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절정의 인기를 누리던 최불암 주연의 ‘수사반장’은 국민드라마였습니다. 그 이후 ‘형사’니 ‘경찰청 사람들’이니 하는 유사 수사드라마가 지속적으로 방영이 되었고, 영화에서도 ‘범죄도시’ 등 범죄영화가 각광을 받았습니다. 거기에 더하여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 재판드라마도 이어졌습니다. 그래서인지 졸지에 대다수의 국민은 형법과 형사소송법에 등장하는 법률용어를 저절로 익히게 되었습니다. 그 대표적인 법률용어 중의 하나가 ‘공소시효’입니다. 실제로 ‘수사반장’의 연작 중에서 공소시효가 소재인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각종 법률상의 시효는 전부 ‘공소시효’로 오인하는 분들이 꽤나 많습니다. 그러나 소멸시효, 취득시효, 형의 시효, 재판시효, 제척기간 등 법령상의 기간을 지칭하는 시효는 다양합니다. 아무튼 시효는 소송의 실무에서 엄청나게 중요합니다. 진정한 권리가 소멸하거나 취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수사반장’의 공소시효도 무척이나 중요하기에 연작물의 소재로 쓰였습니다. 다음은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근로자파견법)’상의 직접고용청구권의 소멸시효에 대한 것입니다.
○소멸시효는 글자 그대로 소멸을 향해가는 시효입니다. 시효가 남았다면 권리자에게는 대박이지만, 그 시효가 완성되었다면 쪽박입니다. 그래서 그 시효의 기산점, 완성여부, 그리고 원용여부가 소송실무에서 뜨겁게 다투어집니다. 근로자파견법 제6조의2 재1항 제3호는 그 유명한 2년의 파견기간 경과후 직접고용의무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전의 글에서 민법상 채무불이행의 간접강제의 방법으로 의사표시상의 의사의 진술을 명하는 법원의 판결을 구하는 간접강제의 방법으로 행해진다고 설명하였습니다. 이번에는 그 간접강제를 언제까지 할 수 있는가의 문제입니다.
○민법 제162조 제1항은 ‘채권은 10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라고 규정합니다. 이것은 ①채권은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②10년간 행사하여야 하며, ③그 기간이 경과하면 소멸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기에서의 ‘채권’이란 일반채권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노동법상의 채권은 단기시효를 규정한 것이 많습니다. 그러나 근로자파견법은 특별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합니다. 따라서 원칙인 민법 제162조 제1항으로 귀환하여야 합니다. 대법원(대법원 2024. 7. 11. 선고 2021다274069 판결)도 ‘직접고용의무 규정은 사용사업주가 파견법을 위반하여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행위에 대하여 근로자파견의 상용화ㆍ장기화를 방지하고 파견근로자의 고용안정을 도모할 목적에서 행정적 감독이나 처벌과는 별도로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의 사법관계에서도 사용사업주에게 직접고용의무라는 법정책임을 부과한 것이므로 직접고용의무 규정에 따른 고용 의사표시 청구권에는 10년의 민사시효가 적용됨이 타당하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 따라서 초일불산입의 원칙(민법 제157조 본문, ‘기간을 일, 주, 월 또는 연으로 정한 때에는 기간의 초일은 산입하지 아니한다.’)에 따라 파견근로기간의 만료 다음날부터 기산하여 10년이 경과하면 직접고용의무의 의사표시를 구하는 소를 제기할 수 없습니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6조의2(고용의무) ① 사용사업주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해당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하여야 한다. 1. 제5조제1항의 근로자파견 대상 업무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업무에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제5조제2항에 따라 근로자파견사업을 한 경우는 제외한다) 2. 제5조제3항을 위반하여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 3. 제6조제2항을 위반하여 2년을 초과하여 계속적으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 <민법> 제162조(채권, 재산권의 소멸시효) ①채권은 10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 ②채권 및 소유권 이외의 재산권은 20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 <대법원 판례>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은 사용사업주가 근로자파견 대상 업무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업무에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 등 각 호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해당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이하 ‘직접고용의무 규정’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파견근로자는 사용사업주가 직접고용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 사용사업주를 상대로 고용 의사표시를 갈음하는 판결을 구할 사법상의 권리가 있고, 그 판결이 확정되면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에 직접고용관계가 성립한다(대법원 2015. 11. 26. 선고 2013다14965 판결 등 참조). 직접고용의무 규정은 사용사업주가 파견법을 위반하여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행위에 대하여 근로자파견의 상용화ㆍ장기화를 방지하고 파견근로자의 고용안정을 도모할 목적에서 행정적 감독이나 처벌과는 별도로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의 사법관계에서도 사용사업주에게 직접고용의무라는 법정책임을 부과한 것이므로 직접고용의무 규정에 따른 고용 의사표시 청구권에는 10년의 민사시효가 적용됨이 타당하다. (대법원 2024. 7. 11. 선고 2021다274069 판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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