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맥(菽麥)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직역하면 콩과 보리라는 뜻인데, 어의가 전성이 되어서 ‘모자라고 어리석은 사람’으로 과거 농경사회에서는 많이 쓰인 말입니다. 그러나 공업화된 현대사회에서는 숙맥이라는 말이 거의 쓰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숙맥’이라는 말을 모르더라도 숙맥(!)이 아닌 사회가 된 것입니다. 요즘은 트랜지스터와 다이오드라는 말이 일상에서 거의 쓰지 않습니다. 그러나 1970년대에는 ‘트랜지스터 라디오’라는 광고도 흔했습니다. ‘기술의 상징 금성(현 LG)이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만들었습니다!’라는 광고카피가 실제로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트랜지스터 라디오는커녕 라디오를 구경하기 어려운 시대입니다. 차량용라디오는 물론 유튜브로도 들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특정 단어의 의미를 모른다고 해서 시대에 뒤떨어지는 사람으로 단정하는 것은 무척이나 실례가 될 수 있습니다. 시간의 흐름은 일상을 바꾸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시대가 흐르더라도 좀처럼 변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법률용어입니다. 서양에서 쓰이는 법률용어는 심지어는 고대부터 쓰이는 것이 흔합니다. 나폴레옹이 애독했다던 프랑스 민법전은 아직까지도 사용됩니다. 우리가 쓰는 법률용어의 대부분은 일제강점기에 도입된 것입니다. 일본식 한자어투 법률용어는 많이 변경되었지만, 주요 도구개념을 이루는 법률용어는 아직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소멸시효와 공소시효입니다. 일제강점기에 독립군을 처벌하던 공소시효와 재산분쟁으로 쓰이던 소멸시효는 아직도 쌩쌩하게 일선현장에서 활용됩니다.
○그 중에서도 임금채권의 소멸시효와 공소시효는 아직도 일선현장에서 활용이 많이 됩니다. 소멸시효는 민법상의 제도이고 공소시효는 형사소송법상의 제도입니다. 양자는 별개임에도 소멸시효를 공소시효와 혼동하는 분들이 꽤나 많습니다. 뭐든 그렇지만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어야 합니다. 세상사람이 모두 법률지식이 충만할 것은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임금채권의 소멸시효는 근로기준법 제49조가 ‘이 법에 따른 임금채권은 3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소멸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의문점은 3년의 기산점, 언제부터 계산을 시작하는가, 입니다. 그 정답은 민법에 있습니다. 전술한 대로, 본래 소멸시효란 민법상의 제도이기 때문입니다. 민법 제166조 제1항은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근로기준법은 임금채권과 그 밖에 금품채권의 청산의무(제36조)와 정기불임금채권(제43조 제2항)을 구분하여 규정하고 있습니다. 각각은 별개의 근거규범에 의하여 발생한 권리이기에 별도로 기산합니다. 양자 모두 확정기한이 있는 경우이기에, 민법 제157조의 규정의 초일불산입의 원칙에 따라 확정기, 즉 임금채권 등의 이행기인 월급날의 다음날로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합니다.
○공소시효는 범죄행위의 종료한 때로부터 진행합니다(형사소송법 제252조). 범죄행위의 종료란 기일연장의 합의가 없이 14일을 경과한 시점(근로기준법 제36조)과 정기불의 원칙상 정기불의무의 시점(근로기준법 제43조 제2항)이 경과하면 범죄행위가 완성되는 즉시범이기에, 그 기간이 경과하면 즉시 공소시효가 진행합니다. 공소시효제도는 정지만이 있고 민법상 소멸시효와는 달리 중단제도가 없습니다. 또한 초일산입이 원칙입니다(형사소송법 제66조 제1항). 피의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민법상 기간계산의 특칙을 규정한 것입니다.
