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가서 발병난다.
○한국인이라면 모를 수 없는 아리랑의 가사입니다. 이 기사를 음미해 봅니다. 나를 버리는 님은 일단 고개를 넘어가는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고개를 넘어가는 님이 완전하게 나를 버리지는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십리도 못가서 발병난다’라는 대목은 가정적 상황을 전제로 나를 버리지 말라는 간절한 비원을 그렸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 상황은 완전하게 나를 버린 것도 아니고 돌아선 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황입니다. 윤석열 정부의 포괄임금제폐지가 바로 이 아리랑의 가사처럼 어정쩡합니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 중 핵심이 바로 포괄임금제의 폐지입니다. 주 69시간제를 추진하면서 동시에 그 남용을 방지하기 위하여 포괄임금제를 폐지하겠다고 주창하였지만 무슨 영문인지 주무부서인 고용노동부는 다음 <기사>의 내용처럼 ‘포괄임금 오·남용을 근절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슬며시 애매한 포지션을 보이고 있습니다. 포괄임금제의 폐지는 대선공약이었지만, 화물연대와 건설노조를 때려잡던 그 기세와는 정반대로 아리송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음 <기사>에서는 ‘제도상으로는 존재하지 않으나 대법원 판례에 의해 인정되기 시작한 계약 방식이다.’라고 포괄임금제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포괄임금제는 노사 간에 연장근로, 야간근로, 그리고 휴일근로시간을 정확하게 측정하기 어렵다는 사정을 고려하여, 이러한 추가근로시간을 당사자가 ‘퉁쳐서’ 얼마만큼 근로를 하되, 그 시간에 상응하는 가산수당을 합의하는 약정을 대법원이 ‘유효’하다고 판결을 하면서 전국적으로 ‘유행’을 탄 관행입니다. 법률상의 제도가 아닙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포괄임금제가 마치 악의 대명사인 양 과장하고 있지만, 포괄임금제가 문제없이 잘 이행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이 모든 제도는 악용이라는 악마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주로 사용자에 의하여 악용이 되는 것인데, 근로자나 사용자 모두 정확한 근로시간을 측정할 수 없는 상황을 악용하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주로 노동조합이나 근로자 측에서 주장했던 대표적인 것이 바로 ‘공짜노동론’입니다. 가령, 1일 2시간 연장근로를 약정했음에도 정확한 근로시간의 측정이 어렵다는 점을 악용하여 실제로는 3시간, 4시간의 근로를 공짜로 사용자가 수령했다는 것이 공짜노동론의 실체입니다.
○공짜노동론을 혁파하는 방법은 일단은 간단합니다. 출·퇴근 시간 기록 의무화입니다. 전산기록으로 출·퇴근 시간 기록을 계측한다면 근로시간을 정확하게 측정한 그대로, 즉 ‘법대로’ 임금을 산정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도 서구 각국에서는 일부 실시하고 있습니다. 물론 일부 공무원들이 연장근로수당을 악용하는 것처럼, 전산기록의 의무화가 만병통치약은 아닙니다. 그래도 근로자들의 항변은 수용할 수 있습니다. 이미 대기업을 중심으로 전산화된 출결시스템은 포괄임금제를 방지하는 큰 기능을 수행합니다. 거기에 더하여 사무직군을 중심으로 컴퓨터 로그온 시간 측정 시스템도 충분히 그 기능을 수행합니다.
<기사> 고용노동부가 일부 언론이 보도한 포괄임금제 폐지와 관련해 "확정된 것은 없다"고 부인했다. 고용부는 지난 22일 설명자료를 통해 "포괄임금 오·남용을 근절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앞서 일부 언론은 고용부가 근로시간 개편과 관련해 포괄임금제를 폐지하고 출·퇴근 시간 기록 의무화를 추진한다고 보도했다. 포괄임금제는 실제 근로시간을 따지지 않고 매월 일정한 금액의 임금을 지급하는 계약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사용자는 근로자가 실제 일한 시간에 따라 연장·야간·휴일근로 등 시간 외 근로에 추가 수당을 지급해야 하지만, 정확한 근로시간 계산이 어려운 직종의 경우 서로 합의를 통해 일괄 지급하는 것이다. 제도상으로는 존재하지 않으나 대법원 판례에 의해 인정되기 시작한 계약 방식이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3/0011758240?sid=102 <대법원 판례> 사용자가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근로자에 대하여 기본임금을 결정하고 이를 기초로 각종 수당을 가산하여 합산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사용자와 근로자가 기본임금을 미리 정하지 아니한 채 법정수당까지 포함된 금액을 월 급여액이나 일당임금으로 정하거나 기본임금을 미리 정하면서도 법정 제 수당을 구분하지 아니한 채 일정액을 법정 제 수당으로 정하여 이를 근로시간 수에 관계없이 지급하기로 약정하는 내용의 이른바 포괄임금제에 의한 임금 지급계약 또는 단체협약을 한 경우 그것이 근로기준법이 정한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근로조건을 포함하는 등 근로자에게 불이익하지 않고 여러 사정에 비추어 정당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유효하다. 포괄임금제에 관한 약정이 성립하였는지는 근로시간, 근로형태와 업무의 성질, 임금 산정의 단위,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의 내용, 동종 사업장의 실태 등 여러 사정을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비록 개별 사안에서 근로형태나 업무의 성격상 연장·야간·휴일근로가 당연히 예상된다고 하더라도 기본급과는 별도로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등을 세부항목으로 나누어 지급하도록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급여규정 등에 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포괄임금제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그리고 단체협약 등에 일정 근로시간을 초과한 연장근로시간에 대한 합의가 있다거나 기본급에 수당을 포함한 금액을 기준으로 임금인상률을 정하였다는 사정 등을 들어 바로 위와 같은 포괄임금제에 관한 합의가 있다고 섣불리 단정할 수는 없다. (대법원 2020. 2. 6. 선고 2015다233579, 233586 판결) |
○물론 출·퇴근 시간 기록 의무화는 기업에 금전적 부담을 강제한다는 점에서 고용노동부가 강제하기는 난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일부 공무원의 악용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사용자가 부당하게 금전적 부담을 질 수도 있습니다. 바로 여기에서 고용노동부가 ‘포괄임금제 아리랑’을 부르는 현실적인 이유를 추출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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