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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노무관리/근로시간관리

<목동의 눈물, 그리고 근로기준법상의 적용제외 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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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문화를 관통하는 단어는 성경입니다. 미국 돈에는 ‘In God we trust.’라는 문자가 새겨있습니다. 미국 대통령은 성경을 앞에 두고 대통령 선서를 합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John, Mark, Peter, Luke 등 무수히 많은 영미권 남자 이름의 어원이 성경이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상식수준입니다. 그리고 일상에서부터 예술의 영역까지 성경이라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성경에서는 유달리 목동(牧童)에 대한 비유가 무수히 담겨있습니다. 예수의 수제자 베드로는 어부이지만, 성경을 관통하는 것은 단연 목동입니다. 성경에서는 목자라고 표기되어 있지만, 목동이 일상적인 언어입니다.

 

, 목동아라는 노래부터 목동은 무수히 많은 노래의 소재로 쓰였습니다. 연세대생이 애송하는 연세목동의 원조는 원로가수 이미자의 아리랑목동입니다. 목가시인(牧歌詩人)이라 불린 신석정은 초원과 전원 속에서 목동이 누리는 평온과 안식을 시구로 현상화했습니다. 과거 고교 국어교과서에서 소개된 알퐁스 도데의 의 주인공도 목동입니다. 목동의 삶 자체는 무척이나 고단하고 돈도 벌지 못하는 극한의 난이도임에도 이상하게 대중문화에서는 목동의 삶을 왜곡하고 있습니다(요즘 MZ세대들이 즐겨쓰는 올려치기의 전형입니다). 1980년대 일용이로 인기를 누렸던 박은수 배우가 사업이 망해서 돼지우리를 치우는 인생이 목동의 실제 삶입니다.

 

다음 헌법재판소 판결(헌법재판소 2021. 8. 31. 선고 2018헌마563 전원재판부 결정)은 고단한 목동의 삶을 사법적으로 판단한 것입니다. 이 헌법소원의 제기자는 실제로 현직 목동입니다. 이 목동은 근로기준법 제63조 제2호의 동물의 사육을 하는 근로자, 즉 목동에게 근로시간, 휴게, 그리고 휴일에 관한 규정이 배제되는 것이 헌법상 근로의 권리와 평등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근로시간, 휴게, 그리고 휴일에 관한 규정이 배제되면, 근로에 대한 정당한 임금을 받을 수 없기에 근로의 권리를 침해하였다는 논거입니다. 근로시간, 휴게, 그리고 휴일에 관한 규정이 배제된다는 것은 각각에 대하여 가산수당을 배제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기각의견을 낸 이영진 재판관은 축산업의 구조적 특성을 주목하여 축산업은 가축의 양육 및 출하에 있어 기후 및 계절의 영향을 강하게 받으므로, 근로시간 및 근로내용에 있어 일관성을 담보하기 어렵고, 축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경우에도 휴가에 관한 규정은 여전히 적용되며,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근로시간 및 휴일에 관한 사적 합의는 심판대상조항에 의한 제한을 받지 않는다.’라고 설시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명천지 21세기에 성경에서나 등장할 법한 기후 및 계절의 영향을 언급하는 것은 의문이 있습니다. 요즘 축사는 사계절 기후변화에 거의 완벽하게 대응장치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목동은 법률적으로 풀이하면 축산근로자입니다. 축산근로자에게 저임금의 열악한 구조를 법률이 강제하면 향후 축산업 자체가 붕괴될 수 있습니다. 아무도 목동을 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편, 평등권에 대하여도 이영진 재판관은 ‘‘사업을 기준으로 축산업 근로자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및 휴일 조항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와 달리 취급하는 것의 합리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설시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비현실적입니다. 조선시대의 임노동자인 고공(雇工)도 돈을 많이 주는 지주에게 자신을 의탁하였습니다. 근로자는 크게 1). , 2). 근로시간, 3). 사회적 평판, 4). 지속성 등을 고려하여 근로를 제공합니다. 최근 한국의 2030세대나 중국의 탕핑족, 그리고 일본의 히키코모리족 등의 상당수는 자신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직장을 포기하여서 발생한 것입니다.