○근로기준법상 금품체불죄(제36조)와 정기불체불죄(제43조 제2항)의 경우 각각의 범죄가 되며(대법원 2006. 5. 11. 선고 2005도8364 판결), 형법 제37조가 규정한 경합범이 됩니다. 이 경우에 양자 모두 5년의 공소시효가 되는데, 양죄 모두를 범한 경우에는 형사소송법 제251조가 규정한 ‘「형법」에 의하여 형을 가중 또는 감경한 경우에는 가중 또는 감경하지 아니한 형에 의하여 제249조의 규정을 적용한다.’라는 규정에 따라 경합범 가중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소시효를 산정합니다.
○법률의 영역에서는 시효나 기간이라는 것이 무수히 등장합니다. 일반인에게 알려지지 않는 시효 중에서 형의 시효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것은 형법전에 등장하는 것인데, 형법 제78조는 ‘시효는 형을 선고하는 재판이 확정된 후 그 집행을 받지 아니하고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른 기간이 지나면 완성된다.’라고 규정합니다. 이것은 법원의 확정판결을 받았음에도 집행을 받지 않은 경우, 가령, 수감 중 탈주한 빠삐용과 같이 형의 집행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인정되는 시효입니다. 근로기준법상 임금체불죄는 대부분 벌금형이 선고됩니다. 체불액이 큰 경우에는 물론 실형이 선고됩니다. 이 경우에는 검경에 붙잡히지 않고 7년 또는 5년을 경과하여야 비로소 그 집행이 면제됩니다(형법 제78조 제5호 및 제6호).
제36조(금품 청산)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 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의 모든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제43조(임금 지급) ① 임금은 통화(通貨)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법령 또는 단체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임금의 일부를 공제하거나 통화 이외의 것으로 지급할 수 있다. ② 임금은 매월 1회 이상 일정한 날짜를 정하여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임시로 지급하는 임금, 수당,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것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임금에 대하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제49조(임금의 시효) 이 법에 따른 임금채권은 3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소멸한다. 제109조(벌칙) ① 제36조, 제43조, 제44조, 제44조의2, 제46조, 제51조의3, 제52조제2항제2호, 제56조, 제65조, 제72조 또는 제76조의3제6항을 위반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제36조, 제43조, 제44조, 제44조의2, 제46조, 제51조의3, 제52조제2항제2호 또는 제56조를 위반한 자에 대하여는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와 다르게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민법> 제166조(소멸시효의 기산점) ①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한다. ②부작위를 목적으로 하는 채권의 소멸시효는 위반행위를 한 때로부터 진행한다. 제157조(기간의 기산점) 기간을 일, 주, 월 또는 연으로 정한 때에는 기간의 초일은 산입하지 아니한다. 그러나 그 기간이 오전 영시로부터 시작하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형사소송법> 제66조(기간의 계산) ① 기간의 계산에 관하여는 시(時)로 계산하는 것은 즉시(卽時)부터 기산하고 일(日), 월(月) 또는 연(年)으로 계산하는 것은 초일을 산입하지 아니한다. 다만, 시효(時效)와 구속기간의 초일은 시간을 계산하지 아니하고 1일로 산정한다. ② 연 또는 월로 정한 기간은 연 또는 월 단위로 계산한다. ③ 기간의 말일이 공휴일이거나 토요일이면 그날은 기간에 산입하지 아니한다. 다만, 시효와 구속기간에 관하여는 예외로 한다. 제249조(공소시효의 기간) ①공소시효는 다음 기간의 경과로 완성한다. 1.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에는 25년 2.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에 해당하는 범죄에는 15년 3. 