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은 다툼입니다. 법원조직법 제2조 제1항은 ‘법원은 헌법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한 모든 법률상의 쟁송(爭訟)을 심판하고, 이 법과 다른 법률에 따라 법원에 속하는 권한을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법률상의 쟁송’이란 결국 법률의 해석, 적용에 대한 다툼을 말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법원이 심리하여 결과를 내는 것을 사법작용이라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는 것은 법학 교과서에나 볼 수 있습니다. 현실에서 소박한 시민들은 뭔가 헷갈리는 상황이 발생해야 비로소 법률상 쟁송에 들어갑니다. 건설현장의 일용근로자가 땀을 뻘뻘 흘리고, 공장의 근로자가 기계를 다루는 상황에 대하여는 아무도 근로인가에 대하여 의문을 갖지 아니합니다. 다툼 자체가 없습니다. 뭔가 명확하지 아니한 회색지대에 대하여 비로소 의문이 생기고 다툼이 발생하며, 나아가 송사에 이르게 됩니다. 다음의 교육시간이 바로 그런 영역입니다.
○근로란 일을 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근로자가 교육을 받는 것은 전형적인 일은 아닙니다. 근로라고 볼 수도 있고, 그냥 휴게라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근로라 본다면 사용자는 임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근로의 대가가 임금이기 때문입니다. 사용자는 교육보다는 본격적으로 일을 시키는 것이 급합니다. 교육이 근로라면 근로자는 교육을 받으면서 시간을 때우나, 아니면 일을 하면서 시간을 때우나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결과이든 임금이라는 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교육의 성격에 대한 문제는 현실에서 돈을 줘야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입니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여객운수법)은 ‘운전기사’를 ‘운수종사자’로 표기합니다. ‘운전기사’라는 표현은 어딘가 비하적인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여객운수법은 흔히 보는 고속버스, 시내버스 등을 규율하는 법률입니다. 국민의 교통수단과 밀접하게 관련된 법률, 즉 민생법률입니다. 아무튼 ‘운수종사자’에 대하여 여객운수법은 제25조 제1항에 1. 여객자동차 운수사업 관계 법령 및 도로교통 관계 법령, 2. 서비스의 자세 및 운송질서의 확립, 3. 교통안전수칙, 4. 응급처치의 방법 등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평범한 시민들이 보더라도 운수종사자가 이런 교육을 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이런 교육이 산업재해의 기준의 하나인 업무의 연장인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업무’와 ‘근로’는 다릅니다. 사용자가 자기가 시킨 일이 아니고, 국가가 시킨 교육이라는 일로 내 주머니에 돈을 내야하는 상황입니다. 사용자로서는 억울한 측면이 있습니다. 피같은 돈을 국가가 강제로 교육을 시키면서 정작 임금이라는 돈은 내 주머니에서 뜯어가기 때문입니다. 다툼이 생겼습니다. 대법원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대법원(대법원 2022. 5. 12. 선고 2022다203798 판결)은 근로인지 아닌지에 대하여 ‘근로자가 직무와 관련된 법령 또는 단체협약·취업규칙 등의 규정이나 사용자의 지시에 따라 소정근로시간 외에 교육을 받는 경우, 그러한 교육시간이 근로시간에 해당하는지는 관련 법령 또는 단체협약·취업규칙 등의 내용과 취지, 해당 교육의 목적 및 근로 제공과의 관련성, 교육의 주체가 누구인지, 사용자에게 이를 용인하여야 할 법령상 의무가 있는지, 근로자의 귀책사유로 말미암아 교육을 하게 되었는지, 근로자가 교육을 이수하지 않을 때에 받을 불이익의 존부와 그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라고 판시를 하였습니다. 교육이 법령에 정한 경우이거나, 근로자가 교육을 미이수 하는 경우에 불이익을 받거나 하는 등의 강제적인 사항을 고려하여 판단하는 것이 대원칙이라는 의미입니다.