 

목동의 열악한 처우가 합법적인 것과 무관하게 구인자는 기왕이면 돈을 많이 주는 직장으로 취업하거나 이직하려고 시도합니다. 2023년 현재도 지방의 중소기업은 구직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대법관은 물론 헌법재판관은 당연히 법률적 판단만 하여야 합니다. 그러나 국가의 법률을 공권적으로 해석하는 분들이 현실과 동떨어진 판단을 반복한다면 국민들에게 냉소를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근로기준법>
50(근로시간)1주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1일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1항 및 제2항에 따른 근로시간을 산정함에 있어 작업을 위하여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에 있는 대기시간 등은 근로시간으로 본다.
63(적용의 제외) 이 장과 제5장에서 정한 근로시간, 휴게와 휴일에 관한 규정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근로자에 대하여는 적용하지 아니한다.
2. 동물의 사육, 수산 동식물의 채포(採捕양식 사업, 그 밖의 축산, 양잠, 수산 사업


1. 근로의 권리
(1) 재판관 이영진의 기각의견
축산업은 가축의 양육 및 출하에 있어 기후 및 계절의 영향을 강하게 받으므로, 근로시간 및 근로내용에 있어 일관성을 담보하기 어렵고, 축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경우에도 휴가에 관한 규정은 여전히 적용되며,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근로시간 및 휴일에 관한 사적 합의는 심판대상조항에 의한 제한을 받지 않는다. 현재 우리나라 축산업의 상황을 고려할 때, 축산업 근로자들에게 근로기준법을 전면적으로 적용할 경우,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경제적 부작용이 초래될 위험이 있다. 위 점들을 종합하여 볼 때, 심판대상조항이 입법자가 입법재량의 한계를 일탈하여 인간의 존엄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근로조건을 마련하지 않은 것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심판대상조항은 청구인의 근로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
(2)재판관 유남석,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 재판관 이미선의 헌법불합치의견
축산업은 주로 근로자의 육체 노동력에 의존하고, 일단 근로에 임하게 되면 장시간 근로가 불가피하다. 현재 우리나라 축산업은 지위가 불안정한 일용직 내지 임시직 근로자가 다수를 차지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어, 사적 합의를 통하여 합리적인 근로조건을 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위와 같은 점에서 축산업 근로자들에게 육체적·정신적 휴식을 보장하고 장시간 노동에 대한 경제적 보상을 해야 할 필요성이 요청됨에도 불구하고, 심판대상조항은 축산 사업장을 근로기준법 적용 제한의 기준으로 삼고 있어 축산업 근로자들의 근로 환경 개선과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따라서 이 조항은 인간의 존엄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근로조건 마련에 미흡하여 청구인의 근로의 권리를 침해한다.


2. 평등권
(1) 재판관 이영진의 기각의견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및 휴일에 관한 조항이 전제하고 있는 공장직 또는 사무직 근로자의 경우와 달리, 축산업 근로자의 경우 계절과 기후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특성이 뚜렷하다. 일본, 유럽연합, 스위스 등 많은 국가들과 국제노동기구(ILO)에서도 축산업 근로자에 대하여는 근로시간 및 휴일에 관한 법령의 전면적 또는 부분적 적용 제외를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사업을 기준으로 축산업 근로자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및 휴일 조항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와 달리 취급하는 것의 합리성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은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
(2) 재판관 유남석,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 재판관 이미선의 헌법불합치의견
심판대상조항은 산업의 발전이나 기술화의 진전, 축산 사업장 내 업무 분업화 등으로 인해 일반 근로자와의 차별이 불합리해진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근로시간 및 휴일에 관한 근로기준법 규정의 적용대상에서 축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을 제외함으로써, 근로시간 및 휴식시간의 불규칙성을 수반하는 타 사업 종사 근로자들과 비교할 때 합리적인 이유 없이 축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을 차별하고 있으므로,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한다.
이 사건 심판청구에 대하여 단순위헌결정을 할 경우, 축산업의 특수성이 반영되지 않은 채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및 휴일에 관한 규정이 전부 적용되게 되어 법적 혼란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헌법불합치결정을 함으로써 입법형성권의 범위 내에서 개선입법을 하도록 함이 타당하다.
.기각의견이 1, 헌법불합치의견이 5, 각하의견이 3인으로 재판관의 의견이 나뉜 경우, 비록 헌법불합치의견에 찬성한 재판관이 다수이지만, 헌법 제113조 제1, 헌법재판소법 제23조 제2항 단서 제1호에서 정한 헌법소원심판 인용 결정을 위한 심판정족수에는 이르지 못하였으므로,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헌법재판소 2021. 8. 31. 선고 2018헌마563 전원재판부 결정 [근로기준법 제63조 제2호 위헌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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