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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노무관리/근로시간관리

<대기시간, 준비시간, 그리고 근로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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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부당거래에서 등장한 명대사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로 안다.’는 것은 인간의 속물근성을 폭로한 것으로서, 명대사 중의 명대사입니다. 이 말은 그 이후에 일반시민들도 무수히 인용을 하면서 시민들의 공감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 대사는 극중 주양 검사 역의 류승범이 했는데, 극중 법률전문가의 시각을 넘어 현실세계에서 특히 권리만을 추구하는 인간의 얄팍한 권리의식을 통렬하게 꾸짖는 말이기도 합니다.

 

법원에 계속된 무수히 많은 사건은 대부분 돈과 관련된 권리분쟁입니다. 그리고 당연히 누려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의 불만이 표출된 장이기도 합니다. 근로기준법 제50조 제3항이 규정하는 대기시간은 사용자의 지휘ㆍ감독 아래에 있는 시간인 경우에 한하여 근로시간이 됩니다. 여기에서 근로자와 사용자 간에 동상이몽이 발생할 근원적인 이유가 등장합니다.

 

근로자는 대기시간은 사용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시간이기에, 사용자가 사실상 지휘ㆍ감독을 한다고 보통 주장을 합니다. 그러나 사용자는 대기시간에 잠을 자거나 휴대폰으로 게임을 하거나 동료 등과 잡담을 하는데, 무슨 지휘ㆍ감독이 있냐면서 펄쩍 뜁니다. 그러니 양 당사자는 당연히 다툼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그리고 양 당사자는 서로 호의를 권리로 안다고 주장을 합니다. 근로자는 대기시간이 사실상 근로시간임에도 권리 주장을 하지 않았다고 하고, 사용자는 원래 휴게시간인데 근로기준법상의 조문을 아전인수로 해석했다고 근로자를 비난합니다.

 

다음 기사에 등장한 버스기사의 버스회사에 대한 임금소송은 대기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주장하여 그 기간 동안의 임금을 달라는 것이 요체입니다. 반면에 사용자는 대기시간에 담배도 피우고 잡담도 하고 휴대폰으로 유튜브도 보지 않았느냐면서 대기시간의 실질은 휴게시간이고 일부 운행의 준비행위라 볼 수 있는 행위는 운전이라는 근로시간의 준비행위로서 근로자가 당연히 해야 하는 행위라 주장을 하였습니다.

 

이러한 양 당사자의 주장은 과거 공짜노동이라면서 노사 간에 출근이후 업무개시 전의 행위에 대한 다툼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입니다.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은 근로기준법 제50조 제3항의 규정에 담긴 사용자의 지휘ㆍ감독 아래에 있는 시간인가여부, 임금을 감액하거나 복무 위반으로 제재를 가하는 권리의무관계(근기01254-13305, 1988. 8. 30.)’인가 여부를 근거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보기에 따라서는 구체적인 질문에 대하여 추상적인 답변, 즉 동문서답과 같은 선문답을 한 셈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답변은 영원한 정답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흔히 말하는 진리의 케바케(케이스 바이 케이스)인 상황에서 일률적으로 대기시간을 근로시간으로 말하거나, 업무개시 전 준비행위를 일률적으로 근로시간이며 공짜노동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사에 등장한 대법원의 결론은 구체적으로 대기시간 중에 어디까지 근로로 보아야 하며, 어디까지 휴게로 보아야 하는지 사실의 확정이 필요하다고 원심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대법원의 결론은 이미 3년 전의 결론(대법원 2018. 7. 12. 선고 201360807 판결)의 동어반복에 해당합니다. 대기시간에 근로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고, 낮잠을 자거나 손흥민 축구의 재방송 또는 그 해설유튜브를 볼 수도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사용자가 지휘ㆍ감독을 한다고 결론을 내릴 근거가 미약하다고 대법원이 판단한 결과입니다. 대기시간의 활용이 천태만상이기에 운전기사의 대기시간의 활용에 대한 구체적인 통계가 아닌 이상 일률적으로 판단이 어렵게 됩니다. 아무튼 근로자의 증명활동이 멀고도 험난한 길이 될 듯합니다.

버스기사가 운행을 마치고 다음 운행까지 대기하며 차량 청소 및 점검을 했다고 해도 회사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았다면 이 시간 전부를 근로시간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30일 대법원2(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버스기사 A씨 등 6명이 운수업체 B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https://news.v.daum.net/v/20210830095303001


<근로기준법>
50(근로시간) 1주 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1일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1항 및 제2항에 따라 근로시간을 산정하는 경우 작업을 위하여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ㆍ감독 아래에 있는 대기시간 등은 근로시간으로 본다.


<행정해석>
시업시간 이전에 조기출근토록 하여 시업에 지장이 없도록 하는 것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하여 임금이 지급되어야 할 것인가 여부는 조기출근을 하지 않을 경우 임금을 감액하거나 복무 위반으로 제재를 가하는 권리의무관계라면 근로시간에 해당될 것이나 그렇지 않다면 근로시간에 해당되지 않음.
(근기01254-13305, 1988. 8. 30.)


<대법원 판례>
버스운송사업을 영위하는 갑 주식회사에 소속된 버스운전기사인 을 등이 버스운행을 마친 후 다음 운행 전까지 대기하는 시간이 근로시간에 해당하는지 문제 된 사안에서, 을 등이 소속된 노동조합과 갑 회사가 임금협정을 체결하면서 1일 근로시간을 기본근로 8시간에 연장근로 6시간 30분을 더한 14시간 30분으로 합의하였는데, 이는 당시 1일 단위 실제 평균 버스운행시간 외에 대기시간 중 일부가 실제 근로시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이는 점, 을 등이 대기시간 동안 임금협정을 통해 근로시간에 이미 반영된 시간을 초과하여 차량 점검, 청소, 연료 주입 등의 업무를 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는 점, 갑 회사가 대기시간 중에 을 등에게 업무에 관한 지시를 하는 등 구체적으로 을 등을 지휘·감독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는 점, 갑 회사가 소속 버스운전기사들의 대기시간 활용에 대하여 간섭하거나 감독하여야 할 업무상 필요성도 크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실제로 갑 회사 소속 버스운전기사들은 휴게실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식사를 하는 등 대기시간 대부분을 자유롭게 활용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을 등의 대기시간에는 근로시간에 해당하지 않는 시간이 포함되어 있다고 보아야 하는데도, 을 등의 대기시간이 일정하지 않다는 등의 사정만으로 대기시간 전부가 근로시간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
(대법원 2018. 7. 12. 선고 201360807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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