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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노무관리/노동법자료실

<밀양 성범죄자의 해고와 사적 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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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와 빈자 간에 그나마 평등한 것이 시간입니다. 시간은 인생의 기간입니다. 법률도 인생의 일부이므로, 당연히 시간이 지나면서 일정한 효력이 발생하는 경우를 규정합니다. 형의 시효, 소멸시효, 제척기간, 공소시효 등 다양한 것이 존재합니다. 그런데 소박한 시민에게 가장 익숙한 것은 단연 공소시효입니다. 공소시효가 소재가 된 영화나 드라마도 있을 정도입니다. 이들은 모두 법률에 규정된 것입니다. 그런데 근로자에게 징계를 가할 수 있는 시효인 징계시효는 특이하게 법률에 규정이 없습니다. 징계시효는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 등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소박한 시민은 징계 자체는 꼭 취업규칙 등에 규정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징계사유는 물론 그 절차, 징계시효 등을 일체 규정되어 있지 않아도 취업규칙이 무효는 아닙니다. 취업규칙 자체가 사용자의 인사권의 행사이기 때문입니다. 혹자는 상시근로자수가 10인 이상인 경우에는 의무적으로 규정하여야 한다는 근로기준법 제93조를 들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행정법상 의무에 불과합니다. 물론 취업규칙을 신고하는 경우에는 해당 조문이 규정한 법정사항을 규정하여야 합니다.

 

다음 <기사>2004년 밀양에서 발생한 여중생 성폭행 사건에서 1). 가해자들의 신상을 공개한 사연, 그리고 2). 가해자 중의 1인을 해고한 사연을 담고 있습니다. 1).의 경우에는 명예훼손을 둘러싼 민·형사상 문제와 개인정보보호법위반죄와 그에 따른 민·형사상 문제는 노동법적 쟁점은 아닙니다. 2).의 경우가 전형적인 노동법적 쟁점을 다루고 있습니다. 취업규칙이 없어도 그 취업규칙에 징계사유가 없어도 징계는 가능합니다. 따라서 징계시효가 없어도 오래전의 비위사실을 두고 징계를 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피징계자는 짜증을 넘어 불만이 생깁니다. 살인죄도 공소시효가 있는데, 징계시효가 없다는 이유로 과거일을 문제삼는 것은 가혹한 측면이 있습니다.

 

법률이론이란 뭔가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면 꼭 써먹을 것이 있습니다. 실은 이러한 법률이론은 예수가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로마인들이 만들었습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서양 속담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 법률이론이 실효의 원칙입니다. 대법원(대법원 1996. 7. 30. 선고 9451840 판결)실효의 원칙이라 함은 권리자가 장기간에 걸쳐 그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함에 따라 그 의무자인 상대방이 더 이상 권리자가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할 것으로 신뢰할 만한 정당한 기대를 가지게 된 경우에 새삼스럽게 권리자가 그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법질서 전체를 지배하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되어 허용되지 아니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항소권과 같은 소송법상의 권리에 대하여도 이러한 원칙은 적용될 수 있다.’라고 판시하여 이를 정면으로 인정합니다. 실효의 원칙이 신의성실의 원칙에서 파생된 경우이기에, 막바로 신의성실의 원칙을 제시해도 됩니다.

 

대법원의 법리를 수용하면, 취업규칙 등에 징계시효에 관한 규정이 없다면 징계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상당기간이 지났더라도 이를 징계사유로 삼을 수는 있습니다.그러나 그 기간이 오래된 경우라면 당연히 실효의 원칙 이전에 불합리한 측면이 있습니다. 이제 밀양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 해고의 사례로 대입해 봅니다. 해당 범죄행위가 패륜적이기는 하지만, 발생한 날부터 오래됐다면 사용자가 이제야 징계하는 것은 실효의 원칙에 반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취업규칙 등에 징계를 가할 수 있는 기간 즉, 징계시효를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런데 다음 <기사>에서는 해당 사건의 근로자에 대한 해고가 사적 제재로 해설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것은 사적 제재가 아닙니다. 근로관계와 무관한 비위사실이라도 당해 범죄가 직무에 관하여 범한 것인가에 관계없이 그를 근로자로 두는 것이 회사의 사회적 명예를 해하고 기업질서의 유지에 저해가 된다고 보여질 뿐 아니라 그와 같은 비행이 있었음이 명백하고 비행의 정도가 큰 경우에는 징계사유가 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일관된 판례(대법원 1993. 10. 26. 선고 9254210 판결 등)입니다. 음주운전 등 범죄를 행한 연예인들에 대한 방송국의 제재로 출연정지를 하는 것과 궤를 같이 하는 것입니다.

