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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노무관리/근로시간관리

<탄력근로제, 그리고 취업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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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법을 전공하는 분들은 대부분 채권자채무자와 같은 지극히 민법스러운멘트를 싫어합니다. 그러나 예수가 태어나기도 전에 이미 로마법을 완비한 로마시대의 법률가들은 근로자를 노동력을 제공하여야 할 채무자로, 사용자는 그 노동력을 수령할 정당한 권리자라는 의미에서 채권자로 법률구성을 했습니다. 물론 현행 민법 채권각칙상의 체계도 그렇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민법스러운 시각으로 갑과 을이라는 근로자가 A라는 회사에서 근무하는 것을 가정해봅니다. 갑과 을이 모두 40시간의 근로를 제공하는데, 갑은 2023. 5. 첫째 주에 화요일은 10시간을 근무하되 금요일은 6시간을 근무하고, 을은 해당 주 전체를 8시간만 근무하는 것으로 가정해 봅니다. A회사가 갑과 을로부터 제공받는 근로의 양 자체는 모두 동일합니다. 그러나 임금은 다릅니다. 갑이 더 많이 받게 됩니다. 바로 연장근로를 화요일에 했기 때문입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연장근로에 대하여 50% 이상의 할증임금을 줘야함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민법과 근로기준법은 바로 이런 점에서 차이가 출발합니다.

 

그런데 민법스러운, 실은 소박한 자영업자 대부분이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시각을 지닌 사용자는 뭔가 불공평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똑같은 근로를 제공받았는데, 왜 임금을 할증해서 줘야 하는가! 때로는 경영사정상 특정한 주나 특정한 달에 빡쎄게일할 필요가 생깁니다. 어린이날에 집중적으로 몰리는 놀이동산이나 중국집을 연상하면 됩니다. 필요는 발명을 낳습니다. 그것이 바로 탄력근로제입니다. 근로기준법 제51조는 ‘2주 단위 탄력근로제‘3월 단위 탄력근로제를 규정합니다. 탄력근로제가 생긴 근본적인 이유는 연장근로가산수당 때문입니다. 사용자는 동일한 근로를 제공받는데, 특정한 기간에 연장근로가산수당을 줘야 하는 것이 불합리한 측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탄력근로제는 악마가 속삭이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탄력근로제를 도입하는 약속도 하지 않고 사용자가 멋대로 적용하는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연장근로를 하면 신체에 무리가 가기에 그것에 대한 보상차원에서 근로기준법에 강행규정으로 도입된 연장근로가산제도가 무력화할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근로기준법은 2주 단위 탄력근로제에 대하여 취업규칙 또는 취업규칙에 준하는 근거가 있어야 비로소 도입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근로기준법 제51조 제1). 기존에 존재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신규로 도입하는 경우에도 그 근거가 존재하여야 합니다.

 

후자의 경우에는 취업규칙의 변경절차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취업규칙을 손바닥 뒤집듯이 쉽게 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탄력근로제와 같이 근로자에게 불리할 수 있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다음 <기사>에 등장하는 대법원 판례(대법원 2023. 4. 27. 선고 202016431 판결)가 바로 이런 사례입니다. 사안은 직원들과 개별적으로 맺은 근로계약서를 통해 2주 단위의 탄력근로제를 도입한 경우입니다. 취업규칙의 변경절차나 기존의 취업규칙에서는 탄력근로제가 없었습니다. 사용자는 개별 근로계약이 있기에 정당하다고 주장했으나, 대법원은 근로기준법 제51조 제1항 법문을 중시하였습니다. 따라서 탄력근로제가 없는 상황으로 간주하였고, 위에서 제가 든 사례의 갑의 경우와 같이 연장근로가산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것을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기사>
2주 이내의 탄력적근로시간제는 근로자의 개별 동의가 아닌 노동조합과의 합의 등 취업규칙 변경을 통해서만 도입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연장근로 수당 미지급 등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항공기 청소 용역 업체 대표 A 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5일 밝혔다.
A 씨는 2014~2015년 직원 125명의 연장근로 수당과 미사용 연차 수당 총 5200만 원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 씨는 직원들과 개별적으로 맺은 근로계약서를 통해 2주 단위의 탄력적근로시간제를 도입해 연장근로 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으나 1심은 죄가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2심은 직원들의 근로계약서가 근로조건·환경 등을 자세히 규정해 사실상 취업규칙으로 볼 수 있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2주 단위 탄력적근로시간제는 근로자의 개별적 동의를 통해 도입할 수 없다며 유죄 취지로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근로자의 개별적 동의로 탄력적근로시간제를 도입할 수 있다면 노조 등의 동의를 받도록 한 근로기준법의 취지가 무색해진다취업규칙이 별도로 존재하기 때문에 이 사건 근로계약서가 실질적으로 취업규칙에 해당한다고 평가할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탄력적근로시간제가 유효하게 도입됐다고 볼 수 없으므로 해당 직원들에게 연장근로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다. 탄력적근로시간제는 노사 합의를 통해 특정 기간의 근무시간을 연장·단축함으로써 단위 기간의 평균 근로시간을 주 52시간 이내로 맞추는 유연근무제의 일종이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단위 기간을 2주 내로 정할 때는 취업규칙에 따라야 하고 그 이상으로 정할 때는 노동조합 등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 합의가 필요하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1/0004190688?sid=102


<근로기준법>
51(3개월 이내의 탄력적 근로시간제) 사용자는 취업규칙(취업규칙에 준하는 것을 포함한다)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2주 이내의 일정한 단위기간을 평균하여 1주 간의 근로시간이 제50조제1항의 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특정한 주에 제50조제1항의 근로시간을, 특정한 날에 제50조제2항의 근로시간을 초과하여 근로하게 할 수 있다. 다만, 특정한 주의 근로시간은 4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94(규칙의 작성, 변경 절차) 사용자는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관하여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다만,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
사용자는 제93조에 따라 취업규칙을 신고할 때에는 제1항의 의견을 적은 서면을 첨부하여야 한다.


<대법원 판례>
구 근로기준법(2017. 11. 28. 법률 제151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51조 제1항은 사용자는 취업규칙(취업규칙에 준하는 것을 포함한다)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2주 이내의 일정한 기간을 단위기간으로 하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시행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이러한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구 근로기준법 제50조 제1항과 제2항에서 정한 1주간 및 1일의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여 소정근로시간을 정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서 법률에 규정된 일정한 요건과 범위 내에서만 예외적으로 허용된 것이므로 법률에서 정한 방식, 즉 취업규칙에 의하여만 도입이 가능할 뿐 근로계약이나 근로자의 개별적 동의를 통하여 도입할 수 없다. 근로계약이나 근로자의 개별적 동의로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할 수 있다고 한다면 취업규칙의 불리한 변경에 대해 근로자 과 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그러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도록 한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의 취지가 무색해지는 결과가 초래되기 때문이다.
(대법원 2023. 4. 27. 선고 202016431 판결)

대법원은 근로계약이나 근로자의 개별적 동의로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할 수 있다고 한다면 취업규칙의 불리한 변경에 대해 근로자 과 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그러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도록 한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의 취지가 무색해지는 결과가 초래되기 때문이다.’라고 판시하여 취업규칙의 규범성을 중시한 필연적 결과입니다. 실은 대법원의 판단이 법률해석의 가장 기초이자 가장 중요한 문리해석에도 부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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