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는 누구나, 그리고 언제나 자유롭게 술을 마실 수 없는 국가들도 존재합니다. 반면에 한국인들은 소주를 비롯하여 온갖 술을 마트, 슈퍼마켓, 편의점, 구멍가게 등 누구든지 어디에서나 그리고 언제나 살 수 있고, 마실 수도 있습니다. 물론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며, 음주로 인한 범죄, 교통사고, 질병 등 폐해라는 단점도 뚜렷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 중에서 양조회사를 비난하는 분들은 극히 소수에 불과합니다. 음주는 각자의 책임이라는 생각이 보편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과거 IMF구제금융시절에 카드대란을 겪으면서 유달리 정부를 비난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카드발급을 쉽게 했기 때문이라는 이유입니다. 카드발급의 문턱을 정부가 낮췄다고 카드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라는 의미가 아님에도 무턱대고 정부탓을 했던 분들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아무튼 카드대란 당시에 카드회사들은 카드대금을 갚지 못하는 카드사용자들을 대거 수사기관에 사기죄로 고소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법원은 유죄로 판결했습니다. 그런데 법원의 판결에 대하여 형법학자들 대다수가 강력하게 비판하였고, 법률가들도 그 비판에 동참하였습니다. 카드거래는 외상거래이자 금전대차(현금서비스)의 속성이 있는 것인데, 수중에 현금이 없는 것을 전제로 설계된 거래시스템입니다. 그런데 결제일에 돈이 없을 수도 있기에, 이를 무작정 사기죄로 단죄하는 것은 비약입니다. 이것은 사기죄 중에서 일명 ‘차용금사기’라 불리는 것과 동일한 구조로서, 현금이 없기에 돈을 빌리는 것을 무작정 사기행위로 보는 것은 법리적으로 사기죄의 성부를 과장한 것이며, 민사책임과 형사책임을 혼동한 것입니다. 법원도 이를 수용하여 최근에는 차용금사기의 인정에는 극히 엄격하게 요건을 따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주목할 숨은 문제는 카드회사가 자신의 채권추심 기능을 수사기관에 슬며시 위임한 행태입니다. 카드회사는 자신의 비용으로 미회수채권을 추심하는 것이 정상인데, 수사기관에 사기죄로 고소를 하면서, 즉 채권회수비용을 절감하면서 카드사용자로부터 돈을 받아내는 것은 전형적인 ‘도덕적 해이’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무인점포에서 물건을 절취하는 고객을 경찰에 절도죄로 고소하는 행태에 대하여도 동일한 비판이 가해집니다. 무인점포를 운영하려면 당연히 범죄예방비용을 계상하는 것이 정도이기 때문입니다. 이익은 사유화하고 비용은 사회 전체로 떠넘기는 전형적인 ‘공유지의 비극’의 발현입니다. 아무튼 이렇게 범죄의 성립부터 수사에 이르기까지 범죄의 성부는 물론 설사 범죄를 긍정한다고 하더라도 그 수사과정과 비용의 분담 등에 있어서 불합리한 경우가 있습니다.
○다음 <기사1>에는 ‘똥떼기’ 근로계약을 체결하여 임금을 가로챈 팀장 등이 사기죄가 된다고 경찰이 검찰에 송치했다고 서술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건설현장의 실제를 보면, 과연 사기죄가 성립하는지 진지한 의문이 듭니다. 쉽게 설명합니다. 한국의 아파트 브랜드 1위는 삼성물산이 시공한 래미안아파트입니다. 래미안은 서울부터 제주도까지 전국적으로 존재합니다. 그런데 래미안을 현장에서 시공하는 사람은 건설일용근로자입니다. 삼성 이재용 회장이 그 인력을 직접 채용할 리가 만무합니다. 건설공사 현장에서 건설일용근로자는 크게 1). <기사>에서 등장하는 팀장(일명 ‘오야지’)이 자신의 팀원들 중에서 채용하는 경우와 2). 현장소장이 인력사무소 등에서 소개를 받아 채용하는 경우의 두 가지입니다. 후자는 팀장과의 호흡이 맞지 않아 팀장이 꺼리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어느 경우에든 건설일용근로자는 부족합니다(<기사2> 참조).
