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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노무관리/임금관리

<버스기사 vs. 택시기사 : 택시운전근로자 최저임금산입 특례조항에 대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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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는 지하철과 더불어 대중교통의 대명사입니다. 그런데 택시를 대중교통이라 부를 수 있는지는 다툼이 있습니다. 출발은 나름 고급진대중교통이었는데 도중에 대중교통으로 변신(?)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논쟁이 있었습니다. 아직 그 논쟁은 진행형입니다. 그래서인지 버스기사의 고정적인 월급제와 대조적인 택시기사의 사납금제 월급제에 대하여도 국민들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국에서 택시제도가 도입된 이래 사납금제는 당연시되었습니다. 그런데 하늘 아래 모든 것을 당연하다고 보는 것은 무리입니다. 인간이 만든 제도가 그냥 당연한 것은 없습니다.

 

아무튼 택시기사의 사납금제는 택시업계의 구조적 특징이었기에, 최저임금제도가 도입된 현재시점까지도 사납금제를 전제로 최저임금제도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보자면, 최저임금법 제6조 제1항은 ‘(모든) 사용자는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액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라고 원칙을 천명하면서도 제5항은 택시기사에 대하여는 일반택시운송사업에서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는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임금을 최저임금의 기준을 달리 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택시기사의 특례조항이라 합니다.

 

헌법재판소는 ‘‘생산고(生産高)’생산액내지 생산량과 같은 말로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이란 생산량에 따라 받는 임금을 말하는데, 택시운전근로자의 경우 고정급을 제외한 초과운송수입금 등을 의미한다.’라고 판시(헌법재판소 2023. 2. 23. 선고 2020헌바11판결) 하는바, 이를 수식으로 풀어보면 택시기사의 월급이란 다음과 같습니다. W(택시기사 월급) = F(고정급) + V (생산고) 여기에서 의문이 생깁니다. 택시회사의 수입은 여객, 즉 택시를 탄 손님이 낸 운임으로 운영되는데, 왜 택시기사가 받는 이 운임이 고정급과 생산고로 구분이 되어야 하는가, 라는 점이 바로 그것입니다. 택시 손님은 하차도중 요금을 내면서, 내 요금은 고정급, 생산고에 대한 요금 등으로 구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납금제에 대하여 격렬한 논쟁의 와중에 그 근거가 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이 개정되었습니다. 같은 법 제21조 제1항은 택시기사에게 (타코미터로) 기록된 운송수입금의 전액을 운수종사자의 근무종료 당일 수납할 것이라는 공법상의 의무를 부과하여 전액관리제의 근거를 입법하였지만, 이는 공법상의 의무를 규정한 것이지 사법상 택시근로계약의 일부로 당연히 포함되는 것은 아니며, 사납금제를 약정한 택시근로계약이나 단체협약 또는 취업규칙의 개폐적 효력까지 포함하는 것도 아닙니다. 이는 강학상 단속규정에 불과한 것입니다.

 

말하자면,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의 개정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법 제6조 제5항이라는 최저임금법의 특례조항은 여전히 살아있는 것입니다. 이 특례조항에 대하여 대법원은 위 헌법재판소의 판결 이전에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2019. 4. 18. 선고 20162451 전원합의체 판결)을 내린 적이 있습니다. 그 요지는 고정급과 생산고로 구분된 택시기사의 임금체계 중에서 고정급에만 최저임금의 잣대를 들이밀자 아예 사용자가 노동조합과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합의, 즉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사용자가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시간당 고정급의 외형상 액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택시운전근로자 노동조합과 사이에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한 합의의 효력에 대한 것인데, 격렬한 논쟁 끝에 무효로 판결을 하였습니다.

 

운행조건을 동일하게 전제한다면(경제학에서의 ceteris paribus), 운행수입 자체는 사납금제를 하나 전액관리제를 하나 동일합니다. 그런데 최저임금제의 특례조항 때문에 소정근로시간을 어떻게 잡는가에 따라 최저임금법위반이 결정된다면 분명 이상한 일입니다. 그래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무효라고 판결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의문이 다시 생깁니다. 소정근로시간이란 본질적으로 노사 간에 근로하기로 자율적으로약정한 시간인데, 단체협약으로 약정한 근로시간임에도 법원이 무효라고 판단할 수 있는가, 즉 단체협약의 의사결정을 법원이 판결이라는 이름으로 대체할 수 있는가, 라는 문제입니다. 위 전원합의체 판결의 반대의견에는 바로 이러한 시각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단체협약은 노사자치의 원칙을 넘어 헌법적으로 확인한 일종의 법규범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헌법재판소의 위 판결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전제로 내렸습니다. 당연히 기각합헌으로 귀결됩니다. 전술한 대로, 위 헌법재판소 판결의 청구인들은 택시운전근로자의 임금 중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범위에 관하여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하는 법률조항의 위헌성을 다투므로, 이 사건 심판대상은 최저임금법(2008. 3. 21. 법률 제8964호로 개정된 것) 6조 제5항 중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부분(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헌법재판소에 문의한 것이며, 헌법재판소는 기각이라고 답변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주목되는 보충의견이 있습니다. 이선애 헌법재판관 등이 제시한 것인데, 그 요지는 택시운전근로는 차량 운행과 수입의 획득이 모두 사업장 밖에서 이루어지는 탓에 사용자가 상시적으로 근로자를 지휘·감독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고, 임금의 결정이 운송수입에 비례하여 결정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성과급제와 친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에 따라 최저임금의 적용을 위한 임금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하고 고정급만으로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하는 것이 택시운전근로의 특성과 잘 조화된다거나 바람직하다고 평가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장기적으로 이 부분은 입법의 숙제로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 이전에 택시는 교통수단으로서의 성격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봐야 합니다.

