지 아니하고, 선거인의 관점에서 위 선거에서 피고인의 당선을 도모하려는 목적의사를 쉽게 추단할 수 있을 만한 객관적 사정도 부족하여 피고인이 선거운동을 목적으로 명함을 배부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이 자신의 인지도와 긍정적 이미지를 높이려는 의도에서 명함을 배부하였더라도 그 배부행위를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는데도, 피고인이 명함을 배부함으로써 사전선거운동을 하였다고 보아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에 공직선거법 제254조 제2항이 정한 ‘선거운동’의 의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공직선거법의 해석·적용을 그르친 잘못이 있다.’는 결론으로 무죄판결을 하였습니다.
○그 이전에 사전선거운동금지에서 처벌되는 근거에 대하여 장황하게 ‘혓바닥’을 늘렸습니다. 사전선거운동금지 자체가 불합리하기에 처벌되는 행위를 ‘선거인이 명백히 인식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라고 그럴듯하게 포장을 했습니다. 명함 뿌리는 행위가 사전선거운동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음에도 헌재에서 합헌으로 판시한 결과를 뒤집기가 어려워 궁여지책으로 장광설을 펼친 것입니다. 그러나 행간의 의미는 사전선거운동금지 자체가 불합리하고 위헌성이 있다, 라는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공공단체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에서는 각급 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위탁을 법정합니다. 공공단체의 성격과 그 선거제도는 ‘민주적 선거제도’로서 공직과 그 선거제도를 규율하는 공직선거제도와 유사하기 때문입니다. 공직선거법상의 공직선거의 제도적 취지는 원칙적으로 노조위원장의 선거에도 적용이 됩니다. 민법상 비법인사단에 불과한 노동조합이라도 그 운영 및 선거의 원칙을 ‘민주적 선거제도’, 즉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야 하기 때문입니다. 현행 노동조합법령 중 조합민주주의가 확연하게 구현된 공간이 노동조합 대표자 등의 선거제도입니다. 그런데 공직선거법상의 선거원칙 중 사전선거운동금지가 당연히 적용되는가, 는 의문의 여지가 있습니다.
○부정하여야 합니다. 민주국가진영에서 사전선거운동금지를 규정하는 국가 자체가 없다는 점을 고려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조합을 운영하겠다는 입후보자가 조합원과 교감하면서 소통의 장을 확실하게 마련하는 장을 보장해야 합니다. 노동조합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행해지는 정치활동이기에 상대적이나마 과열과 혼탁이라는 부작용도 작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11조(규약) 노동조합은 그 조직의 자주적ㆍ민주적 운영을 보장하기 위하여 당해 노동조합의 규약에 다음 각 호의 사항을 기재하여야 한다. 중략 14. 임원 및 대의원의 선거절차에 관한 사항 제16조(총회의 의결사항) ①다음 각호의 사항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2. 임원의 선거와 해임에 관한 사항 ②총회는 재적조합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조합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다만, 규약의 제정ㆍ변경, 임원의 해임, 합병ㆍ분할ㆍ해산 및 조직형태의 변경에 관한 사항은 재적조합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③임원의 선거에 있어서 출석조합원 과반수의 찬성을 얻은 자가 없는 경우에는 제2항 본문의 규정에 불구하고 규약이 정하는 바에 따라 결선투표를 실시하여 다수의 찬성을 얻은 자를 임원으로 선출할 수 있다.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의 의미와 금지되는 선거운동의 범위는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기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판결> ‘선거운동’은 특정 선거에서 특정 후보자의 당선 또는 낙선을 도모한다는 목적의사가 객관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하는데, 이에 해당하는지는 당해 행위를 하는 주체 내부의 의사가 아니라 외부에 표시된 행위를 대상으로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위와 같은 목적의사는 특정한 선거에 출마할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 대한 지지를 부탁하는 등의 명시적인 방법뿐만 아니라 당시의 객관적 사정에 비추어 선거인의 관점에서 특정 선거에서 당선이나 낙선을 도모하려는 목적의사를 쉽게 추단할 수 있을 정도에 이른 경우에도 이를 인정할 수 있다. 위와 같은 목적의사가 있었다고 추단하려면, 단순히 선거와의 관련성을 추측할 수 있다거나 선거에 관한 사항을 동기로 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특정 선거에서의 당락을 도모하는 행위임을 선거인이 명백히 인식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에 근거하여야 한다. 선거운동은 대상인 선거가 특정되는 것이 중요한 개념표지이므로 문제 된 행위가 특정 선거를 위한 것임이 인정되어야만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데, 행위 당시의 상황에서 특정 선거의 실시에 대한 예측이나 확정 여부, 당해 행위의 시기와 특정 선거일 간의 시간적 간격, 그 행위의 내용과 당시의 상황, 행위자와 후보자의 관계 등 여러 객관적 사정을 종합하여 선거인의 관점에서 문제 된 행위가 특정 선거를 대상으로 하였는지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정치인이 일상적인 사회활동과 통상적인 정치활동의 일환으로 선거인과 접촉하여 자신의 인격에 대한 공감과 정치적 식견에 대한 찬성과 동의를 구하는 한편, 그들의 의견을 청취·수용하여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정책을 구상·수립하는 과정을 통하여 이른바 인지도와 긍정적 이미지를 제고하여 정치적 기반을 다지는 행위에도 위와 같은 판단 기준이 그대로 적용되어야 한다. 따라서 그와 같은 일상적인 사회활동과 통상적인 정치활동에 인지도와 긍정적 이미지를 높이려는 목적이 있다 하여도 그 행위가 특정한 선거를 목표로 하여 그 선거에서 특정인의 당선 또는 낙선을 도모하는 목적의사가 표시된 것으로 인정되지 않는 한 선거운동이라고 볼 것은 아니다. (대법원 2017. 4. 26. 선고 2017도1799 판결) <헌법재판소 판례> 인쇄물배부금지조항은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의 기간 동안 일반 유권자와 후보자,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막론하고 모든 국민에 대하여 모든 종류의 문서ㆍ도화, 인쇄물에 의한 표현을 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선거운동은 ‘금지가 원칙이고 허용이 예외’가 되어서는 아니되고, 선거의 공정성 등의 입법목적이 선거운동 등 정치적 표현의 자유의 포괄적 제한을 허용할 정도의 중요성을 지닌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헌법재판소 2016. 6. 30. 선고 2014헌바253 판결 반대의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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