○여기에서 선결적으로 이해할 대목이 있습니다. 팀장이 근로자냐, 아니면 개인하도급업자냐 하는 점이 바로 그것입니다. 고용노동부의 공식 입장은 하도급업자로 봅니다. 아무튼 팀장에게 재하도급을 준다고 보거나 근로계약을 체결한다고 보거나 그 어떤 경우에도 팀장이 일용근로자를 직접 채용하는 지위에 있는 것은 변함이 없습니다. 팀장에게 재하도급을 준 하도급업체는 팀장이 고용한 일용근로자의 임금을 직접 정하지는 않고 대부분 상한선(가령, 일당 20만원)을 주고 팀장에게 재량을 줍니다. 일용근로자가 숙련공이냐 비숙련공이냐에 따라 임금은 가변적입니다. 여기에서 팀장이 일용근로자의 숙련도에 따라 떼는 돈을 ‘똥을 뗀다’고 합니다. 경우에 따라 숙식비나 경비 등의 몫으로 전원으로부터 떼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기사1>의 내용처럼, 일방적으로 근로자들의 임금을 중간에 가로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하도급업체와의 교감아래 상한액을 둔 임금의 일부를 팀장이 돌려받거나 원천징수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물론 이러한 관행은 과거 팀장을 건설산업기본법상의 ‘시공참여자’로 간주했던 경우와 차이는 없습니다. 팀장이 행위가 사기죄로 되려면 처음부터 일용근로자 임금의 일부를 가로챈다는 고의, 즉 재물편취의 고의와 불법영득의사, 그리고 하도급업체에 대한 기망행위가 있어야 합니다. 현실에서 하도급업체는 공사의 진척에만 관심이 있지 숙련도의 구비여부는 관심의 대상이 아닙니다. 모로 가도 공사를 완공하면 그만입니다. 따라서 <기사1>의 내용처럼, 검찰에서, 그리고 법원에서 사기죄를 순순히 인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기사1> 공사현장에서 상습적으로 근로자들의 임금을 중간에 가로챈 플랜트업체 직원들이 검거됐다. 울산 남부경찰서는 울산 모 플랜트업체 소속 50대 A씨 등 팀장 2명을 사기 혐의로, 현장소장인 40대 B씨를 사기방조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검찰에 송치했다고 4일 밝혔다. 경찰은 또 이들의 범행에 가담해 업체로부터 높은 임금을 받아 차액을 돌려준 근로자 89명을 사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넘겼다. A씨 등은 경기도 평택시의 한 신축 공사 현장에서 근로자를 채용하면서 임금을 실제보다 높인 허위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실제 임금을 제외한 차액을 중간에 가로챈 일명 '똥떼기' 수법으로 업체를 속인 혐의를 받고 있다. 똥떼기란 건설현장에서 사용하는 은어다. 업체의 팀장들이 노동자들의 일당에서 일정부분을 임의로 떼고 지급하거나 지급 후 다시 회수하는 수법이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3/0012882252?sid=102 <기사2> 내년부터 외국인 노동자도 국내 건설 현장에서 형틀을 제작하거나 콘크리트 타설을 하는 기능공으로 일할 수 있게 된다. 건설 현장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고 인건비 절감을 위한 조치다. 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토부는 내년 형틀공과 철근공, 콘크리트공 등 공종에 E7-3(일반기능인력) 비자를 도입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그동안 외국인 건설 근로자는 주로 E9(비숙련 인력) 비자로 들어와 주로 자재 나르기 등 반복적이고 단순한 업무만 담당했다. 외국인 건설 노동자가 E7-3 비자를 받게 되면 건물 뼈대인 골조 공사를 할 때 투입되는 형틀공이나 철근공, 콘크리트공으로 활동할 수 있다. 형틀 작업이나 철근 조립, 콘크리트 타설은 작업이 힘들고 위험해 국내 건설 근로자들이 기피해왔다. 특히 청년층 유입이 줄어들면서 건설 노동자 고령화도 빠르게 진행됐다. 한국건설인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국내 건설 기능인의 평균 연령은 51.4세다. 60대 이상 비중도 24.6%에 달한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0/0003596139?sid=102 <형법> 제347조(사기)①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전항의 방법으로 제삼자로 하여금 재물의 교부를 받게 하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 <형사소송법> 제325조(무죄의 판결) 피고사건이 범죄로 되지 아니하거나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는 판결로써 무죄를 선고하여야 한다. <대법원 판례> 사기죄는 타인을 기망하여 착오에 빠뜨리고 처분행위를 유발하여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얻음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로서 본질은 기망행위에 의한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의 취득이다. 그리고 사기죄는 보호법익인 재산권이 침해되었을 때 성립하는 범죄이므로, 사기죄의 기망행위라고 하려면 불법영득의 의사 내지 편취의 범의를 가지고 상대방을 기망한 것이어야 한다. 사기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불법영득의 의사 내지 편취의 범의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는 이상 범행 전후 피고인의 재력, 환경, 범행의 내용, 거래의 이행과정 등과 같은 객관적인 사정 등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 (대법원 2023. 1. 12. 선고 2017도14104 판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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