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상에서 손해라는 말을 많이 씁니다. 물론 손해라는 말을 가장 자주 쓰는 사람은 단연 상인입니다. 상인은 손해의 개념을 다양한 비교방법으로 상정합니다. 어제보다 영업이익이 적으면 손해가 났다고 말을 할 수도 있고, 지난달보다 적으면 손해가 났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작년보다 영업이익이 적은 것으로도 손해를 하소연할 수도 있습니다. 손해의 개념은 이처럼 손해시점 내지 기준시점과 비교시점이라는 두 가지의 비교대상이 있어야 하는 상대적 개념입니다. 또한 손해라는 개념내재적으로 그 비교대상 간의 차액을 필요로 합니다. 시점과 차액은 손해의 핵심적 요소입니다.
○일상에서 쓰는 손해의 개념은 법률의 영역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그런데 법률은 통일적으로, 그리고 체계적으로 이론을 구성해야 합니다. 시점은 정상시점과 손해시점이라는 비교대상이 필요합니다. 대법원 판례(대법원 1994. 3. 25. 선고 93다32828, 32835 판결)에서 확인합니다. 대법원은 1). 불법쟁의행위가 없었던 전년도의 같은 기간과 2). 불법쟁의기간을 비교대상시점으로 특정을 합니다. 그리고 양 기간사이에 진료수입의 차이, 즉 차액을 손해로 구성합니다. 특히 불법파업과 같은 불법쟁의행위는 비교대상시점을 1). 정상시점(불법쟁의가 없던 시점)과 2). 불법쟁의시점으로 비교하여 산정합니다.
○대법원의 이러한 방법론은 멀리 로마시대에 이미 확립된 방법입니다. 로마사람들은 당해 사건이 없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손해를 법률적 손해로 보았습니다. 즉 인과관계가 있는 손해가 법률적 손해임을 법리적으로 확립하였습니다. 가정적 상황을 전제로 하기에 조건설(conditio sine qua non)이라는 학설로 명명하였습니다. 그러나 조건설에 의한 인과관계는 무한정이기에, 우리의 대법원은 ‘상당인과관계’로 합리적으로 축소하였습니다. 그러나 차액의 개념 자체는 로마사람들이 상정한 개념을 그대로 수용하였고, 위 대법원 판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불법파업이라는 것은 노동력을 제공하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당연히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과 관련하여 생각하여야 합니다. 혹자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 제44조 제1항의 ‘사용자는 쟁의행위에 참가하여 근로를 제공하지 아니한 근로자에 대하여는 그 기간중의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만을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으로 이해합니다. 그러나 이 원칙은 임금이란 노동력의 제공에 대한 대가관계가 있으며, 근로계약은 유상계약이라는 속성에서 비롯된 원칙임을 간과한 것입니다. 시급 얼마라는 것은 시간당 일정한 근로를 제공받았으면 그 만큼의 임금을 지불하여야 한다는 것을 말하며, 이것이 바로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입니다. 즉 근로계약의 유상성을 의미하는 원칙에 불과합니다.
○불법파업이 있으면 사용자는 불법파업이 없었더라면, 즉 정상적인 노동력이 투입되었더라면 발생할 매출액이 허공으로 사라지지만, 동시에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에 따라 임금의 지급의무도 면합니다. 대법원은 지하철 노동조합의 불법파업에 대한 판결(대법원 2006. 10. 27. 선고 2004다12240 판결)에서 이러한 법리에 따라 ‘지하철공사 노동조합의 불법파업으로 인한 손해액을 산정함에 있어 사용자인 지하철공사가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에 따라 지출하지 않은 미지급 임금은 그 실질이 파업기간 중의 운수수입 취득에 필요한 경비에 해당하므로 이를 공제함이 상당하고’라고 판시하였습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지하철과 같은 대중교통수단은 시민의 발이기에 대체인력을 투입하는 것이 관례입니다. 이 사안에서도 대체인력을 투입하였습니다. 대체인력은 결국 보통의 지하철공사 근로자와 같이 취급해야 합니다. 말하자면 대체인력의 투입은 지하철공사의 정상적인 수입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따라서 대법원은 ‘지하철공사 노동조합의 불법파업으로 인한 손해액을 산정함에 있어 사용자인 지하철공사가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에 따라 지출하지 않은 미지급 임금 중 지하철공사가 지출한 대체투입비를 초과하는 부분을 운수수입 감소분에서 공제하여야 한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 복잡한 손해배상의 산식도 기초개념에 충실하면 그리 어렵지만은 않습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4조(쟁의행위 기간중의 임금지급 요구의 금지) ① 사용자는 쟁의행위에 참가하여 근로를 제공하지 아니한 근로자에 대하여는 그 기간중의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② 노동조합은 쟁의행위 기간에 대한 임금의 지급을 요구하여 이를 관철할 목적으로 쟁의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민법>
제741조(부당이득의 내용)법률상 원인없이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인하여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이익을 반환하여야 한다.
<대법원 판례1>
원고가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에 따라 지출하지 않게 된 이 사건 파업기간 중의 임금은 그 실질에 있어서 원고가 그 감소분 상당에 대한 배상을 구하는 총 운수수입(비용 공제전)의 취득에 필요한 경비에 해당한다 할 것이므로 이 사건 파업으로 인한 원고의 실 손해액을 산정함에 있어서 위 미지급 임금액은 손해의 공평·타당한 부담을 그 지도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 비추어 이를 공제함이 상당하다 할 것이고, 이는 위 파업기간 중의 임금 미지급이 법률에 근거한 것이어서 부당이득이 되지 아니한다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 따라서 위 미지급 임금액이 부당이득이 아니라는 이유를 들어 원고의 손해액을 산정함에 있어서 공제되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원고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없다.
위 미지급 임금이 파업기간 중의 운수수입 취득에 필요한 경비에 해당한다고 보는 이상, 원고가 그 지출을 면한 미지급 임금액 중 원고가 지출한 대체투입비를 초과하는 부분은 운수수입 감소분에서 이를 공제하여 줌이 위 미지급 임금액의 성질 및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 비추어 타당하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이 위 미지급 임금액이 부당이득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를 들어 위 대체투입비 지출에 따른 손해 항목에서만 이를 공제할 수 있을 뿐 다른 부분의 손해에서는 공제할 수 없다고 함으로써, 이 사건 미지급 임금액 중 대체투입비 초과액은 운수수입 감소분에서 공제되어야 한다는 피고들의 주장을 배척한 조치에는 손해배상액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할 것이고,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들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대법원 2006. 10. 27. 선고 2004다12240 판결)
<대법원 판례2>
노동조합이나 근로자의 불법쟁의행위로 인하여 의료업무를 수행하는 사용자가 그 영업상의 손실에 해당하는 진료수입의 감소로 입은 손해는 일실이익으로서 불법쟁의행위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손해이고, 그 일실이익의 산정방법은 구체적 사정에 따라 다를 것이나 일응 불법쟁의행위가 없었던 전년도의 같은 기간에 대응하는 진료수입과 대비한 감소분이나 불법쟁의행위가 없었던 전월의 같은 기간에 대응하는 진료수입과 대비한 감소분을 산출한 다음 그 수입을 얻기 위하여 소요되는 제 비용을 공제하는 방법으로도 산정할 수 있다.
(대법원 1994. 3. 25. 선고 93다32828, 32835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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