장기 10년 이상의 징역 또는 금고에 해당하는 범죄에는 10년 4. 장기 10년 미만의 징역 또는 금고에 해당하는 범죄에는 7년 5. 장기 5년 미만의 징역 또는 금고, 장기10년 이상의 자격정지 또는 벌금에 해당하는 범죄에는 5년 6. 장기 5년 이상의 자격정지에 해당하는 범죄에는 3년 7. 장기 5년 미만의 자격정지, 구류, 과료 또는 몰수에 해당하는 범죄에는 1년 ②공소가 제기된 범죄는 판결의 확정이 없이 공소를 제기한 때로부터 25년을 경과하면 공소시효가 완성한 것으로 간주한다. 제251조(형의 가중, 감경과 시효기간) 「형법」에 의하여 형을 가중 또는 감경한 경우에는 가중 또는 감경하지 아니한 형에 의하여 제249조의 규정을 적용한다. 제252조(시효의 기산점) ①시효는 범죄행위의 종료한 때로부터 진행한다. ②공범에는 최종행위의 종료한 때로부터 전공범에 대한 시효기간을 기산한다. 제253조(시효의 정지와 효력) ①시효는 공소의 제기로 진행이 정지되고 공소기각 또는 관할위반의 재판이 확정된 때로부터 진행한다. ②공범의 1인에 대한 전항의 시효정지는 다른 공범자에게 대하여 효력이 미치고 당해 사건의 재판이 확정된 때로부터 진행한다. ③범인이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에 있는 경우 그 기간 동안 공소시효는 정지된다. <형법> 제77조(형의 시효의 효과) 형(사형은 제외한다)을 선고받은 자에 대해서는 시효가 완성되면 그 집행이 면제된다. 제78조(형의 시효의 기간) 시효는 형을 선고하는 재판이 확정된 후 그 집행을 받지 아니하고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른 기간이 지나면 완성된다. 1. 삭제 <2023. 8. 8.> 2. 무기의 징역 또는 금고: 20년 3. 10년 이상의 징역 또는 금고: 15년 4.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10년 이상의 자격정지: 10년 5. 3년 미만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년 이상의 자격정지: 7년 6. 5년 미만의 자격정지, 벌금, 몰수 또는 추징: 5년 7. 구류 또는 과료: 1년 <대법원 판례> [1] 근로기준법의 제36조, 제42조 제2항의 규정들에 의하여 사용자에게 부과된 의무의 내용 및 이행시기와 그 입법 취지 등을 종합하여 보면, 근로기준법 제112조, 제36조 위반죄와 근로기준법 제112조, 제42조 위반죄는 실체적 경합관계에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하기 이전에 이미 발생하여 있던 체불임금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 제112조, 제42조 위반죄와는 별도로 근로기준법 제112조, 제36조 위반죄가 성립할 수 있다. [2] 근로기준법 제112조, 제36조 위반죄의 주체는 사용자인바, 근로기준법 제15조는 “사용자”라 함은 사업주 또는 사업경영담당자 기타 근로자에 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사업경영담당자라 함은 사업경영 일반에 관하여 책임을 지는 자로서 사업주로부터 사업경영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하여 포괄적인 위임을 받고 대외적으로 사업을 대표하거나 대리하는 자를 말하고, ‘기타 근로자에 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라 함은 근로자의 인사, 급여, 후생, 노무관리 등 근로조건의 결정 또는 업무상의 명령이나 지휘감독을 하는 등의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로부터 일정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은 자를 말한다. [3] 근로기준법 제112조, 제36조 위반죄는 근로자의 사망 또는 퇴직으로 임금 등의 지급사유 발생일부터 14일이 경과하는 때에 성립하는 것이다. (대법원 2006. 5. 11. 선고 2005도8364 판결) |
'인사노무관리 > 노동법자료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10월 2일 임시공휴일, 그리고 대체공휴일> (2) | 2023.08.29 |
---|---|
<불법파업과 손해배상액의 산정, 그리고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 (0) | 2023.08.26 |
<외국인근로자와 외국인알바생 : ‘유학생 교육경쟁력 제고 방안(Study Korea 300,000 Project)’> (2) | 2023.08.22 |
<장희빈의 주술, 그리고 법률상의 상당인과관계> (1) | 2023.08.18 |
<근로자의 고단한 인생지표 두 가지 : 채무불이행자명부와 급여압류> (0) | 2023.08.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