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그리고 인력구조조정>

○2016. 3. ‘바둑천재’로 명성이 높았던 이세돌 구단과 AI인 알파고 간의 세기의 대결이 펼쳐졌습니다. 바둑인들의 주류적인 의견은 ‘아직은 AI가 인간을 이기기 어렵다. 바둑에서는 세력, 기세, 안형 등 인간만이 인지하는 영역이 있기에, 인공지능이라 하더라도 인간을 이기기 어렵다.’는 것이 보통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결과는 보기좋게 어긋났습니다. 세계 최고의 고수라 불리던 이세돌 구단은 그 후폭풍으로 아예 프로기사의 직업을 떠난다고 선언을 했습니다. 세계에서 바둑을 제일 잘 두는 사람도 이기는 AI라면 인간이 독점적으로 수행하던 상당수의 영역을 대체하는 것이 오히려 정상입니다.

 

○알파고는 구글에서, 정확히는 구글의 직원들이, 만들었습니다. 그 구글에서는 역설적으로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고 마침내 인간을 내쫓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다음 <기사>에서는 미국경제의 호황을 이끄는 IT산업의 선두주자들인 구글, 아마존, MS 등의 IT기업이 직원을 대량해고하는 상황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 IT기업들은 모두 천문학적인 영업흑자를 기록하는 기업들이라는 점입니다. 전통적으로 대량해고의 문법은 영업악화로 인한 해고, 즉 정리해고가 보통이었습니다. 그런데 천문학적인 영업흑자에도 불구하고 대량해고를 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그런데 이런 풍경은 실은 한국에서도 ‘명예퇴직’이라는 이름으로 은행 등 금융권에서 이미 진행중이거나 시행되었던 사안입니다. 금융권에서는 천문학적인 영업흑자를 냈음에도 향후 전산거래의 확대, AI의 본격도입 등으로 인한 영업점포의 지속적인 축소가 일상적입니다. 미국 IT기업들의 행태는 낯선 것이 아닙니다. 대량해고는 보통 ‘정리해고’라 불리는 근로기준법 제24조가 규정한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로 불리는 방법으로 시행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정리해고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개시됩니다. 그런데 경영학 교과서에서 상투적으로 등장하는 ‘경영환경의 급격한 변화’가 상시적인 현대사회에서는 어제의 흑자가 내일의 흑자를 보장하지 못합니다. 급격한 경영환경의 변화로 삽시간에 망한 회사가 많은 것은 이미 코로나19사태로 국민 모두가 목격한 사실입니다. 또한 AI가 맹위를 떨치는 상황에서 무의미한 인력을 고용하는 것도 기업의 처지에서는 금전적 부담입니다. 대량해고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근로자들에게도 유리합니다.

 

○그런데 대량해고가 언제나 근로자에게 불리한 것은 아닙니다. 보직을 잃거나 마땅한 업무가 없음에도 기업에 남아 있는 것은 근로자 본인의 장래를 위해서도 유리한 것은 아닙니다. 평생직장이 사라지는 현대사회에서는 차라리 다른 인생을 사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습니다. 잉여인력으로 구분이 되어서 눈칫밥을 먹는 것은 본인에게도 불행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선제적 차원에서 명예퇴직의 방법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실은 은행권 등에서의 대규모 명예퇴직은 근로기준법상의 정리해고가 아니라 자발적인 명예퇴직의 성격이 강합니다. 이런 경우의 대량해고(명예퇴직)의 법적 근거는 근로기준법 제4조입니다. 근로관계의 단절은 언제나 근로자의 비자발적인 의사에서 기인하는 것은 아닙니다. 승진이 어렵거나 보직이 상실되는 경우 등의 사유가 있다면 차라리 사직을 하고 제2의 인생을 사는 것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은행권은 물론 교사 등 일부직군에서 거액의 명퇴금을 챙기는 기회라고 인식하고 명예퇴직을 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는 그 법적 근거는 근로기준법 제24조가 아니라 제4조 근로조건의 자율적 결정, 즉 계약자유의 원칙에서 유래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아무튼 AI의 도래는 인간의 일자리를 무수히 잠식하는 것이 불가피한 시대적 추세가 되었습니다.

<기사> [기자] 아무래도 빅테크 기업이 이끌고 있다 이렇게 보셔야 할 것 같은데요. 아마존,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이런 기업들이죠. AI 기술 발전을 중심으로 이런 기업들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있거든요. 비용은 줄이고, 아무래도 기술 개발에 계속 투자를 하다 보니까, 효율성이 높아지는 건 생산성이 높아지는 거고, 이렇게 되다 보니까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거죠. [앵커] 저는 항상 헷갈리는 지점이 이렇게 주가하고 실적이 좋은데, 빅테크 기업에서 왜 자꾸 대규모 해고 소식이 나오는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지금 계속 이어지고 있잖아요? [기자] 대표적인 게 구글인데요. 이미 지난해 초에 만 2천 명을 감원했죠. 전체 인원의 6% 정도니까 이른바 칼바람이 불었는데, 올해도 수백 명을 추가로 정리했다라는 외신 보도가 계속 나오고 있고요.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도 1월에만 천 명 이상을 해고했다. 이런 소식도 전해지고 있어요.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56/0011654987?sid=104 https://www.youtube.com/watch?v=1iainYIO5Wc <근로기준법> 제4조(근로조건의 결정) 근로조건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자유의사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 제24조(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의 제한) ① 사용자가 경영상 이유에 의하여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한다. 이 경우 경영 악화를 방지하기 위한 사업의 양도ㆍ인수ㆍ합병은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본다. ② 제1항의 경우에 사용자는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여야 하며,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의 기준을 정하고 이에 따라 그 대상자를 선정하여야 한다. 이 경우 남녀의 성을 이유로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 중략 <대법원 판례>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라 함은 반드시 기업의 도산을 회피하기 위한 경우에 한정되지 아니하고, 장래에 올 수도 있는 위기에 미리 대처하기 위하여 인원삭감이 객관적으로 보아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도 포함되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위 각 요건의 구체적 내용은 확정적·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구체적 사건에서 다른 요건의 충족 정도와 관련하여 유동적으로 정해지는 것이므로 구체적 사건에서 경영상 이유에 의한 당해 해고가 위 각 요건을 모두 갖추어 정당한지 여부는 위 각 요건을 구성하는 개별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2. 7. 9. 선고 2001다29452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