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양철 vs. 진도준
○장안의 화제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중심인물입니다. 특이하게 할아버지(진양철)와 손자(진도준)의 애증이 녹아있는 대립구도와 배우들의 명품연기가 시청자들을 빨아들이고 있습니다. 이 드라마에서는 한국경제의 견인차로 등극한 반도체가 주요 소재로 등장합니다. 거대한 장치산업이자 국민경제의 중심축인 반도체산업은 IT강국 한국의 든든한 배경이기도 합니다. 반도체산업을 필두로 IT산업의 중흥의 기저에 근로자들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1). 법정근로시간을 훨씬 초과한 살인적인 연장근로, 그리고 2). 연장근로에 대한 대가로서의 임금이 바로 이 문제입니다. 이러한 일련의 쟁점을 검토하기 전에 위 드라마의 배경인 순양그룹의 노무관리를 선결적으로 검토해 봅니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시간을 사용자가 검증한 후에 그에 대하여 비례적으로 지급하는 것을 전제로 제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순양과 같은 대기업은 고용한 근로자만 몇만 명이 됩니다. 출퇴근기록만으로 일일이 모든 근로자들의 근로시간을 확인하기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또한 사무직 근로자의 경우에는 사적인 통화와 인터넷쇼핑, 그리고 주식거래 등 근로시간이 아닌 경우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소송실무상 사무직 근로자에 한하여 근로시간에서 이러한 사적인 사용시간인 1시간 내외를 공제하는 재판부가 있기는 하지만, 대법원에서 확립한 판례는 아닙니다. 결국 근로자의 근로시간은 출근시간과 퇴근시간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것이 현실적이기 마련입니다. 고용노동청, 검찰, 법원 모두 이러한 방식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런 방식은 그나마 다행입니다. 현실에서는 근로시간의 정확한 측정이 무척이나 어렵습니다. 그래서 ‘포괄임금제’라는 것이 등장했습니다. 그런데 다음 <기사>에서는 문제의 포괄임금제에 대하여 정부가 메스를 들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일단 포괄임금제에 대하여 정확하게 이해하여야 합니다.
○포괄임금제는 위 드라마 속의 순양반도체를 생각하면 쉽습니다. 사용자는 근로자의 모든 근로시간의 정확한 측정이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사전에 근로시간을 예정하여 연장, 휴일, 야간근로를 할 것이라는 가정하에 가산임금을 ‘퉁치는’, 즉 포괄하는 임금의 약정을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정확하게는 ‘포괄근로시간’의 약정이지만 관행상 포괄임금의 약정으로 불립니다. 대법원도 ‘포괄임금제’라 표기를 합니다. 근로시간에 비례하여 임금을 산정하므로, 아예 틀린 말도 아닙니다. 그런데 사용자도, 근로자도 정확한 근로시간을 매일 기록하기는 불가능합니다. 실은 그 기록이 정확하다는 보장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대법원은 포괄임금제의 남용을 배제하려고 합니다. 근로기준법은 통상임금에 법정가산수당을 합하는 것이 임금산정의 대원칙임을 천명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매시간, 매일, 매월 근무하는 근로자의 근로시간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이 엄청나게 어렵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이것이 기본임금을 미리 산정하지 아니한 채 제 수당을 합한 금액을 월급여액이나 일당임금으로 정하거나 매월 일정액을 제 수당으로 지급하는 내용의 포괄임금제에 관한 약정이 성립하였는지는 근로시간, 근로형태와 업무의 성질, 임금 산정의 단위,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의 내용, 동종 사업장의 실태 등 여러 사정을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6. 10. 13. 선고 2016도1060 판결).’라고 판시하여 포괄임금계약이 ‘위험하고 불공정한 계약’의 가능성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위 판결에서 묵시적인 포괄임금약정의 합의 자체는 그 가능성을 인정하지만, 소송실무에서 인정되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입니다. 대법원은 ‘이때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및 근로계약서에 포괄임금이라는 취지를 명시하지 않았음에도 묵시적 합의에 의한 포괄임금약정이 성립하였다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근로형태의 특수성으로 인하여 실제 근로시간을 정확하게 산정하는 것이 곤란하거나 일정한 연장·야간·휴일근로가 예상되는 경우 등 실질적인 필요성이 인정될 뿐 아니라, 근로시간, 정하여진 임금의 형태나 수준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정액의 월급여액이나 일당임금 외에 추가로 어떠한 수당도 지급하지 않기로 하거나 특정한 수당을 지급하지 않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경우이어야 한다.’라고 판시하나,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경우’는 실무상 명시적인 근로계약서에 준하는 상황이 아니면 인정 자체를 하지 아니합니다.
