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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노무관리/근로시간관리

<재택근무의 명과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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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1999년에 개봉되어 전 세계를 강타한 헐리우드 대작입니다. 지금 봐도 전혀 촌스럽지 않은 현란한 CG특수효과도 대단하지만, 아직 AI가 널리 알려지지 않은 시대에 AI가 지배하는 미래를 그린 플롯도 대단합니다. 극중 (The One)’이자 네오라 불린 키애누 리브스의 액션연기도 역시 대박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매트릭스가 대박인 이유는 인트로부터 이어지는 장면 하나하나가 명장면의 연속인 이유도 큽니다. 그중에서도 AI 통제 요원들이 네오를 찾는 장면도 명장면입니다.

 

그런데 신기한 대목이 있습니다. 워낙 액션영상이 탁월하기에 막상 네오의 직업에 대하여는 사람들이 잘 모른다는 점이 그것입니다. AI 통제 요원들이 삼엄한 검색 망을 뚫고 매트릭스 안에 들어가 찾아 헤매는 긴박한 장면에서 비로소 그의 본업이 등장합니다. 바로 는 본명이 토머스 앤더슨으로 낮에는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아가지만, 밤마다 네오라는 이름으로 컴퓨터 해커라는 투잡족이었습니다. 영화 끝까지 네오로 불리는 토마스 앤더슨이 본업인 회사원으로 근무했던 회사풍경은 그냥 긴박한 추적과 도피라는 장면묘사를 위한 소모품 수준입니다. 그러나 바로 그 회사원으로서 파티션으로 칸막이로 구분된 사무실 내 공간배치가 전형적인 미국 회사의 사무직 근로자의 근무공간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미국은 개인주의가 강한 나라입니다. 그러나 근무시간에도 개인주의가 강한 것은 아닙니다. 엄청나게 빡센 것이 미국의 근무시간입니다. 매트릭스 속의 앤더슨은 바로 그렇게 빡센 회사에서 근무했던 것입니다. 파티션은 옆자리를 신경쓰지 말고 자기 일에만 몰두하라는 무언의 압박을 상징합니다. 미국은 실적을 중시합니다. 하위실적자는 일정비율 자동적으로 해고된다는 근로계약서를 쓰고 입사하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근무시간에 잡담을 하거나 딴짓을 하면 근무평가에서 지옥을 맛봐야 합니다. 퇴근 이후는 자유를 부여하되, 근무시간에는 오로지 근무만 하라는 것이 미국 내 평범한 회사의 일상입니다.

 

그런데 코로나19 이후에 미국에서 광범위하게 재택근무가 일상화되었습니다. 파티션으로 상징이 되는 빡센 근무환경을 잠시나마 미국의 근로자들은 잊었습니다. 재택근무라는 말은 실은 사업주가 빡세게 감시를 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근로자는 사용자가 쥐꼬리만한 돈을 주면서도 일은 파피션 속에서 빡세게 일을 시킨다고 불만을 표출하지만, 사용자는 그 반대입니다. ‘월급도둑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상례입니다. 특히 재택근무의 경우에는 그런 생각이 간절합니다. 그래서 미국의 사용자들은 재택근무를 중단하려는 시도를 합니다.

 

다음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SBS의 이현식 기자가 재택근무 이제 그만? 미국 사장님들의 역습이라는 글을 통하여 미국 현지의 생생한 분위기를 잘 그렸습니다. 풍부한 사례를 위트가 넘치는 설명으로 글을 아주 잘 썼습니다.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2,500년 전에 장자는 사람의 얄팍한 속성을 갈파했습니다. 그는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은 얄팍한 사람의 본성이라고 일갈했습니다. 2,500년이 지난 21세기 먼 이역만리 미국의 근로자들도 바로 그런 속성을 드러냈습니다.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사람의 본성이 어디 가는 것이 아닙니다. 당연히 경영진들은 뿔이 납니다. 돈이 많은 오너라고 근로자에게 그냥 돈을 퍼줄 리가 없습니다. 사람 곳에서의 사용자와 근로자의 상반된 심리는 다 거기서 거기입니다.

 

<기사>
진시황에게 불로장생의 꿈이 있었다면 직장인에겐 완전 재택근무의 꿈이 있다. 출퇴근 과정의 고통과 상사 눈치보기 없이 월급 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코로나 팬데믹이 그 꿈을 실현해 주는 계기가 될 것도 같았다. 태평양 건너 미국에서는 실제로 그런 일자리가 꽤 많이 생겨났다는 뉴스도 심심치 않게 전해졌다. 그런데
미국마저도 변하고 있다. 출근을 강요(?)하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열심히 일해서 큰 성공을 일군 고용주들이 앞장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를 들 수 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55/0001059328?sid=101


<근로기준법>
58(근로시간 계산의 특례) 근로자가 출장이나 그 밖의 사유로 근로시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사업장 밖에서 근로하여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소정근로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본다. 다만, 그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통상적으로 소정근로시간을 초과하여 근로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그 업무의 수행에 통상 필요한 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본다.
1항 단서에도 불구하고 그 업무에 관하여 근로자대표와의 서면 합의를 한 경우에는 그 합의에서 정하는 시간을 그 업무의 수행에 통상 필요한 시간으로 본다.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업무 수행 방법을 근로자의 재량에 위임할 필요가 있는 업무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업무는 사용자가 근로자대표와 서면 합의로 정한 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본다. 이 경우 그 서면 합의에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을 명시하여야 한다.
1. 대상 업무
2. 사용자가 업무의 수행 수단 및 시간 배분 등에 관하여 근로자에게 구체적인 지시를 하지 아니한다는 내용
3. 근로시간의 산정은 그 서면 합의로 정하는 바에 따른다는 내용
1항과 제3항의 시행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한국의 근로기준법에도 재택근무의 법적 근거가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58조는 근로시간 계산의 특례라는 제목으로 근로시간 상의 특칙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같은 법문상의 출장이나 그 밖의 사유에 재택까지 포함됨은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재택근무를 하는 경우에는 통상 1일의 근무시간을 기준으로 같은 근무를 했다고 간주합니다. 말하자면 재택근무 1일과 출근근무 1일이 같다는 의미, 즉 근무 자체의 등가성을 인정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사용자는 부과된 과업을 제대로 했는지 확인하기가 어렵습니다. 재택근무의 근원적 한계입니다. 그래서 이현식 기자의 <기사> 속의 미국 CEO가 재택근무를 거부하려는 상황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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