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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노무관리/근로시간관리

<일용근로자, 그리고 연차수당을 포함한 포괄임금의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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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을 공부하면서 절대로 넘어갈 수 없는 테마가 한계생산성체감의 법칙입니다. 이것은 경제학을 넘어 거의 국민상식에 근접한 내용으로서, 굳이 경제학을 공부하지 않아도 상식차원에서도 수용이 가능한 법칙입니다. 그런데 여기에서의 전제조건은 고정자본(K)과 가변자본(L)은 각각 기계설비 등 물적설비와 노동력이라는 인적설비는 서로 대체가 불가하되, 단기에서는 인력만이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적설비가 고정된 상황에서 인력을 늘리는 것은 당장은 생산물이 증가하지만, 일정 시점 이후에는 생산물이 체감한다는 것이 이 법칙의 핵심입니다.

 

그런데 근로자의 채용은 현실에서는 이렇게 가변요소가 아닙니다. 면접과 채용절차 등 절차와 비용을 수반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이 법칙에 가장 근접한 노동력은 일용근로자입니다. 동일한 가격에 완전경쟁시장에서 조달할 수 있는 인력은 현실에서는 그리 간단하지 않지만, 이론의 정립을 위하여 개념을 정의하는 것입니다. 사전적 의미로 일용근로자는 하루살이처럼 일단위로 고용하는 근로자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근로자는 일정한 기간을, 주로 단기간을, 설정해서 그 기간동안에는 상용직근로자처럼 근무를 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완전한 일용근로자는 아닌 셈입니다. 국민건강보험법 등 사회보험법상 일용근로자도 그렇게 정의합니다(건보법 제6조 제2).

 

일용근로자들은 만리장성은 물론 고대 피라미드 축조의 주축이었습니다. 역사가 오랜 경우입니다. 미국에서도 건설부분은 일용근로자가 주축입니다. 한국의 건설현장의 실무용어는 대부분 일본어에서 유래했습니다. 일본도 일용근로자가 건설의 주축이라는 방증입니다. 조선총독부 기사로 활동했던 시인 이상의 행적에도 건설일용근로자가 실제로 등장합니다. 일용근로자라고 하여 근로기준법이 비켜가는 것은 아닙니다. 당연히 근로계약서의 작성의무가 있습니다. 그런데 일용근로자들과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는 향후 불투명한 일정 등의 이유로 과거부터 퉁쳐서’, 즉 주휴수당이나 연장근로수당을 합하여 계산하는 관행이 있습니다. 실은 건설일용근로자의 대부분은 이렇게 계약서를 작성합니다. 이를 포괄임금약정이라 합니다.

 

대법원은 오래 전부터 일용근로자와 체결한 포괄임금약정은 일정한 요건하에 유효하다고 판시(근로시간, 근로형태와 업무의 성질을 고려할 때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기본임금을 미리 산정하지 아니한 채 법정수당까지 포함된 금액을 월 급여나 일당 임금으로 정하여 이를 근로시간 수에 상관없이 지급하기로 약정하는 내용의 이른바 포괄임금제에 의한 임금 지급계약을 체결하더라도 그것이 달리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없고 여러 사정에 비추어 정당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유효하다(대법원 2005. 8. 19. 선고 200366523 판결 등 참조).)하였습니다.

 

그런데 연차수당까지 포함하여 포괄임금약정을 하는 경우에도 유효한가는 문제입니다. 연차수당을 포함한다는 의미는 연차휴가 자체를 박탈하고 근로를 강제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연차휴가를 근로기준법에 강행법규로 규정한 것은 근로자는 생명체로서 존엄한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연차휴가를 배제하면 1년 내내 근무를 강제하는 것과 유사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 제4조의 의미를 음미해야 합니다. 근로자 중에서는 내가 애인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일을 바짝하자!’라고 작심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부모님의 병원비를 위하여 연차휴가도 포기하고 빡쎄게일하겠노라고 다짐하는 근로자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사용자에게 먼저 연차수당을 미리 땡겨주는’, 즉 그 실질이 연차수당의 가불에 해당하는 포괄임금약정합의를 제안했을 수도 있습니다.

 

원심은 근로자의 연차휴가권의 부여라는 근로기준법의 취지를 고려하여 이러한 포괄임금의 약정은 무효라고 판시하였습니다. 대법원(대법원 2023. 11. 30. 선고 201929778 판결) 은 판단을 달리 했습니다. 대법원은 근로기준법 제4조의 취지를 주목하면서 포괄임금 약정에서 연차수당을 포함한 부분 전부를 무효로 보아서는 아니 되고 월급에 포함되어 지급된 연차수당액이 근로기준법이 정한 기준에 따라 산정된 정당한 연차수당액에 미달한 부분에 한하여 무효라고 보아, 이와 달리 연차수당 지급을 구하는 원고들의 청구를 전부 인용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근로기준법이 가불 자체를 금지하고 있지 않기에, 연차수당이라는 임금을 가불하는 실질이 있는 포괄임금의 약정을 무효로 볼 이유가 없습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근로자가 연차휴가를 사용할 수는 있되, 미리 받은 연차수당은 사용자에게 반환하여야 합니다. 근로자가 중복의 이득을 받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국민건강보험법>
6(가입자의 종류) 가입자는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로 구분한다.
모든 사업장의 근로자 및 사용자와 공무원 및 교직원은 직장가입자가 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은 제외한다.
1. 고용 기간이 1개월 미만인 일용근로자


<근로기준법>
4(근로조건의 결정) 근로조건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자유의사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


<대법원 판례>
근로시간, 근로형태와 업무의 성질을 고려할 때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기본임금을 미리 산정하지 아니한 채 법정수당까지 포함된 금액을 월 급여나 일당 임금으로 정하여 이를 근로시간 수에 상관없이 지급하기로 약정하는 내용의 이른바 포괄임금제에 의한 임금 지급계약을 체결하더라도 그것이 달리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없고 여러 사정에 비추어 정당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유효하다(대법원 2005. 8. 19. 선고 200366523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위와 같이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경우가 아니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기준법상 수당 산정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하므로, 포괄임금에 포함된 정액의 법정수당이 근로기준법이 정한 기준에 따라 산정된 법정수당에 미달한다면 그에 해당하는 포괄임금제에 의한 임금 지급계약 부분은 근로자에게 불이익하여 무효이고, 사용자는 근로기준법의 강행성과 보충성 원칙에 의하여 근로자에게 그 미달되는 법정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86052 판결 등 참조).
한편 연차수당이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기간을 근로하였을 때 비로소 발생하는 것이라 할지라도 당사자 사이에 미리 그러한 소정기간의 근로를 전제로 하여 연차수당을 일당 임금이나 매월 일정액에 포함하여 지급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며, 포괄임금제란 각종 수당의 지급방법에 관한 것으로서 근로자의 연차휴가권의 행사 여부와는 관계가 없으므로 포괄임금제가 근로자의 연차휴가권을 박탈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1998. 3. 24. 선고 9624699 판결 등 참조).
(대법원 2023. 11. 30. 선고 201929778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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