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가 천년 넘게 광대한 식민지를 지배하고도 굳건하게 체제를 존속한 이유로 분할통치(divide and rule)를 꼽는 것에 역사학자들의 이견이 없습니다. 현대 제국주의로 유럽의 열강들이 이 아시아와 아프리카 식민지를 삼을 때도 바로 이 분할통치방식을 애용(!)했습니다. 그런데 분할통치방식은 크게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첫째는, 나라 자체를 분할하여 일정한 자치권을 주고 총독 등 로마의 지배자가 파견하여 통치하는 방식과 둘째는, 식민지의 인민들을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을 분할하여 양 계층간의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여 통제권을 강화하는 방식이 그것입니다. 보통 후자의 의미로 많이 쓰입니다. 일제강점기의 조선도 바로 후자의 방식으로 조선의 피지배계층을 구성하는 절대다수 백성들이 수탈을 당했습니다.
○왜냐하면, 전자의 방식은 국토가 광할한 경우, 가령 한나라나 당나라 등 고대 중국이 자국의 영토 내에서도 실시한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몽고가 강성했을 때, ‘한국(대한민국의 약호 ‘한국’이 아닙니다)’으로 분할통치한 경우, 가령, 킵차크 한국이나, 오고타이한국 등으로 분할하여 통치한 전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분할통치는 후자의 의미가 주효합니다. 분할통치는 식민국의 평범한 인민들에게는 가혹합니다. 그것은 식민국 내에서 같은 동포끼리 반목과 갈등을 겪기 때문입니다. 서로 적대하게 만들면 차라리 식민본국이 낫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입니다. 일제는 지주와 소작농, 그리고 사장과 근로자의 갈등을 의도적으로 조장했습니다. 일제강점기에 수탈의 대상인 백성들 상당수가 ‘악질지주보다 차라리 왜놈들이 낫다!’는 토로가 괜히 존재한 것이 아닙니다. 일제는 이렇게 한민족을 이간질하는 책동을 로마제국에서 배워서 활용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로마의 분할통치는 놀랍게도 21세기 현대 사업장에도 변형된 형태로 존재합니다. 물론 전, 후자 방식 모두 포함하여 존재합니다. 회사를 물적분할하여 독립경영의 방식을 주는 것부터 최근 언론에 집중된 어도어의 대표이사 민희진 등이 하이브로부터 독립하여 경영하는 레이블의 방식 등이 전자의 사례이고, 사내하청이나 소사장제를 채택하여 사실상 원청회사가 직접 경영하면서 원청의 근로자와 하청의 근로자 간의 근로형태에 차등을 둔다거나 하청회사 근로자들이 조직한 노동조합을 하청회사 내부간의 갈등으로 왜곡하는 경우가 바로 후자의 유형입니다. 어느 경우에나 원청회사의 이익을 우선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혹자는 민희진의 레이블은 주식회사의 형태이고, 민희진 본인의 프로듀싱 역량이 관건이므로, 동일한 비교는 부당하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평범한 이치를 간과한 것입니다.
○로마의 분할통치나 이를 현대화한 기업의 외주경영 모두 갑의 위치에 있는 로마나 원청회사의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하여 고안된 제도입니다. 또한 을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려는 의도를 통제하는 장치도 보유합니다. 민희진의 경우에는 주식회사인 어도어의 주식을 하이브가 80%를 보유한 것이 가장 중요한 통제장치입니다. 다음 하급심 판결(서울북부지법 2015. 12. 10. 선고 2014가합25188 판결)은 소사장제의 적용을 받는 소사업장의 독립성을 판단하는 기준, 즉 독자적인 사업체로서 활동할 수 있는 조직·영업망·물적 설비·자본 등을 구비하였는가 여부를 심리한 후에 소사업장이 아닌 원청회사의 사업장이라 보았습니다. 그런데 민희진의 어도어는 본인이 대표이사로서 비록 자본을 지원받았지만, 엔터인력을 직접적으로 지휘·감독하였고 어도어의 독립적 기업으로의 실체가 있으므로, 어도어의 근로자는 하이브의 근로자는 아닙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이 상법 제369조 제1항이 규정한 ‘1주 1의결권의 원칙’입니다. 하이브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여기에 따라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하여 의결권을 행사한 후에 민희진을 해임하는 것입니다. 물론 어도어의 독립성이 있으므로, 어도어의 근로자는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불가합니다. 그런데 전술한 대로 관건은 원청회사의 이익입니다. 하이브나 사내하도급을 준 원청회사나 현대판 분할통치방법인 아웃소싱을 채택한 것은 법률적 구성의 차이에 무관하게 자신의 이익극대화를 위한 것입니다. 경제적 목적이 관건이지 독립성 보유 등 법률적 구성은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여기에서 법률이란 경제적 목적을 관철하는 수단의 성격이 있음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습니다. 법률은 합법적 이해조절장치이기 때문입니다.
<상법> 제369조(의결권) ①의결권은 1주마다 1개로 한다. ②회사가 가진 자기주식은 의결권이 없다. ③회사, 모회사 및 자회사 또는 자회사가 다른 회사의 발행주식의 총수의 10분의 1을 초과하는 주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 그 다른 회사가 가지고 있는 회사 또는 모회사의 주식은 의결권이 없다. <하급심 판례> 물류회사인 甲 주식회사가 소사장 기업인 乙 사업체와 물류센터의 현장작업 부문에 대하여 업무위탁계약을 체결하고, 丙 등은 乙 사업체에 입사하여 甲 회사의 물류센터가 있는 공장에서 물류담당 현장직원으로 근무하였는데, 甲 회사가 현장물류업무를 외부 물류회사에 도급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乙 사업체가 폐업함에 따라 丙 등이 근무를 할 수 없게 된 사안에서, 乙 사업체는 甲 회사의 정책에 따라 설립되었다가 폐업하였고, 독자적인 사업체로서 활동할 수 있는 조직·영업망·물적 설비·자본 등을 갖추지 못하였으며, 甲 회사의 취업규칙이나 정책 등에 따라 甲 회사가 정한 근로조건을 적용받은 점 등에 비추어 乙 사업체는 사업자로서의 독자성과 독립성이 없고 甲 회사의 한 부서와 다를 바 없어 존재가 형식적, 명목적인 것에 지나지 아니하므로, 丙 등은 사실상 甲 회사의 관리·감독하에 甲 회사에 근로를 제공하고 甲 회사에서 임금을 지급받는 甲 회사의 근로자에 해당한다. [서울북부지법 2015. 12. 10. 선고 2014가합25188 판결 : 확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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