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묻지 마세요.’, 그리고 징계양정>

○친구에 대한 동서양의 무수히 많은 명언이 있습니다. 모두 인생살이의 교훈이기에 대부분 진한 인생의 교훈을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명언은 아니지만, 현실에서 다툼이 있어도 흉허물을 들추지 않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점은 누구나 공감할 것입니다. 아픔과 고통을 나누려고 자신의 아픔을 솔직하게 말했는데, 자신의 약점으로 여기저기 떠들고 다니는 친구의 모습에서 누구든지 실망과 분노의 감정을 느낄 것입니다. 막역한 친구에서 원수로 변신하는 주요 촉매제가 세치 혀에서 시작한 것입니다.

 

○지금의 할재들에게도 한참이나 인생선배일 듯한 원로가수 중의 원로가수인 나애심 여사가 1959년에 취입한 ‘과거를 묻지 마세요.’는 대히트한 곡이자 영화주제가였습니다. 그런데 노래와 상관없이 남의 흉허물을 덮어주는 사람이 그리운 것은 정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에서 기인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리고 잘못을 한 사람이라도 딱 한사람이라도 자신을 두둔하고 이해해주는 사람은 더없이 고마운 법입니다.

 

○그러나 징계와 형벌의 영역에서는 반드시 과거를 묻습니다. 결심을 하면서 검사는 피고인의 전과를 제시하면서 구형을 하고, 판사는 형의 양정을 할 때 반드시 동종 또는 이종의 전과를 언급하고 형의 유무죄, 그리고 양정에 이른 결론을 판결문에 남깁니다. 인간사에서는 과거를 묻지 않는 사람이 고맙고 정이 가지만, 형사재판을 하는 당사자인 검사와 판사는 남의 흉허물을 반드시 뒤져야 합니다. 더군다나 전산기록이 완비된 IT강국인 한국에서 전과의 유무는 천형과 같습니다. 형법 제51조가 규정한 형의 양정요소는 1. 범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2. 피해자에 대한 관계, 3.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4. 범행 후의 정황으로 전과는 기재되어 있지 아니하지만, 형의 집행유예나 선고유예 등의 판결을 하는 경우에는 법조문 자체에 일정한 전과여부가 선고의 조건으로 기재되어 있습니다.

 

○대법원은 일관되게 징계를 형벌에 준하여 엄격하게 해석을 합니다. 그러나 형벌과 마찬가지로 과거의 비위사실 등 징계사실은 비록 현실적인 징계사유가 아니라 할지라도 징계의 양정요소로 고려할 수 있다고 판시를 합니다. 대법원은 ‘피징계자의 평소의 소행, 근무성적, 징계처분 전력 이외에도 당해 징계처분사유 전후에 저지른 징계사유로 되지 아니한 비위사실도 징계양정에 있어서의 참작자료가 될 수 있다(대법원 1998. 5. 22. 선고 98다2365 판결).’고 판시를 하였고, 나아가 이 판결은 ‘징계사유로 되지 아니한 피징계자의 경영진에 대한 고소행위, 상사에 대한 결례 및 폄훼행위의 방법과 내용, 그리고 이들 행위로 인한 직장질서 문란 및 경영진의 명예실추 결과 등 제반 징계양정 사유를 참작하면, 사회통념상 사용자와의 신뢰관계를 반복적으로 훼손하여 근로관계를 계속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가 있다.’고 판시를 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보자면, A라는 징계사유와 B라는 과거의 징계사유, 그리고 C라는 평소의 성행이나 비위사실 등이 있는 경우에 현실적인 징계 자체는 A만을 고려하여야 하나, 징계의 양정요소로는 B, C 모두 가능하다는 판례이론입니다. 과거를 묻는 정도를 넘어 과거의 재해석 수준입니다. 징계가 쟁점이 된 재판실무상 판사는 반드시 과거의 징계경력과 동료근로자 등에 대한 징계양정 등을 물어봅니다. 한 사람의 인생을 헤집는 것으로 당사자에게는 매우 가혹합니다. 그러나 정확한 징계양정을 위하여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판사는 당연한 것으로 이해합니다.

 

○흉허물을 묻지 않는 친구는 무척이나 좋은 친구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사적인 영역입니다. 공적인 영역인 징계와 형벌에서는 징계당사자나 피고인은 과거가 송두리째 까발려집니다. 매우 가혹합니다. 그러나 불가피합니다.

<근로기준법> 제23조(해고 등의 제한) ①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懲罰)(이하 “부당해고등”이라 한다)을 하지 못한다. ② 사용자는 근로자가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의 요양을 위하여 휴업한 기간과 그 후 30일 동안 또는 산전(産前)ㆍ산후(産後)의 여성이 이 법에 따라 휴업한 기간과 그 후 30일 동안은 해고하지 못한다. 다만, 사용자가 제84조에 따라 일시보상을 하였을 경우 또는 사업을 계속할 수 없게 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형법> 제51조(양형의 조건) 형을 정함에 있어서는 다음 사항을 참작하여야 한다. 1. 범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2. 피해자에 대한 관계 3.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4. 범행 후의 정황 [1] 원래의 징계처분에서 징계사유로 삼지 아니한 징계사유를 재심절차에서 추가하는 것은 추가된 징계사유에 대한 재심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으로 되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용되지 않는다. [2] 피징계자의 평소의 소행, 근무성적, 징계처분 전력 이외에도 당해 징계처분사유 전후에 저지른 징계사유로 되지 아니한 비위사실도 징계양정에 있어서의 참작자료가 될 수 있다. [3] 징계사유로 되지 아니한 피징계자의 경영진에 대한 고소행위, 상사에 대한 결례 및 폄훼행위의 방법과 내용, 그리고 이들 행위로 인한 직장질서 문란 및 경영진의 명예실추 결과 등 제반 징계양정 사유를 참작하면, 사회통념상 사용자와의 신뢰관계를 반복적으로 훼손하여 근로관계를 계속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가 있다 (대법원 1998. 5. 22. 선고 98다2365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