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은 대내적으로는 민주성을, 대외적으로는 자주성을 각각 구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주성을 구현하려면 재정확보가 필수적입니다. 조합원이 다수인 노조라면 일응 가능하겠지만, 소규모 노조의 경우에는 자주성확보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용자에게 지원을 요구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여기에서 문제가 출발합니다. 노조의 자주성을 위하여는 사용자의 금전적 지원(이것을 흔히 ‘편의제공’이라 합니다)을 배격하여야 하며, 더군다나 노동조합법은 부당노동행위라 하여 형사처벌을 규정하지만, 현실적으로 노조원의 조합비만으로는 원활한 노조활동이 어렵습니다. 편의제공의 문제는 원활한 노조활동과 부당노동행위의 한계선상에 존재하는 문제입니다.
○편의제공의 문제는 노조전임, 사무실 제공, 노조활동의 비용부담 등 각종의 형태로 존재합니다. 대법원은 노동조합법 제81조 제4호 단서를 근거로 노조전임자의 근로시간면제에 대하여는 ‘사용자의 노무관리업무를 대행하는 노조전임자 제도의 순기능도 고려하여 일정한 한도 내에서 근로시간 면제 방식으로 노동조합 활동을 계속 보장하기 위한 것(대법원 2018. 4. 26. 선고 2012다8239 판결)’이라고 판시를 하면서도 차량이나 유류비 등의 제공에 대하여는 부당노동행위라고 판시(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3두3160 판결)를 하여 다소 상반된 견해를 보였습니다.
○대법원의 이러한 일련의 판결은 구 노동조합법 제81조 단서의 문구의 엄격한 해석에 따른 것으로 부당노동행위제도의 통일적인 운용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었습니다. 마침내 헌법재판소가 ‘노동조합의 운영비 원조’에 대한 부분을 헌법불합치 판결(헌재 2018. 5. 31. 선고 2012헌바90판결)로 해소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노동조합의 사용자전용 이메일의 사용과 사용자의 시설관리권의 다툼이 있었는데, 이것도 소극적 형태의 편의제공과 조합활동권의 보장에 대한 한계선상에 놓인 문제입니다.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체는 각 근로자마다 아이디와 비밀번호, 그리고 그 아이디로 생성되는 이메일 계정이 있습니다. 노동조합은 소속 조합원이나 일반 근로자에게 업무활동이나 가입권유 등을 담은 메시지를 이메일을 운용하는 사용자의 통신망을 사용하여 각 근로자의 이메일 계정에 이메일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사용자의 이용시설을 이용하는 것인데, 이것이 사용자의 시설관리권을 침해하는가 여부가 쟁점이 된 판결이 있었습니다.
○대법원은 "조합활동이 정당하려면 ①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별도의 허용규정이 있거나 관행, 사용자의 승낙이 있는 경우 외에는 ②취업시간 외에 행해져야 하며 ③사업장 내의 조합활동에 있어서는 사용자의 시설관리권에 바탕을 둔 합리적인 규율이나 제약에 따라야 한다."라는 원칙적 입장을(대법원 1990.5.15. 선고 90도357 판결, 1994.2.22. 선고 93도613 판결 등) 제시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이해의 단초가 출발합니다.
○위 ①의 요건과 관련하여 사용자의 동의가 있으면 당초부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헌재의 판결을 고려할 때, 소극적인 형태의 편의제공이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②취업시간 내의 이메일 전송은 다른 형태의 조합활동과 동일한 요건입니다. 문제는 ③시설관리권의 요건입니다. 이메일의 다량 전송은 전산망의 트래픽증가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고, 일상적인 사용자의 업무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지장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실은 시설관리권을 넘어 정상적인 업무활동의 문제입니다. 따라서 법원은 사용자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사내 인트라넷의 구축과 각 근로자의 아이디 설정과 이메일 계정의 활용 등은 전통적인 노조활동과는 이질적이면서도 동일한 법률문제를 담고 있습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부당노동행위) 사용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이하 "부당노동행위"라 한다)를 할 수 없다. 4. 근로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행위와 노동조합의 전임자에게 급여를 지원하거나 노동조합의 운영비를 원조하는 행위. 다만, 근로자가 근로시간중에 제24조제4항에 따른 활동을 하는 것을 사용자가 허용함은 무방하며, 또한 근로자의 후생자금 또는 경제상의 불행 기타 재액의 방지와 구제등을 위한 기금의 기부와 최소한의 규모의 노동조합사무소의 제공은 예외로 한다. 4. 근로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행위와 노동조합의 전임자에게 급여를 지원하거나 노동조합의 운영비를 원조하는 행위. 다만, 근로자가 근로시간중에 제24조제4항에 따른 활동을 하는 것을 사용자가 허용함은 무방하며, 또한근로자의 후생자금 또는 경제상의 불행 그 밖에 재해의 방지와 구제 등을 위한 기금의 기부와 최소한의 규모의 노동조합사무소의 제공 및 그 밖에 이에 준하여 노동조합의 자주적인 운영 또는 활동을 침해할 위험이 없는 범위에서의 운영비 원조행위는 예외로 한다. (2020. 5. 20. 국회통과) 사용자가 차량이나 유류비 등을 노동조합에 제공하고 노동조합 사무소의 관리유지비 등을 부담하도록 하는 이 사건 각 시설·편의제공 조항(주식회사 나스테크 단체협약 제12조 등)은 노동조합법 제81조 제4호 본문이 정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 운영비 원조를 내용으로 하는 것이어서, 그에 대한 피고의 시정명령이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부당노동행위로서 금지되는 운영비 원조 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출처 : 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3두3160 판결 [단체협약시정명령취소] >종합법률정보 판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 제24조 제2항, 제4항, 제81조 제4호의 형식이나 내용, 입법 목적, 다른 부당노동행위 유형과 구별되는 특성 등을 종합하면, 노동조합의 업무에만 종사하는 근로자(이하 ‘노조전임자’라 한다) 급여 지원 행위 또는 노동조합 운영비 원조 행위에서 부당노동행위 의사는 노동조합법 제81조 제4호 단서에 따라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경우가 아님을 인식하면서도 급여 지원 행위 혹은 운영비 원조 행위를 하는 것 자체로 인정할 수 있고, 지배·개입의 적극적·구체적인 의도나 동기까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대법원 2016. 4. 28. 선고 2014두11137 판결)
【결정요지】 기록상 채권자 조합원들이 이 사건 전산망을 이용하여 이 사건 조합활동을 할 수 있다는 취지의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이 있다거나 같은 취지의 관행이나 사용자의 승낙이 있다고 볼 만한 자료는 전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조합활동은 근무시간 외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므로, 채권자 조합원들이 근무시간 중에 이 사건 조합활동을 하는 행위는 정당한 조합활동권의 범위에 속한다고 볼 수 없다. 나아가 채권자 조합원들의 이 사건 조합활동은, 본래 채무자가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설치한 시설로서 채무자의 소유에 속하는 이 사건 전산망을 이용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채무자의 이 사건 전산망에 대한 시설관리권에 바탕을 둔 합리적인 규율이나 제약을 벗어나지 않는 한도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채무자가 채권자 조합원들에 대하여 이 사건 조합활동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채무자의 이 사건 전산망에 대한 시설관리권에 기한 합리적인 범위 내의 제약에 해당하므로, 이를 두고 채권자 조합원들의 조합활동권을 침해하는 것이라 할 수 없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5.7.14. 결정, 2014카합1207 판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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