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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노무관리/근로시간관리

<소정근로시간, 그리고 연장근로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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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속담에 뒷걸음에 황소를 잡는다.’라는 것이 있습니다. 얼떨결에 좋은 결과를 얻는 상황을 빗댄 속담입니다. 현실에서 나타난 결과는 좋은 동기에서 출발한 것과 나쁜 동기에서 출발한 것이 있습니다. 결과를 중시하는 사람들은 모로 가더라도 서울은 갔다는 점을 중시하여 좋은 것으로 받아들이지만, 비록 결과는 좋지만 좋은 동기가 아니기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칸트는 후자의 부류에 속한 사람입니다. 선한 동기를 중시하기에 칸트는 하늘이 무너져도 정의를 세워라.’라는 유명한 명제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칸트의 명제 자체는 일정 부분 수용할 수 있지만, 현실을 사는 장삼이사는 칸트처럼 선한 동기만으로 인생을 살기는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인생은 굴곡이 있고 파고가 있는 고해(苦海)이기 때문입니다. 근로계약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초에는 법정 근로시간인 주 40시간만을 근로하기로 약정했지만, 뜻밖의 상황이 발생하여 주 50시간을 근무하여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가령, 강남에 발생한 폭우로 철야근무를 했던 소방관의 근로상황을 보면 이러한 일련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먼 어린 시절의 방학을 생각해 봅니다. 학교에서 제출하라는 생활계획표는 누구나 그럴싸하게 만들어서 제출합니다. 아침 먹고 공부, 점심 먹고 공부, 그리고 저녁 먹고도 공부를 한다고 그럴싸하게 계획을 짭니다. 그러나 방학이 되면 악의 축들이 등장합니다. 실제로 생활계획표대로 공부하는 학생은 거의 없습니다. 근로계약서를 생활계획표와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그러나 근로계약서에 기재된 소정근로시간과 현실에서 기업이 부닥친 상황, 그리고 연장근로는 생활계획표와 실제 한 공부시간과 유사한 점이 있기는 합니다.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8호가 법정한 소정근로시간의 개념은 법정근로시간을 전제로 합니다. 강행법규인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이 정한 근로시간을 초과하는 약정은 무효이기 때문입니다. 이 법정근로시간의 범위에서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 정한 근로시간’, 사전에근로하기로 약정한 시간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서 전술한 생활계획표에서 학생이 향후 이렇게 공부하겠노라고 약속한 시간을 말합니다. 이에 반하여 연장근로시간사후에기업이 처한 경영환경에 따라 사전에약속한 근로시간, 즉 소정근로시간을 초과하여 근로한 시간을 말합니다. 마이크 타이슨이 인용한 말처럼, 누구나 갖는 그럴싸한 계획과 실제 결과는 다르기 마련입니다.

 

조선후기에는 고공(雇工)’이라는 일종의 임금근로자가 광범위하게 등장했습니다. 주로 농업 분야에서 품삯이라는 임금을 받고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고공에게는 요즘과 같은 근로시간의 제한은 당연히 없었습니다. 그러나 비록 조선말기의 세도정치 이후에는 야수로 변했지만, 조선후기의 지주들은 기본적으로 그렇게 야박하지는 않았습니다. 석양에 노을이 지는 상황이면 작업을 중단하도록 했으며, 야간에도 근무를 하는 경우에는 품삯을 더 쳐서 줬습니다. 현대적 의미의 연장근로와 일맥상통하는 점입니다. 물론 통상적인 근무시간에는 당초에 약속한 품삯만 줬습니다.

 

소정근로와 연장근로는 소박한 형태의 근로계약으로 이루어진 조선시대의 고공계약에서도 찾을 수 있을 정도로 근로시간에 대한 합리적인 약정입니다. 조선시대에도 연장근로에 대한 가산품삯은 실제 근로한 시간을 기준으로 산정했습니다. 21세기 현재 대법원은 이러한 자연적인 산정의 방법을 재확인하면서 다음과 같은 전원합의체 판결(시간급 통상임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총근로시간 수에 포함되는 약정 근로시간 수를 산정할 때는 특별한 정함이 없는 한 근로자가 실제로 근로를 제공하기로 약정한 시간 수 자체를 합산하여야 하는 것이지, 가산수당 산정을 위한 가산율을 고려한 연장근로시간 수와 야간근로시간 수를 합산할 것은 아니다. 이와 달리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는 약정 근로시간에 대한 임금으로 지급된 월급 또는 일급 형태 고정수당의 시간급 환산 시 연장근로시간 수와 야간근로시간 수에 가산율을 고려하여 총근로시간 수를 산정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판단한 종전 판결의 해당 부분 판단은 부당하므로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다(대법원 2020. 1. 22. 선고 201573067 전원합의체 판결)을 내렸습니다. 실제 근로한 시간을 중시하여 내린 판결입니다.

<근로기준법>
2(정의)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중략
8. "소정근로시간"이란 제50, 69조 본문 또는 산업안전보건법139조제1항에 따른 근로시간의 범위에서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 정한 근로시간을 말한다.


53(연장 근로의 제한) 당사자 간에 합의하면 1주 간에 12시간을 한도로 제50조의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당사자 간에 합의하면 1주 간에 12시간을 한도로 제51조 및 제51조의2의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고, 52조제1항제2호의 정산기간을 평균하여 1주 간에 12시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제52조제1항의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대법원 판례>
근로기준법이 정한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는 약정 근로시간에 대한 임금으로서 월급 형태로 지급되는 고정수당을 시간급 통상임금으로 환산하는 경우, 시간급 통상임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총근로시간 수에 포함되는 약정 근로시간 수를 산정할 때는 특별한 정함이 없는 한 근로자가 실제로 근로를 제공하기로 약정한 시간 수 자체를 합산하여야 하는 것이지, 가산수당 산정을 위한 가산율을 고려한 연장근로시간 수와 야간근로시간 수를 합산할 것은 아니다. 이와 달리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는 약정 근로시간에 대한 임금으로 지급된 월급 또는 일급 형태 고정수당의 시간급 환산 시 연장근로시간 수와 야간근로시간 수에 가산율을 고려하여 총근로시간 수를 산정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판단한 종전 판결의 해당 부분 판단은 부당하므로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다.
(대법원 2020. 1. 22. 선고 201573067 전원합의체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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