○포괄임금약정의 가장 큰 폐해는 근로자도, 사용자도 정확한 근로시간을 측정하기 어렵기에 ‘공짜노동’의 위험이 크다는 점입니다. 물론 사용자도 근로자의 근무 중 사적인 사용시간을 알고 있음에도 항변의 증거로 사용하기 어렵다는 위험이 큽니다. 드라마를 보면, 연인끼리 근무시간에 전화를 하는 것이 잦다는 점을 생각하면 됩니다. 연인끼리의 달콤한 전화는 드라마 전개의 필수이지만, 근로시간이 아니므로 공제를 하는 것이 법률적으로 정당합니다. 대부분의 <기사>에서는 근로자의 ‘공짜노동’만 부각을 하나, 현실에서는 근로자의 ‘농땡이’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포괄임금제의 완전폐지는 근로시간의 완벽한 측정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점진적으로 폐지되어야 합니다. 상호 간에 불신풍조를 조장하는 포괄임금제는 노사신뢰의 걸림돌입니다.
<기사> 정부가 공짜 노동·장시간 근로를 유발하는 ‘포괄임금제’(포괄임금·고정OT (Overtime) 계약)에 메스를 들었다. <서울신문 12월 2일자 1면> 노동시장 개혁의 한 축인 근로시간 개편의 연착륙을 위해서는 임금 체불 논란이 끊이지 않는 포괄임금제 개선이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고용노동부는 19일 포괄임금·고정OT 오남용 사업장에 대한 기획형 수시감독을 내년 1~3월 실시한다고 밝혔다. 임금체불 신고·제보·민원 등이 제기된 10~20개 사업장이 대상으로, 불공정 임금으로 지목된 포괄임금 오남용에 대한 첫 감독이다. 포괄임금제는 근로기준법상 제도가 아닌 판례에 의해 인정된 임금지급 계약 방식이다. 근로 형태나 업무 성질상 추가 근무수당을 집계하기 어려운 경우 수당을 급여에 미리 포함하는 계약 형태다. 연장·야간·휴일근로 등을 미리 정한 뒤 매달 일정액의 수당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81/0003326188?sid=101 <대법원 판례1> 기본임금을 미리 산정하지 아니한 채 제 수당을 합한 금액을 월급여액이나 일당임금으로 정하거나 매월 일정액을 제 수당으로 지급하는 내용의 포괄임금제에 관한 약정이 성립하였는지는 근로시간, 근로형태와 업무의 성질, 임금 산정의 단위,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의 내용, 동종 사업장의 실태 등 여러 사정을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이때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및 근로계약서에 포괄임금이라는 취지를 명시하지 않았음에도 묵시적 합의에 의한 포괄임금약정이 성립하였다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근로형태의 특수성으로 인하여 실제 근로시간을 정확하게 산정하는 것이 곤란하거나 일정한 연장·야간·휴일근로가 예상되는 경우 등 실질적인 필요성이 인정될 뿐 아니라, 근로시간, 정하여진 임금의 형태나 수준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정액의 월급여액이나 일당임금 외에 추가로 어떠한 수당도 지급하지 않기로 하거나 특정한 수당을 지급하지 않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경우이어야 한다. (대법원 2016. 10. 13. 선고 2016도1060 판결) <대법원 판례2> 사용자가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근로자에 대하여 기본임금을 결정하고 이를 기초로 각종 수당을 가산하여 합산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사용자와 근로자가 기본임금을 미리 정하지 아니한 채 법정수당까지 포함된 금액을 월급여액이나 일당임금으로 정하거나 기본임금을 미리 정하면서도 법정 제 수당을 구분하지 아니한 채 일정액을 법정 제 수당으로 정하여 이를 근로시간 수에 관계없이 지급하기로 약정하는 내용의 이른바 포괄임금제에 의한 임금 지급계약 또는 단체협약을 한 경우 그것이 근로기준법이 정한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근로조건을 포함하는 등 근로자에게 불이익하지 않고 여러 사정에 비추어 정당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유효하다. 포괄임금제에 관한 약정이 성립하였는지는 근로시간, 근로형태와 업무의 성질, 임금 산정의 단위,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의 내용, 동종 사업장의 실태 등 여러 사정을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비록 개별 사안에서 근로형태나 업무의 성격상 연장·야간·휴일근로가 당연히 예상된다고 하더라도 기본급과는 별도로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등을 세부항목으로 나누어 지급하도록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급여규정 등에 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포괄임금제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그리고 단체협약 등에 일정 근로시간을 초과한 연장근로시간에 대한 합의가 있다거나 기본급에 수당을 포함한 금액을 기준으로 임금인상률을 정하였다는 사정 등을 들어 바로 위와 같은 포괄임금제에 관한 합의가 있다고 섣불리 단정할 수는 없다. (대법원 2022. 2. 11. 선고 2017다238004 판결) |
'인사노무관리 > 근로시간관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30인 미만 사업장의 8시간 특별연장근로의 명과 암> (0) | 2023.01.24 |
---|---|
<윤석열 정부의 근로시간 유연화정책의 성공가능성> (0) | 2023.01.10 |
<소정근로시간과 연장근로> (0) | 2022.11.02 |
<월급근로자의 주휴일과 통상임금> (0) | 2022.09.22 |
<소정근로시간, 그리고 연장근로시간> (0) | 2022.08.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