○운수종사자에 대하여 교통과 관련한 전술한 교육이 필요없다고 보는 국민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대법원은 교육시간도 근로시간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런데 운수사업체에서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지 않느냐, 하는 반론이 있을 수 있습니다. 바로 여기에서 음미해야 할 전제가 있습니다. 시내버스나 고속버스 등 노선버스의 허가는 강학상 특허라 불리는 권리부여행위라는 점입니다. ‘특허’하면 특허법상의 특허를 연상하는 분이 있는데, 법률용어로 강학상 ‘특허’와는 다른 개념이며, 특허법상의 특허는 ‘확인’이라 합니다. 일상용어와는 많이 다릅니다. 아무튼 노선버스의 허가를 통하여 당해 노선에 대한 독점적 이익을 보장받기에, 교육도 강제적으로 받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론입니다. 그런데 현실에서 자가용차가 광범위하게 보급되어서 과거와 같은 시내버스의 황금기는 이미 오래 전에 사라졌다는 것이 현실입니다.
<근로기준법> 제2조(정의)①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을 말한다. 2. "사용자"란 사업주 또는 사업 경영 담당자, 그 밖에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를 말한다. 3. "근로"란 정신노동과 육체노동을 말한다. 4. "근로계약"이란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고 사용자는 이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체결된 계약을 말한다. 5. "임금"이란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임금, 봉급, 그 밖에 어떠한 명칭으로든지 지급하는 모든 금품을 말한다. 중략 제50조(근로시간)① 1주 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② 1일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③ 제1항 및 제2항에 따라 근로시간을 산정하는 경우 작업을 위하여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ㆍ감독 아래에 있는 대기시간 등은 근로시간으로 본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25조(운수종사자의 교육 등) ① 운수종사자는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운전업무를 시작하기 전에 다음 각 호의 사항에 관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 1. 여객자동차 운수사업 관계 법령 및 도로교통 관계 법령 2. 서비스의 자세 및 운송질서의 확립 3. 교통안전수칙 4. 응급처치의 방법 4의 2. 차량용 소화기 사용법 등 차량화재 발생 시 대응방법 5. 「지속가능 교통물류 발전법」 제2조제15호에 따른 경제운전 6. 그 밖에 운전업무에 필요한 사항 ② 운송사업자는 제1항에 따라 운수종사자가 교육을 받는 데에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하며, 그 교육을 받지 아니한 운수종사자를 운전업무에 종사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 ③ 시ㆍ도지사는 제1항에 따른 교육을 효율적으로 실시하기 위하여 필요하면 특별시ㆍ광역시ㆍ특별자치시ㆍ도ㆍ특별자치도(이하 "시ㆍ도"라 한다)의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운수종사자 연수기관을 직접 설립하여 운영하거나 지정할 수 있으며, 그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할 수 있다. <대법원 판례> [1] 근로자가 직무와 관련된 법령 또는 단체협약·취업규칙 등의 규정이나 사용자의 지시에 따라 소정근로시간 외에 교육을 받는 경우, 그러한 교육시간이 근로시간에 해당하는지는 관련 법령 또는 단체협약·취업규칙 등의 내용과 취지, 해당 교육의 목적 및 근로 제공과의 관련성, 교육의 주체가 누구인지, 사용자에게 이를 용인하여야 할 법령상 의무가 있는지, 근로자의 귀책사유로 말미암아 교육을 하게 되었는지, 근로자가 교육을 이수하지 않을 때에 받을 불이익의 존부와 그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2]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이하 ‘여객자동차법’이라 한다) 제25조 제1항 및 같은 법 시행규칙 제58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운수종사자는 운전업무를 시작하기 전에 ‘보수교육’을 받아야 하고, 운송사업자도 운수종사자가 위와 같은 보수교육을 받는 데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함은 물론 보수교육을 받지 아니한 운수종사자를 운전업무에 종사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 이처럼 ‘보수교육’은 근로자인 운전종사자와 사용자인 운송사업자 모두에게 부과된 법령상 의무로서, 운전종사자의 적법한 근로 제공 및 운송사업자의 운전업무에 종사할 근로자 채용·결정에 관한 필수적인 전제조건이기도 하여 근로 제공과의 밀접한 관련성이 인정되는 점, 운송사업자가 운수종사자의 교육에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면허·허가·인가·등록의 취소 또는 6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사업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한 정지·노선폐지·감차 등의 사업계획 변경명령 등을 받게 되는 상당한 정도의 불이익이 규정되어 있는 점(여객자동차법 제85조 제1항 제23호) 등을 종합하면, 비록 교육의 주체가 사용자가 아닐지라도 여객자동차법 제25조 제1항에 근거를 둔 운수종사자에 대한 보수교육시간은 근로시간에 포함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대법원 2022. 5. 12. 선고 2022다203798 판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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