 

<최저임금법>
6(최저임금의 효력) 사용자는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액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사용자는 이 법에 따른 최저임금을 이유로 종전의 임금수준을 낮추어서는 아니 된다.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의 근로계약 중 최저임금액에 미치지 못하는 금액을 임금으로 정한 부분은 무효로 하며, 이 경우 무효로 된 부분은 이 법으로 정한 최저임금액과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으로 본다.
중략
4항에도 불구하고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3조 및 같은 법 시행령 제3조제2호다목에 따른 일반택시운송사업에서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는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임금으로 한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21(운송사업자의 준수 사항)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운송사업자는 운수종사자가 이용자에게서 받은 운임이나 요금(이하 운송수입금이라 한다)의 전액에 대하여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준수하여야 한다.
1. 1일 근무시간 동안 택시요금미터(운송수입금 관리를 위하여 설치한 확인 장치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에 기록된 운송수입금의 전액을 운수종사자의 근무종료 당일 수납할 것
2. 일정금액의 운송수입금 기준액을 정하여 수납하지 않을 것
3. 차량 운행에 필요한 제반경비(주유비, 세차비, 차량수리비, 사고처리비 등을 포함한다)를 운수종사자에게 운송수입금이나 그 밖의 금전으로 충당하지 않을 것
4. 운송수입금 확인기능을 갖춘 운송기록출력장치를 갖추고 운송수입금 자료를 보관(보관기간은 1년으로 한다)할 것
5. 운송수입금 수납 및 운송기록을 허위로 작성하지 않을 것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요지>
2008. 3. 21. 법률 제8964호로 개정된 최저임금법 제6조 제5항의 시행에 따라 정액사납금제하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사용자가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시간당 고정급의 외형상 액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택시운전근로자 노동조합과 사이에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한 합의의 효력(무효) 및 이러한 법리는 사용자가 택시운전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지 여부(적극)
(대법원 2019. 4. 18. 선고 20162451 전원합의체 판결)


<헌법재판소 판결의 이유의 요지>
심판대상조항에 의하면 일반택시운송사업자(법인택시회사)생산고(生産高)’생산액내지 생산량과 같은 말로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이란 생산량에 따라 받는 임금을 말하는데, 택시운전근로자의 경우 고정급을 제외한 초과운송수입금 등을 의미한다.
심판대상조항은 대중교통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에도 대표적인 저임금·장시간 근로 업종에 해당하는 택시운전근로자들의 임금 불안정성을 일부나마 해소하여 생활안정을 보장한다는 사회정책적 배려를 위하여 제정된 규정으로서,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그 내용은 입법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적합한 수단이다.
심판대상조항은 임금의 구성 비율 조정이라는 제한을 부과하고 있다. 이는 완전월급제나 임금의 인상 등에 비하여 택시운송사업자들에게 부담이 덜한 조치로서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상대적으로 가벼운 제한에 해당한다. 또한 생산고의 일부를 최저임금의 적용을 위한 임금에서 제외하는 대안이나 지역에 따라 그 포함 여부와 비율을 달리하는 대안들은 심판대상조항과 입법목적을 같은 정도로 달성하면서도 택시운송사업자들의 기본권을 덜 제한하는 대안으로 볼 수 없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침해의 최소성을 충족한다.
택시운전근로자들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고 헌법이 국가에 명한 근로자의 적정임금의 보장과 최저임금제를 시행할 의무를 이행하는 측면, 과속과 난폭운전 등을 방지하여 국민의 안전을 보장할 국가의 의무 이행이라는 측면에서 심판대상조항이 달성하려는 공익은 중대하다. 한편, 심판대상조항에 따라 제한되는 사익을 살펴보면, 택시운전근로자들에게 고정급으로 지급하여야 할 임금이 늘어남으로써 택시운송사업자들의 고정비용 증가로 인한 경영상의 부담이 늘어날 수 있으나, 심판대상조항에 의해 택시운송사업자들의 계약의 자유나 직업의 자유가 제한되는 정도는 고정급의 비율을 높여 근로계약을 체결하여야 한다는 의무를 수인하는 정도에 그친다. 또한 택시의 공급 과잉, 열악한 근로조건에 따른 택시운전근로자들의 이탈, 적정한 요금 및 서비스체계의 미비 등 택시 산업이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가 택시수요의 감소와 맞물려 경영난에 큰 영향을 준 점에서 심판대상조항이 택시운송사업자들이 겪는 경영난의 주된 원인이라 단정하기도 어렵다. 관련 대법원 판결(대법원 2019. 4. 18. 선고 20162451 전원합의체 판결)은 심판대상조항의 입법 취지를 회피한 택시운송사업자들의 탈법행위에 따라 발생한 불가피한 결과이므로, 위 판결을 기초로 일반택시운송사업자들이 부담해야 할 임금은 심판대상조항에 따라 제한되는 사익을 평가함에 있어서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될 수 없다.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을 통해 택시운송사업자들의 계약의 자유와 직업의 자유를 다소간 제한하는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택시운전근로자들의 생활안정 및 교통안전을 확보하고자 한 입법자의 판단이 공익과 사익 사이의 비례관계를 명백하게 벗어났다고 볼 수 없다.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일반택시운송사업자들의 계약의 자유와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한다.
(헌법재판소 2023. 2. 23. 선고 2020헌바11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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