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0. 30. 황준국 주UN대사가 북한의 러시아 파병을 격렬히 비난하면서, ‘북한군은 정당한 군사 목표물이 돼 총알받이 신세가 될 우려가 있고, 병사들이 러시아로부터 받아야 할 돈은 김정은의 주머니에 들어갈 것’이라는 발언을 안전보장이사회에서 했습니다. 그런데 파병과 인력파견이라는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이미 북한은 외화벌이의 목적으로 러시아의 시베리아에 벌목공을 오래전부터 파견한 전례가 있습니다. 그리고 중국의 공장 등지에도 ‘외화벌이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인력을 파견한 전례가 있습니다. 이 인력파견사업은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에 대한 견제차원에서 중국이 중단했다는 외신이 있기는 합니다.
○경제제재로 외화조달에 어려움이 있는 북한이 해외로 인력을 파견하는 것은 북한의 입장에서는 고육지책인 셈입니다. 북한의 외화조달의 방법은 자원과 무기, 그리고 인력수출이 전부였기 때문입니다. 노동현장에 파견하는 것보다 기왕이면 전장에 파견하는 것이 김정은의 외화주머니를 더 크게 채우는 방법입니다. 그런데 슬프게도 북한의 파병 및 인력파견은 한국의 베트남파병, 그리고 사우디와 서독에 인력을 파견했던 전례와 유사합니다. 물론 정도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가난했던 1960~70년대 한국도 만성적인 외화부족으로 시달렸기에, 인력수출로 외화곳간을 채웠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사실은 미국이 기밀을 해제한 프레이저 보고서(Fraser Report) 및 브라운 각서(Brown Memorandum)에 상세히 기술되어 있어서 이미 국민상식 수준이 되었습니다.
○그랬던 한국은 대반전을 쓰면서 이제 외국인근로자를 수입하여 산업현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해외에 자본을 투자하여 해외기지를 건설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베트남에 현지공장을 세우면, 국내근로자는 물론 베트남 현지근로자의 근로관계가 형성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그 반대로 해외자본이 국내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경우도 있기에, 그 반대의 상황도 필연적입니다. ‘오징어게임’으로 초대박이 난 넷플릭스 등 ott사업이 한국에 사업체를 설치하고 있는 것을 봐도 즉시 확인가능한 사실입니다. 근로관계는 이제 국내법적 차원이 아니라 국제사법적 차원에서 이해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다음 대법원 판례(대법원 2024. 10. 25. 선고 2023두46074)도 이러한 차원의 국제근로관계에서 기인한 것입니다.
○위 대법원의 사안은 미국에 본사를 둔 회사인 A(원고)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신규 프로젝트 수주 업무를 위하여 국내에서 근로자 B를 근로자로 고용하여 사업활동을 영위하면서 A의 계열회사로서 외국법인의 한국영업소 C에 소속시켜 급여 및 세무처리를 하였는데, A가 해고한 B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여 지방노동위원회가 상시근로자 5인 미만임을 이유로 원고의 구제신청을 각하하고, 중앙노동위원회(피고)가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자,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재심판정의 취소를 청구한 사안입니다. 국제사법적 법률관계의 전형입니다. 이 경우에 준거법은 한국의 근로기준법입니다.
○선결적 문제로 부당해고구제신청은 상시근로자가 5인 이상인 경우에만 가능한데, 사안에서 구체적인 쟁점이 된 것은 상시근로자수를 산정할 경우에 한국의 근로자만을 포함할 것인가, 아니면 미국의 근로자도 아울러 포함할 것인가 여부입니다. 원심은 후자를 채택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외국기업이 국내에서 사업활동을 영위하며 근로자를 사용하는 국제근로관계에서는 원칙적으로 ‘국내에서 사용하는 근로자 수’를 기준으로 근로기준법이 전면적으로 적용되는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라고 판시했습니다.
○대법원의 핵심 논거는 ‘근로기준법 제11조의 사업 또는 사업장은 근로기준법 적용 단위로서, 이는 근로조건의 규율, 근로자들 간의 의견 교환 및 협의, 경영상 해고를 비롯한 해고의 정당성 판단 등을 위한 기초 단위가 된다. 따라서 근로관계의 각종 규율이 통일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실질적으로 동일한 경제적, 사회적 활동단위라고 볼 수 있는 경우에 한하여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을 구성할 수 있으므로, 근로기준법 제11조의 사업 또는 사업장은 대한민국 내에 위치한 사업 또는 사업장을 말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국내사업장에서 노동법률관계의 판단은 ‘근로관계의 각종 규율이 통일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실질적으로 동일한 경제적, 사회적 활동단위’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노동법률관계를 강학상 포괄적인 채권관계라 하는데, 개별적인 사안마다 미국법과 한국법을 일일이 확인하여 적용하는 것은 경영의 비합리성이 초래된다는 논거가 기저에 있는 것입니다.
<근로기준법> 제11조(적용 범위) ① 이 법은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한다. 다만, 동거하는 친족만을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과 가사(家事) 사용인에 대하여는 적용하지 아니한다. ②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하여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이 법의 일부 규정을 적용할 수 있다. ③ 이 법을 적용하는 경우에 상시 사용하는 근로자 수를 산정하는 방법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대법원 판례> 근로기준법 제11조는, 근로기준법은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하고(제1항),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하여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이 법의 일부 규정을 적용할 수 있다(제2항)고 규정하여 ‘상시 사용하는 근로자 수’를 기준으로 근로기준법 적용 범위를 달리 규율하고 있다. 외국기업이 국내에서 사업활동을 영위하며 근로자를 사용하는 국제근로관계에서는 원칙적으로 ‘국내에서 사용하는 근로자 수’를 기준으로 근로기준법이 전면적으로 적용되는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근로기준법 제11조의 사업 또는 사업장은 근로기준법 적용 단위로서, 이는 근로조건의 규율, 근로자들 간의 의견 교환 및 협의, 경영상 해고를 비롯한 해고의 정당성 판단 등을 위한 기초 단위가 된다. 따라서 근로관계의 각종 규율이 통일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실질적으로 동일한 경제적, 사회적 활동단위라고 볼 수 있는 경우에 한하여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을 구성할 수 있으므로, 근로기준법 제11조의 사업 또는 사업장은 대한민국 내에 위치한 사업 또는 사업장을 말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2) 외국기업이 외국에서 사용하는 근로자에 대하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외국의 노동관계법령이 적용될 뿐이므로, 대한민국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 외국에서 사용하는 근로자 수까지 합산하여 근로기준법 제11조 제1항의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다. (대법원 2024. 10. 25. 선고 2023두4607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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