 

<기사>
A씨 신상을 공개한 지 이틀만인 3일 나락보관소는 또 다른 가해자로 추정되는 30대 남성 C씨의 신상과 근황을 공개했다. 영상에 따르면 C씨는 경남 김해의 한 외제차 전시장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외제차 3대를 보유하고 주말에는 골프를 즐기는 등 호화생활을 하고 있다. C씨는 인스타그램에 중년 여성의 사진과 함께 사랑하는 우리 어무이, 내가 평생 행복하게 해드릴게라고 적기도 했다.
유튜버가 공개한 C씨의 인스타그램 계정은 바로 삭제됐지만, 네티즌들은 C씨가 운영하는 블로그를 찾아내 비난 댓글을 올렸다. A, B씨와 마찬가지로 C씨가 근무하는 외제차 전시장도 네티즌의 항의를 받았다. 이에 외제차 전시장 측은 사건 하루만인 4해당 사안을 매우 엄중하게 인지해 해당자를 해고 조치했다고 공식 입장을 냈다. C씨는 현재 연락 두절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4/0005195197


<근로기준법>
23(해고 등의 제한)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懲罰)(이하 부당해고등이라 한다)을 하지 못한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의 요양을 위하여 휴업한 기간과 그 후 30일 동안 또는 산전(産前)ㆍ산후(産後)의 여성이 이 법에 따라 휴업한 기간과 그 후 30일 동안은 해고하지 못한다. 다만, 사용자가 제84조에 따라 일시보상을 하였을 경우 또는 사업을 계속할 수 없게 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93(취업규칙의 작성ㆍ신고) 상시 10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용자는 다음 각 호의 사항에 관한 취업규칙을 작성하여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신고하여야 한다. 이를 변경하는 경우에도 또한 같다.
1. 업무의 시작과 종료 시각, 휴게시간, 휴일, 휴가 및 교대 근로에 관한 사항
2. 임금의 결정ㆍ계산ㆍ지급 방법, 임금의 산정기간ㆍ지급시기 및 승급(昇給)에 관한 사항
3. 가족수당의 계산ㆍ지급 방법에 관한 사항
4. 퇴직에 관한 사항
5.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4조에 따라 설정된 퇴직급여, 상여 및 최저임금에 관한 사항
6. 근로자의 식비, 작업 용품 등의 부담에 관한 사항
7. 근로자를 위한 교육시설에 관한 사항
8. 출산전후휴가ㆍ육아휴직 등 근로자의 모성 보호 및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사항
9. 안전과 보건에 관한 사항
92. 근로자의 성별ㆍ연령 또는 신체적 조건 등의 특성에 따른 사업장 환경의 개선에 관한 사항
10. 업무상과 업무 외의 재해부조(災害扶助)에 관한 사항
11. 직장 내 괴롭힘의 예방 및 발생 시 조치 등에 관한 사항
12. 표창과 제재에 관한 사항
13. 그 밖에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의 근로자 전체에 적용될 사항


<대법원 판례>
위 취업규칙이나 노사합의서(단체협약)의 규정이 종업원이 형사상의 범죄로 유죄판결을 받았을 때는 당연퇴직한다고 되어 있어 마치 위 규정상의 요건에 충족되기만 하면 곧바로 퇴직되는 것과 같은 형식으로 규정되어 있지만, 이를 이유로 하는 당연퇴직조처도 일종의 해고로서 정당한 것으로 인정되어야 하는 것임은 위에서 본 바와 같으므로, 위와 같은 취업규칙이나 노사합의서의 규정은 그 규정의 형식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정당성이 인정될 수 있는 경우라야 적법한 당연퇴직사유에 해당할 수 있는 것이고, 그렇지 아니하고 형식적으로 위 규정에 해당하는 모든 경우를 당연퇴직사유로 삼는 취지라면 이는 근로기준법 제27조 제1항의 규정에 위배된다고 볼 여지가 있을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위의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의 당연퇴직사유에 관한 규정은 근로기준법 제27조 제1항에서 말하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라는 내재적 제약(內在的 制約)을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며, 이렇게 보면 위의 규정이 근로기준법 제27조 제1항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할 수는 없다.
(대법원 1993. 10. 26. 선고 9254210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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