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일제 근무와 연차유급휴가>

○부자와 빈자에게 공평한 것은 시간입니다. 부자의 1시간과 빈자의 1시간은 동등합니다. 노동법의 영역에서도 이를 중시하여 노동의 질적인 측면은 인사관리 등 별도의 영역에 맡기고 오로지 양적인 측면, 즉 근로시간만으로 모든 근로자를 동등하게 규율합니다. 의사와 같은 고소득 근로자와 최저임금 근로자 간에 노동의 질적 등가성은 인정하기 어렵지만, 양적 등가성, 즉 근로시간 자체의 동등한 규율은 당연히 인정할 수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등 노동법은 바로 양적인 측면만을 규율하고 있습니다.

 

○근로시간 자체의 동등성은 동일한 근로를 수행하는 경우에는 더욱 철저하게 적용됩니다. 바로 이러한 점을 주목하면, 동등한 근로를 제공하는 경우에 격일제근로자(갑)의 근무와 매일 근무하는 통상근로자(을)의 근로시간의 가치 내지 결과도 동등하여야 한다는 것은 쉽게 인정할 수 있습니다. 근로시간, 휴게 및 휴일에 대한 근로기준법의 적용이 제외되는 감시적·단속적 근로자(근로기준법 제63조 제3호. 일명 ‘감단근로자’)의 대표적 직종인 경비직 근로자의 경우에 격일제근로로 약정할 수도 있고, 통상근로로 약정할 수 있습니다.

 

갑(24시간 격일제) : 2023. 2. 7. 24시간 근무, 2. 8. 휴무(비번일)

을(통상근로) : 2023. 2. 7. 12시간 근무, 2. 8. 12시간 근무

 

○갑과 을은 등가의 근로를 제공하였습니다. 감단근로자이므로 연장근로에 대한 가산수당도 없고, 근로시간 자체에 대한 규제도 없습니다. 그런데 근로기준법이 연차휴가에 대한 예외를 규정하지 않았으므로, 당연히 연차휴가도 양자 모두 동등하게 부여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위 사례에서 갑이 2. 7.에 연차휴가를 사용한 경우와 을이 연차휴가를 사용한 경우에 대하여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근로기준정책과-561, 2018. 1. 23. 등 다수)과 한국노총의 주장이 상치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음미를 하면서 격일제근로자의 연차휴가에 대하여 알아봅니다.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의 기본 전제는 격일제근로자의 1일 근로는 그 실질이 2일분의 근로라는 점을 전제로 합니다. 위 사례에서 갑의 2. 7.자 근로는 그 실질이 2. 7.은 물론 2. 8.까지의 근로의 실질을 지닌 것으로 봅니다. 임금산정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2. 7.에 연차휴가를 사용했다면, 사실상 2일분의 근로의무 모두를 면제받은 것이기 때문에 ‘2일의 연차휴가를 사용한 것으로 보거나 비번일인 휴무일(위의 사례에서 2. 8.)에 근무일의 근로시간의 절반에 해당하는 근로(반일근무)를 시킬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근로개선정책과‒4504, 2012. 9. 7.)’이라고 해석합니다. 거듭 설명하자면, 고용노동부의 취지는 갑과 을의 근로 자체는 동등하지만, 1일에 근로하는 근로시간이 다르다는 전제에서 출발합니다.

 

○이러한 논거에 따라 고용노동부는 ‘24시간 격일제 근무에 대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이상 근무일 다음의 휴무일은 전일의 근무를 전제로 주어진다는 점, 휴무일에는 타 근로자의 근무가 예정되어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근로자의 휴무일 반일근무 신청에 대하여 사용자가 반드시 수용해야 하는 의무가 발생한다고 볼 수는 없음. 따라서, 근로자가 1일의 연차유급휴가를 신청하면서 휴무일에 근로제공 의사를 피력하였다고 하여 근로자의 휴무일 근무신청(12시간)에 대해 유급 처리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님.’이라고까지 논거를 확장하였습니다. 1일의 연차휴가는 사실상 2일분의 연차휴가의 사용이라는 의미를 주목한 것입니다.

 

○여기에 대하여 한국노총은 연차휴가나 병가 또는 공가가 동등하다는 전제에서 ‘병가나 공가의 1일과 연차에서의 1일은 같은 개념일 것인데, 당일 몸이 아파서 병가를 내야 하는데 해당일을 온전히 쉬기 위해서는 2일의 병가를 내던지 아니면 1일의 병가를 내고 저녁에는 아파도 출근해서 근무를 해야 한다는 논리이며, 또한 공가는 대부분이 1일인데 만약 공가를 내고 예비군 동원훈련을 빡세게 9시부터 18시까지 받았는데 야간에는 출근을 해서 근무를 하는게 맞는 것인지요? 감단직은 일반직에 비해 업무강도가 약하기 때문에 운영을 하는 것인데 만약 공가를 내고 더 힘든 일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야간에 출근을 한다는 것은 제도의 취지에 위배된다 할 것입니다.’라고 반박을 했습니다. 그러나 연차휴가의 사용 자체가 신병의 유무와 무관한 것이므로, 기본적인 전제 자체가 틀린 것이며, 격일제근로자의 1일근로가 실질적으로 2일분의 근로라는 고용노동부의 대전제에 대한 반대논거가 없다는 점에서 부당한 비판입니다.

 

○격일제근로는 생명체로서 생체리듬의 원활한 작동에 지장이 있습니다. 그래서 산재보상에 있어서도 특수한 취급을 합니다. 다음은 고용노동부가 통상근로(1일 8시간 주5일 근무)와 격일제근로(1근무일에 14시간 격일근무)를 비교한 것입니다. 이것을 통하여 근로시간과 근로일수에 있어서의 차이를 수치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구분	1일 8시간, 1주 5일을 근무하는 일반근로자	격일제로 1근무일에 14시간을 근무하는 감시·단속적 근로자
연간 근로일수(a)	약 260.7일 <1주 5일×(365일/7일)>	182.5일 <365일/2>
연간 근로시간(b)	약 2,085.7시간 <1주 40시간×(365일/7일)>	2,555시간 <1일 14시간×182.5일>
연간 휴가일수(c)	15일	15일
연간 휴가시간(d)	120시간 <1일 8시간×15일>	210시간 <1일 14시간×15일>
연간 근로일수 대비 휴가일수(c/a)	약 5.75%	약 8.22%
연간 근로시간 대비 휴가시간(d/b)	약 5.75%	약 8.22%

 

 

 

 

 

※출처 : 고용노동부

 

<근로기준법> 제60조(연차 유급휴가) ① 사용자는 1년간 80퍼센트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게 15일의 유급휴가를 주어야 한다. ② 사용자는 계속하여 근로한 기간이 1년 미만인 근로자 또는 1년간 80퍼센트 미만 출근한 근로자에게 1개월 개근 시 1일의 유급휴가를 주어야 한다. ③ 삭제 ④ 사용자는 3년 이상 계속하여 근로한 근로자에게는 제1항에 따른 휴가에 최초 1년을 초과하는 계속 근로 연수 매 2년에 대하여 1일을 가산한 유급휴가를 주어야 한다. 이 경우 가산휴가를 포함한 총 휴가 일수는 25일을 한도로 한다. ⑤ 사용자는 제1항부터 제4항까지의 규정에 따른 휴가를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주어야 하고, 그 기간에 대하여는 취업규칙 등에서 정하는 통상임금 또는 평균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휴가를 주는 것이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에는 그 시기를 변경할 수 있다. ⑥ 제1항 및 제2항을 적용하는 경우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기간은 출근한 것으로 본다. 1. 근로자가 업무상의 부상 또는 질병으로 휴업한 기간 2. 임신 중의 여성이 제74조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규정에 따른 휴가로 휴업한 기간 3.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19조제1항에 따른 육아휴직으로 휴업한 기간 ⑦ 제1항ㆍ제2항 및 제4항에 따른 휴가는 1년간(계속하여 근로한 기간이 1년 미만인 근로자의 제2항에 따른 유급휴가는 최초 1년의 근로가 끝날 때까지의 기간을 말한다)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된다. 다만,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사용하지 못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고용노동부 행정해석> 근로기준법 제60조 규정에 따라 사용자는 1년간 80퍼센트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게 15일의 유급휴가를 부여하고, 계속근로한 기간이 1년 미만인 근로자 또는 1년간 80퍼센트 미만 출근한 근로자에게는 1개월 개근 시 1일의 유급휴가를 주어야 합니다. 연차유급휴가는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부여해야 하므로 근로자가 휴가사용을 청구한 날에 한하여 휴가를 사용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지만, - 통상적인 격일제 근로형태(통상 2개조로 나누어 1개조가 24시간 연속근무를 2역일에 걸쳐 반복하여 근무하고 전일의 근무를 전제로 다음날에 휴무일이 주어지는 형태)에 종사하는 근로자라면, 근로일의 근무를 전제로 다음날(비번일)에 휴무하는 것이므로 연차유급휴가를 사용하여 근무일과 다음날을 함께 휴무하였다면 2일의 휴가를 사용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같은 취지 근기68207-313, 1999. 2. 5., 근로개선정책과-4504, 2012.9.7. 등 다수). (근로기준정책과-561, 2018. 1. 23.) <한국노총의 주장> 병가나 공가의 1일과 연차에서의 1일은 같은 개념일 것인데, 당일 몸이 아파서 병가를 내야 하는데 해당일을 온전히 쉬기 위해서는 2일의 병가를 내던지 아니면 1일의 병가를 내고 저녁에는 아파도 출근해서 근무를 해야 한다는 논리이며, 또한 공가는 대부분이 1일인데 만약 공가를 내고 예비군 동원훈련을 빡세게 9시부터 18시까지 받았는데 야간에는 출근을 해서 근무를 하는게 맞는 것인지요? 감단직은 일반직에 비해 업무강도가 약하기 때문에 운영을 하는 것인데 만약 공가를 내고 더 힘든 일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야간에 출근을 한다는 것은 제도의 취지에 위배된다 할 것입니다.